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는 어떻게 막을 것인가?

헛소리 모으기 15. 모든 사회의 난제

by 모두다




한 달 하고 조금 더 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Pennsylvania)의 한 농장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 그 총격 사건으로 두 명이 사망, 그리고 세 명이 부상을 당하게 됐다.

부상자 중 한 명은 오른쪽 귀가 총탄에 찢어지는 경미한 부상을 입으며, 치료받은 뒤 곧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었다. 그 부상자의 이름은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1946~), 미합중국 제45대 대통령인 동시에, 제47대 대통령 후보자인 남자다.

전 대통령, 그리고 곧 있을 대통령 선거의 유력한 후보가 총격을 당했다는 사실은 곧바로 세계 각지로 퍼져 나갔다. 10,000km 이상 떨어진 한국에서도 큰 이슈가 되고 하루종일 뉴스로 보도가 될 만큼의 파급력을 지닌 사건이었다. 다른 국가도 아닌, 초강대국인 미국에서, 그것도 다른 정치인도 아닌 전 대통령이 암살시도를 당했으니 말이다.


860x394.jpg 총격 사건 당시 선거 유세현장의 사진. Jabin Botsford/The Washington Post

2013년 미국에서 발효된 ‘전직 대통령 보호법’에 따르면, 한번 대통령직에 오른 사람은 평생 경호를 받을 수 있다. 대통령 경호처는 159년의 역사를 지닌 비밀경호국(United States Secret Service)으로, 선발되는 인원은 모두 우수한 실력을 지녔고 기관의 권환도 막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널드 트럼프가 총격을 당할 당시에도 비밀경호국이 경호를 책임졌다. 이들과 더불어 지역 경찰과 주 보안관도 당시 경호 및 보안 업무에 임하고 있었다.


자, 이렇게 엄청난 경호 인력이 전직 대통령이라는 VIP를 지키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의 감시와 엄호를 뚫고 암살하기 위해선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필사의 각오를 한 수십 명의 동료?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 무기? 적 내부의 스파이?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특수 요원? 막대한 비용으로 고용된 뛰어난 암살자? 정부조차도 함부로 못하는 비밀조직?

놀랍게도 필요한 건 20살의 젊은 청년과 AR-15계열의 소총 한 자루가 전부였다. 용의자인 토머스 매튜 크록스(Thomas Matthew Crooks, 2003~)는 대학 진학을 앞둔 학생으로, 지역 사격클럽의 회원이었다는 점을 제외하곤 그 어떠한 군 경력이나 외부 커넥션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 일반적인 학업 과정을 거쳤으며, 다른 범죄 이력도 없었다. 다시 말해 지극히 평범하고 일반적인 시민일 뿐이었다.

그런 그가 도널드 트럼프를 저격한 거리는 불과 150m였다. 특별한 군사 지식을 가지지도 않은 학생이 비밀경호국의 엄중한 경호를 뚫고 150m까지 접근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의 사격 역시 매우 정밀했다. 사격 당시 도널드 트럼프가 우연히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지 않았다면, 토머스 크록스가 발사한 총알은 트럼프의 우측 후두부를 관통할 수도 있었다고 한다. 최소 중상에 심하면 현장에서 즉사할 수 있는 사격이었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지 않은가? 미국에서도 가장 우수하다고 알려진 비밀경호국의 경호를 받고 억만장자인 동시에 현 미국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차기 대통령 후보가, 별다른 경험이나 돈이나 인맥을 가진 것도 아닌 평범한 갓 성인이 된 학생에게 암살당할 뻔하다니. 이 때문에 갖은 음모론이 난립하긴 하지만, 현재까지의 수사 결과로는 토머스 크록스의 단독 소행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11.jfif 2021년 촬영된 토머스 크록스의 모습. Bethel Park High School Year Book


한때 미국 권력의 최정점에 오르고 다시 오를 수도 있는 정치인이, 평범한 시민에게 죽을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어떻게?”라는 질문이 절로 떠오르는 대목이다. 비밀경호국은 수조 원의 예산을 편성 받는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¹ 미국이 비록 총기 소지가 허가된 국가라 할지라도, 일반 개인이 이러한 암살을 시행하고 성공할 뻔했다는 사실은 참으로 놀랍다.

