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종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지극히 개인적인 저의 서사일 뿐이지만

by 박민우

관종이라고 하면 기분 나쁘신가요? 관심종자. 타인의 관심에 죽고 못 사는 사람. 저는 관종 맞아요. 매일 아침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이제는 유튜브에도 굿모닝 인사를 올리죠. 브런치와 네이버 블로그에 글도 써서 올리죠.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 뭐 먹었나, 어떤 카페에 와 있나 사진과 영상도 틈틈이 올리죠. 관종 맞아요. 어떻게 부정하겠어요? 칭찬으로까지 들리면 제가 좀 미친놈인가요? 관심받으려고 남을 해코지하거나 눈살 찌푸려지는 행동만 아니라면 관종도 미덕이라고 생각해요. 재밌는 또라이,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관종이죠.


저는 미운 오리 새끼였어요. 어디를 가도 배척당하는 아이였으니까요. 말을 굉장히 잘했는데, 밉게 잘했어요. 어른들한테 말대꾸를 하면, 어, 내가 이기나? 거의 승리가 보일 때쯤 주먹이나 귀싸대기가 날아오더라고요. 나는 옳지만, 나는 맞아야 하는구나. 그렇게 억울할 수가 없더라고요. 친구들이 찾고, 떠받들어주는 형을 보면서 아, 나는 비호감이구나. 막연히 짐작만 했는데 편을 갈라 발야구나 축구를 할 때면 저는 끝까지 남더라고요. 대표가 가위바위보로 마음에 드는 애부터 데리고 가잖아요. 저는 끝까지 남아요. 홀수로 남을 때도 저는 안 데려가겠다고 싸우기까지 하는 거예요. 자존감 제로의 아이는 혼자의 세상이 편하더라고요. 공상 속에서는 제가 왕자가 될 수 있었으니까요. 나비넥타이를 하고 반장, 부반장이랑 미아 5동 동사무소 옆 그네를 타는 게 제가 생각하는 극단적인 성취였어요. 시중을 들던 하인에게 은쟁반에 오란씨랑 칠성 사이다를 가지고 오도록 시켰죠.


탈락컷 이유는 너무 시끄러워서 ㅋㅋ

교실 장기 자랑은 불주사보다 더 끔찍해서, 아예 엎드려 있었어요. 혹시라도 누가 저를 지목할까 봐요. 다른 아이들이 노래를 하건, 춤을 추건 저는 안 보고 싶었어요. 목소리도 떨고, 다리를 떠는 저 머저리 같은 놈처럼 될까 봐요. 오락시간 같은 건 왜 있는 걸까요? 명절날 큰집에서 사촌 형, 누나에 이어서 장기 자랑을 할 때도 저만 너무 초라한 거예요. 누나는 피아노로 체르니에 나온 곡 중 하나를 연주하고, 형들도 그때 유행하는 가요를 부를 줄 알았어요. 저는 둥근 해가 떴습니다 정도니까요. 어린 나이인데도 눈치는 빨라서 그게 전혀 안 먹힌다는 걸 알았어요.


반전의 계기는 중학교 때 받은 글짓기 상이 아니었나 싶어요. 중학교 2학년 때 덕수궁으로 사생대회를 나갔어요. 주제는 인연. 글을 잘 쓰는 아이들은 따로 있더군요. 그 아이들의 글을 보면 미리 정답을 알고 있는 것처럼 잘 짜인 문체와 구성이 있었어요. 그런 아이들을 제가 무슨 수로 이기겠어요. 인연이란 게 뭐더라? 눈이 마주치는 건 뭘 의미할까? 모르는 사람들도 눈이 마주치는 이유가 뭘까?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저 사람과 나는 전생에 얽혀있었다는 걸까? 나이에 비해 꽤나 조숙하게 풀어냈던 것 같아요. 1등은 아니고 우수상이었지만, 저는 놀랄 수밖에 없었어요. 한 학년이 천 명이나 되거든요. 느낀 걸 그냥 썼을 뿐인데, 그 많은 글 중에 선생님의 눈에 띄다니? 나 이런 글 얼마든지 쓸 수 있는데. 내 안에는 1억 개의 글이 있는데. 누군가에게 나의 표현이 닿는다는 게 신비롭기까지 하더라고요.


두 번째 반전은 대학교 방송국 시험이었어요. 저는 PD로 지원했는데 아나운서로 덜컥 합격을 한 거예요. 응? 한 번도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마음에 둔 적도 없었어요. 게다가 워낙 쟁쟁한 선배들이 많았어요. 현직 아나운서 뺨치는 실력자들이었죠. 실제로 방송국 아나운서도 여럿 배출한 명문 사관학교였어요. PD를 떨어진 걸 슬퍼해야 하나? 아나운서를 붙은 걸 좋아해야 하나? 큐사인이 떨어지고 내 목소리가 교정에 울려 퍼져요. 그 긴장감이 이상하게 좋더군요. 아나운서로 붙었으니 알 수 있는 희열이었죠.


그런 우연들이 저를 관종을 만들었어요. 자신의 성향과 맞아떨어지니까, 그 계기가 이유가 된 거죠. 그런 일들이 일어난다고 다 저처럼 사는 건 아니니까요. 내 안에 있는 무수한 이야기와 순간들을 표현하고 싶어요. 이게 세상에 나오면 더 재미날 텐데, 더 행복해질 텐데. 그런 생각에 좀이 쑤셔요. 뭐 세상 공짜 없다고, 다 저를 좋아해 줄 수야 없죠. 진정한 관종은 자신을 미워하는 이들에게, 싫어하는 이들에게도 감사할 수 있어야 해요. 내 관종질이 헛발질이 되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주는 존재니까요. 아, 저는 아직 그 수준까지는 아닙니다. 하하하.


혹시 저의 인스타그램이 궁금하시자면 www.instagram.com/parkminwoowriter (맞팔 최고로 잘 해드림 - 단 비공개 계정이면 따로 요청해 주셔유)

혹시 저의 유튜브 채널이 궁금하시다면 유튜브에 '박민우 방콕'을 검색해 보셔요.

https://www.youtube.com/watch?v=nl2xyjlPv4A

혹시 페이스북이 궁금하시자면 www.facebook.com/modiano99


PS 매일 글을 씁니다. 우리의 존재가 뼈와 살만이 아니라면 도대체 뭐가 더 있는 걸까요? 생각도, 글도 존재일 수 있을까요? 늘 질문하면서 씁니다. 답이 없는 답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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