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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11월 구독 신청을 받습니다

서둘러 주시면 복 받으실 겁니다

by 박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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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삶은 오늘만 사는 삶이 됐어요.

아니다, 한 달만 사는 삶이 됐어요.


한 달간 열심히 쓰고, 다음 달은 생각하지 않아요.

이번 한 달 무이런사하면 됐어요.

그러니 몇십 년 후에 땅을 치고 후회할지도 몰라요.


지금의 제가 더 옳다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글을 쓰면서 살고 싶은 한 사람의 치열함으로 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매일매일 여러분의 메일로 한 글쟁이의 일상과 고민이 찾아가요.

공짜로 보는 좋은 글도 많은데, 굳이 돈까지 주면서?

저 역시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며 벌인 일이에요.

그래서 구독자들에게 물었어요.

제 편지가 좋은가요?

정말 아침마다 제 글이 기다려지시나요?

답 메일을을 모아 봤어요.


-전 인생 선배가 없거든요. 작가님이 인생 선배가 되어 깨달음을 주고, 소소한 얘기를 전해주시는 게 참 좋아요.


-오랜 팬 중 한 명입니다.

오래전 친구들과 손 편지를 주고받던 때가 생각나요.

두근거림과 기쁨이 섞인 그 감정이요.

우체부 아저씨의 오토바이 소리도 어렴풋이 느껴지는 것 같고요.

아침에 눈을 뜨면 휴대폰을 켜고 메일부터 확인합니다.

바로 이런 느낌 때문이지요.


-친정 엄마와 딸들이 말렸는데도 제주도 올레길을 걷고 있어요. 제주도는 매일 다른 풍경들이 열일을 하고 있네요. 민우 씨의 여행도 그래서 좋아요. 짱박혀 있지 않고, 궁금해하는 모습이 좋아요.


-1. 재미있다.

2. 태국 이해도가 높아진다.

3. 작가와 친구가 된 것 같다.

4. 새벽에 잠이 깨면 우울했는데, 메일을 받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5. 우아한 문화생활을 한다는 자부심이 있다


-호기심에 구독을 했지만, 이제 매일 작가님 글을 기다립니다. 비슷한 연배의 작가님이 저를 회상에 잠기게도 하고, 잃어버렸던 추억을 끄집어내 주기도 합니다. 임팩트가 강한 글은 아닙니다. 잔잔한 호수의 이슬비처럼 촉촉이 적시는(연애 신파 소설이라고 오해받으실 수도 있을 듯) 글이 너무 좋습니다. 방콕에서 만나 식사 한 번 하고 싶은 마음 간절합니다.


제 편지글이 이런 이유로 반갑답니다. 저는 늘 열심히 쓸 뿐이고, 객관적인 시선은 불가능해요. 자극적이고, 즐거운 콘텐츠로 가득한 세상이지만, 맨 밥에 물 말아서 먹는 김치가 꼭 스테이크보다 못한 건 아니니까요. 씹을수록 맛이 우러나는 물 같고, 밥 같은 글을 쓰겠습니다. 마감은 10월 31일 밤 열두 시까지입니다. 마감 지나고 문의를 그렇게 많이들 주세요. 우리의 시간은 화살입니다. 마감은 빛의 속도로 끝나니까요. 서둘러 주시면 감사하겠니다. 11월의 독자님들 미리 반갑습니다. 입급해 주시고, 본인 성함과 이메일 주소를 댓글, 혹은 이메일 modiano99@naver.com로 보내 주세요.


지난달 편지 중 하나를 골라 봤어요. 이런 이야기가 배달됩니다.