미국은 이러한 대통령에 대한 암살시도가 꽤나 빈번한 국가이기도 하다. 그리고 총 46대 대통령을 거치는 동안, 4명에 대해선 암살이 성공하기도 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에이브러험 링컨(Abraham Lincoln, 1809~1865)은 극장에서 공연을 보던 중 암살당했다. 제임스 가필드(James Garfield, 1831~1881)는 많은 시민들과 함께 기차를 기다리던 중 총격을 받고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윌리엄 매킨리(William McKinley, 1843~1901)는 박람회장에서 습격당하고 며칠 뒤 병상에서 사망했다. 존.F 케네디(John F. Kennedy, 1917~1963)는 차량 퍼레이드 중 저격당하며 현장에서 즉사하고 말았다.

암살범들은 각자 배우, 변호사, 공장 근로자 출신의 정치운동가, 해병대 출신의 무직자였다. 그 직업도 천차만별이고 암살 방식도 차이가 있지만, 모두 엄청난 배후가 있다거나 상상할 수 없는 이력을 지니고 있다기보단, 일반적인 시민에 가까운 인물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미국의 대통령과 대통령 후보들은 이렇게 성공한 경우를 제외하고도 11건의 암살 시도로 목숨을 위협받은 사례가 있다.² 평범한 일반 시민이 한 국가의 최고 권력자를 사살할 수도 있다는 것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국가는 이런 암살 위협을 막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살인에 대한 형벌을 높여야 할까? 미국은 이미 오랜 역사 내내 사형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몇백 년의 형량을 부가하는 엄벌주의를 채택한 대표적인 국가이기도 하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에 대한 경호를 강화해야 할까? 앞서 살펴보았듯이 비밀경호국은 이미 막대한 예산을 배정받고 그 권환도 미국 내 정보기관 중 최상위에 속한다. 총기를 규제해야만 할까? 미국에선 이미 작년 한 해만 총기사고로 4만 2천 명이 사망했다.³ 규제가 가능했다면 이미 진작에 시행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암살을 예방할 수 있을까? 아니, 더 나아가, 어떻게 해야 범죄를 예방할 수 있을까? 이는 앞서 본 미국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국가에서 가장 궁금해할 질문일 것이다.

오늘 날 범죄가 사회문제가 되지 않는 국가는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경우, 2022년 기준 총 148만 건의 범죄가 발생했으며⁴, 범죄자 수는 135만 명에 달한다.⁵ 10만 명당 범죄발생건수로 바꾸면 1,943건이라는 통계가 나온다.⁶

광복 직후부터 지금까지 존재해 온 법이라는 체계와 경찰이라는 치안조직은, 이러한 범죄의 존재 때문에 지금까지도 존재해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 기나긴 시간 동안 많은 인원과 자원을 통해 범죄를 없앨 방법을 강구했지만, 지금까지도 그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7500-rpm-LJp0F9Icjlc-unsplash.jpg Copyright 2019, 7500 RPM

혹자는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선 그에 대한 형벌을 강화해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도록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런 주장에 찬동하는 사람들도 꽤 있는 것 같다. Youtube나 인터넷 커뮤니티, 인터넷 뉴스 등을 보면 어떤 범죄자에게 몇 년의 징역이 부과되었다는 소식에 분개하는 사람들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은 범죄자에게 관대하다거나 범죄자 인권을 우선시한다는 등의 반응을 보면, 사법 체계 자체에 대한 불신이 존재하는 분위기마저 느껴진다. 이들은 대한민국은 범죄에 대한 형벌이 너무나도 약한 국가라고 인식하고 있다. 그러기에 몇십 년, 심하게는 무기징역과 사형에 해당하는 형벌을 통해 범죄자를 벌해야 한다는 것이 주된 주장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이미 사형제도가 존재한다. 비록 그것의 시행이 1997년 이후로는 중지되었을 뿐. 현재 사형수 신분으로 수감된 범죄자는 59명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⁷ 가장 최근 법정에서 사형이 선고된 것은 2016년이다. 그리고 무기징역 역시 지속해서 선고되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 사법체계의 실정이다.

엄벌을 촉구하는 많은 이들이 이상으로 삼는 것이 미국식 사법체계라는 것을 고려해보면, 이러한 주장이 큰 설득력을 지니진 못하는 것 같기도 하다. 미국은 10만 명당 범죄 발생건수를 지수화한 범죄지수가 50에 달한다. 한국의 약 2배에 해당하는 수치이다.⁸ 약 170만 명을 수용하고 있는 미국의 교도소들은 매일 들어오는 새로운 재소자로 인해 포화상태에 다다르고 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민영 교도소라는 제도의 존재 덕에, 이 새로운 재소자의 존재는 기업에 이익을 가져다준다.

