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우리나라처럼 먹는 줄 알았죠. 우리나라만 그렇게 먹더라고요. 어느 나라나 자신만의 고유성을 가지고 있지만, 한국이 가진 고유성은 유일무이하다고 해도 될 정도예요. 중국, 일본과 비교해도 너무너무 달라요. 섬나라도 아닌데 말이죠.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이한 음식 문화들
1. 냉장고에서 줄줄이 나오는 밑반찬들
샐러드와 전채 요리만 빼면 대부분의 나라는 차가운 음식을 먹지 않죠. 조리한 음식이 주고, 차가운 음식은 예외적인 '특별식'이죠. 우리는 냉장고에서 김치, 마른반찬, 젓갈들이 줄줄이 나오잖아요. 차가운 반찬이 밥 상 위에 절반을 넘죠. 게다가 뜨거운 건 확실히 뜨거워야죠. 보글보글 끓는 찌개와 차가운 김치, 동치미, 밑반찬들을 함께 먹어요. 끊임없이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온도의 극과 극 체험이죠. 냉장고 반찬 비중이 이렇게 높은 나라는 우리나라뿐이죠.
2. 아침, 점심, 저녁 세 끼 모두 무조건 풀세팅
어느 나라나 아침 식사는 간편식을 선호하죠. 우리도 그런 방향으로 가고는 있지만, 여전히 밥, 국, 반찬을 챙겨 먹죠. 아침부터 팔 걷어 부치고 제대로 먹자. 으쌰 으쌰 하는 나라도 우리나라뿐이죠. 일본이 그나마 다양하게 나오지만, 양이나 가짓수에서 비교가 안 되죠. 비몽사몽 식욕도 없는데 떡 벌어지는 한 상은 외국인들에겐 공포에 가깝죠. 이걸 정말 다 먹는다고? 허기를 달래는 정도로만 먹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아침밥은 든든함을 넘어서 치사량으로 느껴지기도 해요.
3.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나물 문화
다른 나라는 날채소를 먹죠. 식초에 절여서 피클을 만들거나, 말리고, 갈아서 향신료로 쓰고요. 데쳐서 참기름에 조물조물 먹는 문화 역시 우리나라가 유일하죠. 고사리나 콩나물은 외국에선 아예 먹지도 않아요. 두릅나물, 명이 나물 등도 우리나라 아니면 구경도 할 수 없죠. 전 세계가 채식 열풍인데, 우리의 나물만 더 알려져도 채식주의자들의 성지가 될 수 있어요. 먹을 수 있는 건 대부분 나물로 해 먹는 나라라서요. 다양한 향과 식감의 채소들을 이미 어마어마하게 구비하고 있죠.
4. 맛에 대한 지독한 욕심
길거리 음식 하나를 먹어도 대충 먹는 법이 없죠. 서구권에선 식빵에 땅콩잼만 발라서도 엄청 맛있게 먹죠. 우리나라에서 땅콩잼 식빵을 도시락으로 싸갈 수나 있을까요? 마요네즈에 으깬 달걀에, 햄이라도 섞어야 한 끼라고 생각하죠. 속재료가 엄청나게 들어가는 김밥, 길거리 튀김인데도 오징어, 채소, 김말이, 만두를 한 자리에서 다 먹을 수 나라가 우리나라예요. 이건 가히 혁명적인 거예요. 길바닥에서 일어선 채로 이토록 다양한 튀김을 한꺼번에 먹을 수 있다뇨? 한국인의 맛에 대한 욕심은 세계 상위 1%급이죠.
5. 원조 맛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맛이 더 중요해
치킨을 예로 들자면 전기구이 통닭, 혹은 시장표 통닭이 대세여야죠. 치킨의 원조니까요. 그렇게 맛있게 먹어 놓고는, 더 맛있는 걸 내놓으라고 하죠. 고추장도 섞고, 탄두리 가루도 섞고, 마라 소스도 섞어 봐요. 치즈 가루도 듬뿍 뿌리고요.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는 거죠. 다른 나라도 그럴 것 같죠? 그런 문화가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원조가 절반의 지분을 먹고 들어가죠. 새로운 메뉴들은 어디까지나 조연이죠. 라면을 봐도, 만두를 봐도, 핫도그, 피자, 어묵을 봐도 우리는 원조 대접을 딱히 해주지 않아요. 더 맛있는 게 있을 거야. 의리가 상당이 없는 미식가들이죠. 우리나라에서 음식 장사는 그래서 극한 직업이죠. 변하지 않으면 못 살아 남아요. 한식집도 같은 밑반찬으로 계속 가다간 문 닫아요. 그러니까 다시마와 우뭇가사리에서 추출한 천사채를 무치고, 뜬금 명이 나물로 삼겹살을 싸 먹게 하죠. 무서운 나라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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