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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가 도대체 뭐가 좋다는 건가요?

다시 찾은 치앙마이에서 내가 내린 결론

by 박민우

작년 12월에 부모님을 모시고 치앙마이에서 한 달을 머물렸죠. 이번엔 충동적으로 왔어요. 코로나로 방콕에만 갇혀 있었더니요. 답답해서요. 억울해서요. 그래도 확실한 곳은, 치앙마이 뿐이더군요. 원래 바다는 딱히 취향이 아니라서요. 어디를 가도 치앙마이보다는 못할 테니까요.


-치앙마이가 뭐가 대단하다는 거냐?


아버지는 치앙마이가 실망스러우셨던 거죠. 자신만만하게 여기까지 불러냈으면 입이 떡 벌어지는 걸 보여다오. 뭐라고 답해야 하나? 입이 안 떨어지더라고요. 머물수록 좋아요. 한가함이 매력이에요. 서두르지 않는 사람들을 보세요. 이런 말이 칠십 대 노인에게 먹힐 리가 없잖아요? 지금 저는 Isty 호텔에서 머물고 있어요. 하루 3만 원에 아침밥까지 먹여줘요. 시설도 어엿해요. 말도 안 되는 가격이죠. 네, 코로나만 아니었다면 이 가격일 리가요. 님만해민이나 올드타운에서는 약간 먼 산티탐 지역이에요. 관광지 느낌이 훨씬 덜해요. 진즉에 여기서만 묵을 걸. 치앙마이를 자주 오다 보니 숙소를 영혼 없이 골랐어요. 늘 머물던 곳들도 충분히 좋았으니까요. 이곳이 더 치앙마이스럽네요. 동네 맛집도 많고요. 그렇다고 아예 외떨어진 쓸쓸함도 없고요. 그래도 여행인데 오토바이라도 빌려서 멀리 가 볼까? 마침 몸살이 오고, 다 귀찮아져요. 여행이 맞나 싶게 동네 주위만 돌아요. 동네 주변에도 소문난 맛집이, 카페가 넘쳐나요. 아, 아버지에게 답할 게 하나 생각났어요. 인구 십삼만 명의 작은 도시에 맛집이 이리 많은 도시는 치앙마이뿐일 거예요. 도대체 다 어떻게 먹고살까 싶게 식당이, 카페가, 호텔이 넘쳐나요. 또 있어요. 손님이나 이방인에게 특유의 경계가 없어요. 호들갑을 떨거나, 친절하거나, 무심하거나 하잖아요. 치앙마이 사람들은 자신들의 페이스를 유지해요. 오버하지 않아요. 손님이 맛있게 먹나? 혹시 불만이 없나. 식당 주인은 곤두서 있지 않아요. 자신들이 할 수 있을 만큼만 해요. 우리나라에서 성공하려면 사장은 끊임없이 눈알을 굴려야 해요. 손님의 반응이 재빨리 반영되어야 하죠. 그 힘이 지금의 우리나라를 만든 거니까요. 우리나라가 답답하고, 성에 안 차면 이민 가시면 안 돼요. 다른 행성이라면 모를까, 지구 상에는 없어요. 평화로워 보인다고, 진짜 평화일 리가 없죠. 손님이 없는데요. 치앙마이 사장님들 마음은 타들어가는 지옥이겠죠. 여행자들로 먹고살았던 도시니까요. 코로나로 외국인 여행자들이 뚝 끊긴 가게들은 어찌 사나 싶어요. 그런 가게들도 오래오래,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는 훨씬 오래 버텨줄 거예요. 일확천금을 바라지 않았으니, 손님이 적으면 적은 대로 적응하며 치앙마이 방식으로 살아남을 거예요. 세상의 속도가 치앙마이에서는 치앙마이 속도로 바뀌어요. 그래서였어요. 나른해지고, 관대해지는 이유가요. 욕심이 부질 없어지고, 상처가 가물가물해지는 이유가요. 에이, 이런 이야기도 아버지에겐 씨알도 안 먹히겠네요. 더 대단하지 않아도 충분한 도시예요. 그게 치앙마이의 매력이죠. 아버지는 북극으로 모시고 가야 할까 봐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누군가에게 영감을 드리고 싶습니다. 삶의 작은 힌트를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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