매일같이 재소자가 나가고 들어오는 순환으로 범죄자들은 오히려 교도소에서 범죄를 학습하게 된다. 2021년 미 법무부 보고서에 따르면, 출소한 범죄자 중 70%가량이 5년 내로 재범을 저질렀다고 한다. 거기다 몇십, 몇백 년의 형량에 무색하게도 미국의 보호관찰과 가석방을 합친 비율은 약 60%에 달한다.⁹

엄격한 형량이 범죄 예방에 마냥 도움이 되지는 않는 것도 같으며, 그 엄격함이란 것 역시 어느 정도는 허수가 껴있는 상황이다. 이것이 해답이 아니라면, 어떻게 범죄를 예방해야 하는가?


범죄에 대한 접근성을 낮추는 것 역시 하나의 방법이다. 범죄에 대한 허들을 높여 일반시민들이 범죄도구와 방법, 이를테면 흉기 등을 소지하지 못하도록 해 범죄를 저지르거나 가담하지 못하도록 만들자는 것이다. 가장 직접적인 예시로는 규제를 들 수 있다.

현재 한국에서도 갖가지 규제를 통해 시민들을 범죄로부터 격리시키고 있다. 대표적으로 총기류는 민간인이 소지할 수 없으며, 수렵면허를 지닌 전문가들도 엽총류만 경찰관서에 보관하는 형식으로 이용할 수 있다. 도검류도 허가를 받아야만 소지가 가능하다. 이런 방식은 범죄의 가능성을 원천차단함으로써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작년 한 해 동안 대한민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칼부림 사태만 보더라도 일상 속 모든 도구는 범죄도구가 될 수 있다. 작은 식칼만 하더라도 인체의 급소를 공격하면 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 그렇다면 식칼도 규제를 할 것인가? 그렇다면 둔기로 쓰일 수 있는 망치 같은 공구들은? 목을 조를 수 있는 밧줄 등은? 이러한 규제에 의존하는 논리대로면 종국에는 모든 국민이 24시간 내내 수갑을 차고 자택 연금되는 사회가 될 것이다.

범죄를 막고자 금주법을 시행했지만, 이로 인해 더 많은 범죄를 야기시킨 미국의 역사만 보더라도 이런 방법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진 못한다. 모든 국민들의 모든 것을 감시하고 금지시킨다면 범죄가 사라지기야 하겠지만, 나로선 이런 사회가 교도소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


martin-podsiad-wrdtA9lew9E-unsplash.jpg Copyright 2024, Martin Podsiad

이런 형벌과 규제가 정말로 범죄를 원천차단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 있다. 미국뿐만 아닌 우리나라도 대낮 도심 한복판에서 암살이 일어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2006년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朴槿惠, 1952~)는 괴한에게 흉기로 피습당하는 사건을 겪었다. 당시 범행에 사용된 흉기는 커터칼로, 피해자는 얼굴에 길이 11cm에 깊이 3cm의 자상을 입었다.

그리고 2022년 이웃 나라인 일본에선 전 내각총리대신이 습격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1954~2022)는 다가오는 총선거의 선거 유세에 나섰다가 사제 불법 총기에 피격당했다. 당시 용의자가 사용한 총기를 파이프에 쇠구슬을 채워넣고 폭죽용 화약을 이용해 격발하는 매우 단순한 구조를 지녔다.

과연 이 사건의 용의자들은 자신들의 행동으로 인해 범죄자 신분이 된다는 형법 지식이 없었을까? 박근혜를 피습한 범인 지충호(1956~)는 이미 전과를 통해 교도소에 수감된 전적이 있는 인물이다. 아베를 사살한 범인 야마가미 데쓰야(山上徹也, 1980~)는 자위대에서 3년을 근무하고 전역 후 다양한 직업을 지녔었다. 형법 지식이 전무하고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징역을 살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규제를 벗어나는 행위를 통해 흉기를 사용한 것도 아니다. 커터칼은 문구점뿐만 아니라 길거리에 몇 개씩 늘어서 있는 편의점에서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도구다. 일본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총기와 도검류를 규제하는 법률을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야마가미 데쓰야가 제조한 사제 총기는 모두 합법적인 방법으로 구매할 수 있는 재료를 통해 만들어졌다.


그렇다면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이에 대한 해답은 쉽다. 하지만 그것을 실현하기란 매우 어렵다. 범행 동기를 없애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위의 문장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수 있다.

‘그걸 누가 모르는데? 그게 가능하면 진작에 세계평화가 이뤄졌겠지.’

