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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희극이냥 비극이냥?

야옹야옹,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구...야옹.

by 모두쌤

맛집으로 붐비는 식당에 갔습니다.

점심시간보다 일찍 가야 자리를 잡을 수 있어서 약속시간보다 1시간은 일찍 갔습니다. 그런데, 식사할 일행이 다 와서 한꺼번에 같이 입장을 해야 한다는 규칙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일부 인원만 와서 미리 좋은 자리를 잡는 우리나라 특유의 만행(?)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유명 맛집인 이 식당만의 규칙인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아직 일행이 식당에 다 도착하지 않은 저와 다른 일행들은 주차장 인근에서 다른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만난 고양이 한 마리.

바둑이처럼 흰색 바탕에 검은색 얼룩이 예쁜 고양이였습니다. 아니, 지금 생각해 보니 검은색 바탕에 흰 무늬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야옹"하고 부르니 냉큼 달려와서 얼굴을 비빕니다. 길냥이 특유의 댕댕이적 친화력(?)을 갖춘 강력한 녀석의 야옹거림에 저 역시 무장해제가 되고 맙니다. 항복~


<길고양이>
길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고양이(Felis catus)를 이르는 말. 흔히 도심지나 그 인근에서 서식하는 고양이를 지칭한다.
(출처 : 나무위키)

가끔은 길고양이가 부럽기도 합니다.

어지러운 세상, 복잡한 인간관계, 얄팍한 잇속, 거들먹거리는 사람들 속, 아침과 저녁의 상황이 변화무쌍한 사회 속에서 지내다 보니 더욱 그렇습니다. 저 길고양이처럼 아무 데서나 눕기도 하고, 이 사람 저 사람 가리지 않고 다가서서 야옹거리다가 마음 바뀌면 바로 떠나기도 했다면 훨씬 더 세상 사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고양이로서의 삶도 절대 쉽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자기를 챙겨주는 집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나름 험한 길고양이들 간의 보이지 않는 알력과 경쟁도 있겠지요. 바람이 불면 바람도 맞고, 눈비가 오면 눈비도 맞고, 며칠을 굶기도 하고, 이상한 사람들의 발길질도 당할 수 있고요. 어딘가에 속하지 않았다는 자유로움은 결국 모든 것을 하나에서 열까지 자기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말의 다름 아니겠지요. 그러니 어찌 길고양이로서의 하루하루의 삶이 쉬울 수 있을까 싶습니다.


"삶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요,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Life is a tragedy when seen in close-up,
but a comedy in long-shot., 찰리 채플린)"라고 했던 것이 떠오릅니다.

늘 그렇습니다.

나를 뺀 주변의 모든 것들은 늘 좋아만 보입니다. 학생일 때는 그렇게 선생님이 좋아 보였는데. 막상 선생님이 되어보니, 학생이 부럽습니다. 교사시절에는 교감이 참 부러웠는데 교감이 되어보니 그냥 교사가 더 좋아 보입니다. 나중에 교장이 되면 교감이 좋아 보일까요? 참 간사한 것이 사람의 마음이고, 그 마음의 욕심에는 끝이 없어 보입니다. 그게 또 우리의 삶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야옹이 한 마리를 통해 "너무 과한 것'을 느끼는 것 같은 하루입니다. 야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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