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해서 모두 까고 싶었어

by 모노

피곤해서 모두 까고 싶었어

퇴근하고 집에 가니 다들 기분이 좋아 보였다. 친정 엄마는 남편이 준비한 어떤 선물 때문에, 은총이는 아빠가 핸드폰을 허락해서, 남편은 이른 퇴근이 이유인 듯했다. 나는 피곤했다. 늦은 저녁을 먹으며 방탄소년단의 세입 미, 런, 불타오르네, 쩔어 뮤비를 보는 동안 은총이는 내 옆에서 공룡 영상을 봤다. 이 녀석 아직 유치원 원복 그대로네. 씻기 싫다고 버틴 모양이다.


밥을 다 먹었는데도 꼼짝하기 싫었다. ‘은총아 우리 삼십 분만 더 보고 씻자.’ 우리는 기분 좋게 삼십 분을 더 늘어져 있었다. 그러나 핸드폰을 꺼야 할 시간이 되자 은총이는 기분이 나빠졌다. 그래 그 기분은 엄마도 안다..


은총이는 식탁 밑으로 들어가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 씻기 싫다는 이유를 댔지만 공룡 영상을 더 보고픈 마음과 잠투정이 섞인 것 같았다. 빨리 나오라고 소리쳤다. 안 나왔다. 기다리면 나올 테지만 기다리기 싫었다. 나는 거실이며 주방이며 불을 다 껐다. 안방 문까지 닫아 버리려다 캄캄한데 혼자 둘 수는 없어 말했다. ‘마지막이야 열 세는 동안 안 나오면 엄마는 은총이 혼자 두고 들어갈 거야.’

열을 셌는데도 안 나온다. 녀석은 나의 약한 마음을 파악하고 있다. 결국 힘으로 끌어내야 했다. 끌어내는 과정에서 은총이가 내 손등을 쳤는데 뼈를 잘못 맞았는지 너무 아팠다. 아파서 더 화가 났다. 안아주고 마음이 가라앉기를 기다려야 했지만 우는 채로 씻기고 침대에 눕혔다.


그 와중에 남편은 은총이 데리고 먼저 자라는 제스처로 티브이를 켜려다가 나에게 욕을 얻어먹었다.


우리 셋은 침대에 누웠다. 평소대로 이름 맞추기 게임을 하기엔 만사가 귀찮았다. ‘오늘은 게임 안 할 거야.’ 나의 공격에 은총이는 토토로로 때렸다. ‘은총이는 엄마를 사랑하지 않나 봐. 엄마도 때리면 아파. 아까 은총이가 때려서 여기 아직도 아프단 말이야. 게임 안 해.’


옥신각신을 끝내고 서로 진정되었을 때 물었다. ‘은총이는 엄마 사랑하니’ ‘엄마 좋아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순간 나는, 이 녀석이 나를 상처 주려고 사랑한다는 말보다 부족한 표현인 좋아한다는 단어를 선택하는구나... 까지 생각했다. 졸려서 판단력이 흐려지고 있었다.


나는 셋 중에 제일 먼저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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