그러고 보니 역류성 식도염 증세가 거의 사라졌네요. 몰랐어요. 사람이 간사하다니까요. 아플 때나 간절하지, 괜찮아진다 싶으면 새로 안 좋아지는 것만 보이죠. 수세미에 손을 베이지를 않나, 손톱을 깎다가 살을 파먹지를 않나. 하루면 나아야 할 상처가 일주일을 가지를 않나. 노화는 이리도 잔인하구나. 침통해하는 사이에 역류성 식도염이 사라졌어요. 계속 나빠져만 간다고 생각했는데, 어떤 병은 치유 중이었던 거죠. 몇 달간 저녁 먹고 물도 안 마셨어요. 제가 이렇게나 독한 놈이었나요? 덕분에 역류성 식도염이 많이 좋아졌다 생각해요. 하긴 담배도 쉽게 끊었어요. 담배는 절대로 못 끊을 거라 생각했어요. 마감은 쫓아오지, 글은 안 나오지. 그럴 때 담배 한 대 빨면 여유가 좀 생겨요. 몽롱해지면서, 긴장감도 누그러지고요. 그래 한 번 써 보자. 조금 덜 심란해져서 쓰기 시작해요. 그런 담배를 끊었다니까요. 의지가 그렇게 강한 편이 아닌데도요. 십 분 후에도 피우고 싶으면 그때 피우겠다. 담배를 피우되, 충동적으로는 안 피우겠다는 다짐부터 했어요. 십 분 후에도 피우고 싶다면, 진짜 피우고 싶은 거다. 십 분 후에 흡연을 허락했죠. 일주일 만에 흡연량이 반의반으로 줄더군요. 볼펜이나 연필로 담배 피우는 시늉을 해봐요. 볼펜을 전자담배라고 했으면 과연 안 속아 넘어갈 수 있었을까? 제 쾌락 지능에 의심이 가더군요. 담배를 피우고 싶은 건지, 피우고 싶다고 착각한 건지 무지 헷갈리기 시작하더라니까요. 내 욕망을 못 믿겠다. 담배를 끊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어요.

예전에 라디오에서 흘려들은 사연도 비슷했어요. 연예인 사연이었을 거예요. 선배 방에 대마초가 가득 말려지고 있더래요. 이게 웬 떡이냐? 선배도 없겠다. 종이에 말아서 담배처럼 나눠 피웠더니, 뿅 가더랍니다. 작곡 신이 강림했다. 즉석으로 곡이 떠오르고, 연주가 잘 되더래요. 다들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었나 봐요. 대마초에 취해서 해롱대는데 선배가 들이닥쳤죠.

-시래기 다 어디 갔어?

말린 시래기에 뿅 갔던 거죠. 모든 욕망은 그래서 의심스러워요. 특히 식욕이요. 배가 불러도 먹잖아요. 배가 고플 때 먹고, 부르면 숟가락 놓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나요? 삼시 세끼 역사는 인류 역사 통틀어 2,300년 정도래요. 고려, 조선시대도 하루 두 끼가 일반적이었죠. 시간을 정해 놓고 먹는 식사가 우리의 몸을 파괴할까요? 유지시켜 줄까요? 저는 파괴하는 쪽이라고 봐요. 가장 이상적인 건 몸에 맞게, 허기에 맞게 먹는 거죠. 배가 고플 때만 먹으면 돼요. 당연하잖아요. 고프면 먹고, 부르면 숟가락 놓는다. 이걸 반박할 논리가 있을까요? 알면서도 저부터도 삼시 세끼를 다 먹어요. 방에만 갇혀서 글을 쓰니까, 한 끼, 한 끼를 기다리고, 먹고, 치우는 게 중요한 일과가 됐어요. 하루를 쪼개 주고, 오전과, 오후를 분배해서 쓸 수 있게 해 줘서요.

욕망을 의심해 보세요. 저도 의심했기 때문에 담배를 끊었어요. 야식을 끊었어요. 덕분에 몸이 훨씬 가벼워졌고요. 욕망을 의심하다 보면, 욕망에서 자유로워지는 날도 오지 않을까요? 길들여지지 말고, 욕망을 길들이면서 살아 봐요. 저도 여전히 노력해야 하는 처지니까 우리 같이 노력해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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