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열광해요. 저는 그 정도는 아니에요. 저는 이상한 사람일까요? 저 같은 사람도 섞여서, '우리'가 되는 거겠죠? 청개구리가 된 기분일 때가 있어요.
1. 영화 '기생충'은 재미있게 봤습니다만
저 간 배 밖으로 나온 사람 아니고요. 싫다고 할 때 쾌감 느끼는 정신 병자도 아니에요. 압도적 열광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사람 정도로 이해해 주세요. 그 정도야? 아카데미 시상식장에서 기립 박수를 칠 때, 당혹스러운 거예요.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러운 건 맞는데, 일방적인 찬사에는 동의할 수 없어서요. 저 '기생충' 재미나게 봤어요. 깔끔한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조여정이 테이블에 엎드려 있다가 깜짝 놀라 일어날 때는 약간 소름 돋았어요. 조여정은 이미 좀비가 됐거나, 될랑말랑이겠구나. 제 허를 찔렀죠. 아니더라고요. 봉준호 감독은 메타포를 전면에 내세우잖아요. 설국열차는 기차를 통해 계급 사회를 풍자하고요. 기생충은 반지하 가족과, 부유층 가족으로 역시 또 계급을 나누고요. 나 지금 은유법 쓸 거야. 나 시거든. 이런 느낌이랄까요. 지금 회전할 거거든. 준비 동작이 긴 피겨 스케이팅을 보는 느낌이 들어요. 온 가족이 이선균 조여정 집으로 들어가는 설정에서부터 차분해지더라고요. 한 명쯤은 실패하거나, 합류하지 못하면 불완전해서 더 실감 났을 거예요. 가족 모두가 더부살이에 성공하죠. '있을 법한 상황'에서 '영화니까 가능한 상황'으로 순간 이동을 해버려요. 뭐, 영화니까요. 저에게 인생 영화까지는 아니라는 거죠. 송강호 역시 다른 영화에 비해 '연기'를 드러낼 기회가 적었죠. 그러다가 마지막에 폭발해요. 송강호는 모욕을 상징하죠. 기생충처럼 살아도 자존심은 있다. 마지막으로 폭발할 때, 이해가 돼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욕과 선혈이 낭자한 복수가 멀게 느껴지더라고요. 기생충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생하는 거라서요. 웬만한 굴욕은 굴욕이 아니니까요. 서럽다는 감정도 사치죠. 기생하지 못하면 죽는다. 기생충의 삶이 원래 그런 거라서요. 자존심을 챙기면서 너무 우아해지더군요. '기생'을 '선택'의 단계로 격상시킨 게 저에겐 크게 아쉬웠어요.
2, BTS가 무지 자랑스럽습니다만
BTS의 수혜자입니다. 세계 어디를 가도 BTS 팬이 정말 많아요. 특히 소녀팬들이 압도적이더라고요. BTS 덕에 한국에서 왔다는 것만으로도 막 비명을 질러 줘요. BTS 노래 중에는 '피, 땀, 눈물'을 좋아해요. 라틴 풍의 멜로디가 쉬워서요. 저 같은 아재 세대는 멜로디가 있어야 해요. '쩔어' 같은 노래에서는 포인트를 못 찾아내겠어요. 멜로디는 짧아지고, 비트가 강조됐죠. BTS 노래만 그런 건 아니죠. 전자음과 드럼 베이스에서 젊은 친구들을 훅 치는 뭔가가 있나 봐요. 저는 그걸 감지할 능력이 없는 거죠. 오래오래 들었는데도, 대부분의 노래는 귀에 익지를 않아요. BTS의 서사 과정을 알아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땐 기분이 좀 좋아지더라고요. 그룹이 어떻게 태어났고, 어떤 상황에서 그 노래가 나왔는지를 알면 다르게 들린다는 거예요. 그럼 저처럼 막귀로 흥얼대고 싶은 사람에게는 와 닿지 않는 것도 괜찮은 거죠? 부모님 세대가 서태지나 듀스 노래에 열광하기 힘든 것처럼, 저의 반응도 자연스러운 거겠죠? 시간이 더 필요한 걸 수도 있어요. 고등학교 때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는 제게 소음에 가까웠어요. 갑자기 툭툭 튀어나오는 누더기 뮤지컬 같았죠. 가사를 알고, 프레디 머큐리의 삶을 알았어요. 이제는 눈물을 흘리면서 들어요. 서사의 힘인 거죠. 최근 십 년간 아이돌 노래 중에 최고는 NCT-U의 일곱 번째 감각이요. 기대를 많이 했는데, 후속곡들이 계속 좀 난해하더라고요. 특히 NCT127. 레드벨벳의 '아이스크림 케이크'도 좋았어요. 훅 들어오는 도입부가 끝내 주더라고요.
3. 평양냉면은 저도 맛있게 먹습니다만, 조스바 너는 빠져 있어
비슷한 예로 평양냉면이 있네요. 맛있어요. 처음엔 맹물에 MSG 섞은 것 같더니, 잘하는 집에서 먹으니까 육수 맛이 깊더라고요. 육수 뽑는 게 그렇게나 힘들다면서요? 그럼 초계국수나 메밀, 부산 밀면 등은 육수를 쉽게 뽑는가 봐요. 상대적으로요. 그래서 평양 냉면이 더 비싼 거겠죠? 그걸 감지할 능력이 아직은 없어요. 그래서 초계국수랑 춘천 막국수를 더 좋아해요. 아, 또 이해 안 가는 거. 조스바. 전 조스바가 맛이 없어요. 딱 불량 식품 맛. 그래서 금세 사라질 줄 알았어요. 이렇게까지 스테디셀러가 될 줄 몰랐어요. 입이 검게 물드는 대놓고 색소 맛이 살아남는 게 신기해요. 또 뭐가 있더라? 맞다. 요즘 사람들이 많이 신는 어글리 슈즈. 그것도 저한테는 물음표예요. 이걸 왜? 어디가 포인트지? 발은 뚱뚱해 보이고, 사람들은 불편해 보여요. 그 어떤 옷과도 안 어울리더군요. 제 감각이 늙어서죠. 구찌나 루이뷔통, 고야드 같은 거요. 반복되는 패턴 있잖아요. 그게 도드라지면 엄청 싸구려로 보여요. 없이 살아서 그렇죠, 뭐. 시장 바닥에서 구찌나 루이뷔통 짝퉁을 엄청 팔았어요. 그런 걸 먼저 봐서인가 봐요. 그 비싼 명품이 없어 보이니 얼마나 다행인가요? 여우의 신포도죠, 백이면 백이 다 똑같이 좋아하면, 지구가 중심 잡기가 어렵죠. 약간은 마이너 한 취향도 있어야죠. 저는 지구의 균형을 맞춰주려고 약간 삐뚤어진 겁니다. 그래도 지구 평균의 쫄보라서 BTS 아미 여러분이 살짝 무섭습니다. 저는 아직 눈을 못 뜬 걸 뿐. 앞으로 무지 좋아할 겁니다. 약속!
PS 매일 글을 씁니다. 글로 소통하는 하찮은 글쟁이입니다. 누군가에겐 작은 위로가, 누군가에게는 작은 기다림이고 싶습니다. 제가 이렇게나 야망 있는 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