매일의 글쓰기는 저만의 노후 대비입니다. 모르셨죠?

하늘을 울리려면, 제가 먼저 울어야 합니다. 닿을 때까지

by 박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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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은 과거 시험을 보는 기분이 들어요. 오늘을 써 보거라. 저는 매일 글을 쓰는 사람입니다. 누가 쓰라고 한 적 없어요. 머리가 백지처럼 하얄 때가 왜 없겠어요? 쓸 게 없다. 그런데 왜 쓰지? 오기 같은 건 아닐까? 그런데 또 나와요. 써져요. 뭐든지요. 혼잣말이라도 하잖아요. 그게 나오는 거죠. 제가 하고 싶어서 한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해요. 숙제처럼 느껴질 때마다 초심을 떠올려요. 작가들이 오해하는 게 있어요. 나는 콘텐츠가 훌륭한데, 사람들이 몰라 줘. 시대가 바뀌었어요. 이젠 얼마나 노출이 되느냐도 실력이죠. 끊임없이 알려야 해요. 처음부터 확 끌어들이는 매력의 소유자면 굳이 그럴 필요 없지만요. 네, 저는 매일 글을 쓰는 게 일종의 노후 대비죠. 제 글이 쓰레기 같다면 자연스럽게 도태되겠죠. 결국 허공에 짖어대는 메아리가 될 테니까요.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면 조금씩이라도 쌓일 거 아닙니까? 독자들에게 친구가 되고, 의미가 되죠. 그게 중요해요. 저에게 캐릭터가 생기고, 서사가 만들어지는 거죠. 저의 안부가 궁금하고, 일상이 궁금해져요. 제가 책을 내면, 관심이 갈 수밖에 없죠. 십 년 후에는 저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늘었을 거라고 기대해요. 천 권 팔기도 힘든 시대죠. 책 한 권 내고 수중에 이삼백만 원 챙기면, 감사해야 해요. 섭섭하지만, 한편으로는 그게 맞는 것 같아요. 사람 마음을 쉽게 생각했어요. 숫자로 생각했어요. 내가 일단 쉽지 않은 독자인 걸요. 까칠하게 책을 고르고, 영화를 봐요. 까칠한 독자들에게 선택을 받는 거죠. 영광이죠. 저에게 마음을 여는 독자가 하나씩, 하나씩 늘어요. 십 년이면 매일 한 명씩이라고 해도 삼천 명이 넘죠. 그들에게 저는 특별한 존재가 돼요. 저를 응원해주는 사람이죠. 그 삼천 명이 저를 먹여 살릴 거라고 믿어요. 제가 존재하는 게, 존재하지 않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는 사람 3천 명인 거죠. 제가 이렇게 큰 그림을 그리면서 글을 씁니다. 수중에 백만 원뿐인 빈털터리가 믿는 구석입니다. 아, 지금 저는 백만 원이 아니라 이백만 원이 있어요. 전재산이 두 배로 불었어요. 근 몇 년간 가장 부유해요. 유료 구독자가 매달 꾸준히 늘고 있어요. 저의 전략은 이토록 순탄합니다. 발버둥은 꼭 필요한 건가 봐요. 마냥 편하게 살고 싶지만, 늘 세상은 녹록지 않죠. 불만이에요. 특혜 받고 싶어요. 떵떵거리고 싶어요. 세상이 허락을 안 해주네요. 특히나 글쟁이에게 야박해요. 누구나 쓸 수 있는 게 글이라서요. 글로 기꺼이 지갑을 열게 하려면 하늘을 뚫는 감동이어야 해요. 허공에서 금을 캐내려는 것처럼 무모해 보이네요. 이렇게 조금씩 성과를 보고 있어요. 무모함이 조금씩 '덜 무모해'지고 있어요. 희망이 보이는 게 중요하죠. 막상 이루어지고 나면 더 탐욕스러워질 뿐이죠. 희망을 보기까지 2년이 걸렸어요. 그동안은 희망은 없어도 된다. 자기 최면의 시간이었고요. 제가 먼저 절망하고, 먼저 희망을 찾고 싶었어요. 글을 읽는 사람보다 먼저요. 그게 위로가 될 것 같아서요. 주저리주저리 말이 많죠? 저의 혼잣말이 누군가에게는 작은 울림이 되기를 바랍니다. 내내 아무 생각 없다가 나온 글이니까, 누군가에게 필요한 글이 맞을 거예요. 제가 쓴 게 아니라니까요. 누가 시켰어요. 여러분이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누군가에겐 위로가, 누군가에겐 친구가 되고 싶어서요. 반갑습니다. 안녕하셔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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