너무 이상적인 해답이라는 것은 나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 모두 착하고 바르게 삽시다.’와 같은 허울 좋은 뜬구름 잡는 소리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범죄라는 것을 ‘심각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범죄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매우 부도덕하고 악하며 결코 용납되어서는 안 될 행위라는 인식을 갖고있다. 그리고 그만큼 나 자신은 결코 범죄를 저지를 일이 없을 것이라고도 생각한다.

이것을 부정하고 싶진 않지만, 앞서 보았듯이 우리는 한 해에 148만 건의 범죄가 발생하는 사회에 살아가고 있다. 단순 산술로만 따져보아도 하루 평균 4,054건의 범죄가 발생하는 셈이다. 즉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사회 어디에서인가 범죄는 발생하고 있다. 단지 우리는 그것을 인지하지 못할 뿐. 우린 스스로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범죄와 밀접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범죄라는 것의 발생이 매우 드물고 특이한 사건이라고들 생각한다. 나를 포함, 주위 사람들이 범죄에 휘말리는 경우는 쉽게 접하기 어렵기 때문일까? 나의 경우만 보아도 범죄에 대해 인식하게 되는 경우는 화면 너머 뉴스를 통해 피상적인 정보를 받아들일 때뿐이다.

그리고 우리가 접하는 범죄 정보는 흔히 말하는 중대 범죄에 대한 것이 더 많다. 어디에 사는 누구 씨가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은 채 운전했다는 뉴스를 들은 바 있는가? 그런 것보다 누군가 누구를 살해했다는 뉴스가 신문 1면이나 웹페이지 상단을 차지하는 경우가 더 많다. 살인사건이 안전벨트 미착용보다 더 빈번히 발생할 리는 없는데도 말이다.

이 덕분에 우리는 범죄라는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알던 누군가, 예컨대 유명 연예인이나 정치인, 혹은 자신의 지인 등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소식을 들으면 충격을 받곤 한다. 그에 대한 살벌한 비난은 덤으로 말이다.

그만큼 우리는 범죄에 매우 엄중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일상에서 쉽게 범죄를 접하고, 스스로가 저지르기도 한다. 안전벨트 미착용, 과속, 무단횡단, 자전거를 통한 인도 주행, 불법 주정차, 담배꽁초와 같은 작고 큰 쓰레기 무단투기 등... 이 모든 행위도 모두 범죄에 속한다. 과연 살면서 이런 부류의 사소한 범죄행위를 단 한 번도 저지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자랑할 바는 아니지만, 적어도 나는 아니다.


daniel-von-appen-WW-4bspunFY-unsplash.jpg Copyright 2024, Daniel von Appen

그럼에도 사람들은 자신은 결코 큰 범죄는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에게 너무나도 관대한 것이다. 과연 이에 대한 근거는 무엇일까? 자신이 죽을 때까지 어떻게 살 것인지 미리 미래를 보고 오기라도 한 것일까? 그런 것이 아니라면 아쉽게도 그것은 단순한 믿음에 불과하다.

가장 중대한 범죄라고 일컬어지는 살인에 대해 생각해보자. “당신은 살인을 저지르시겠습니까?”라고 묻는다면 선뜻 “예.”라고 대답할 사람은 드물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당신을 살인 방법을 아십니까?”와 “당신을 살인을 저지를 능력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는 솔직하게 “아니오.”라고 대답하기 힘들다. 나는 사람을 죽이는 방법을 알고 그것을 시행할 능력도 지니고 있다. 매우 높은 확률로 당신도 그럴 것이다.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작고 큰 날붙이부터 각종 도구를 이용하면 사람 한 명 살해하는 것은 매우 간단한 일이다. 인공적인 도구가 없다면 길거리에 널린 돌멩이로 후두부를 지속적으로 가격하는 방법으로도 사람을 살해할 수 있다.

설사 그런 도구가 없더라도 맨손으로 살해하는 다양한 방법이 존재한다. 두 손으로 목을 졸라 두뇌로 가는 혈액을 차단하기만 하더라도 사람은 몇 분 내로 사망한다. 이런 물리적 방법 외에도 화학적 방법을 사용하면 누구나 사람을 죽일 수 있다. 농약과 쥐약, 부동액 등 일상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약품이면 일시다발적인 살해 행위도 가능하다.

즉 우리는 누구나 사람을 죽일 수 있다.


얼마 전 나는 한 끔찍한 아이디어를 떠올린 적이 있다. 조금의 수고만 들이면 도심 한복판에서 엄청난 인원의 사상을 발생시킬 수 있는 방법에 관한 것이었다. 내 계산에 따르면 이 방법으론 최대 3,000명이 사망할 수 있다. 그리고 나는 그 방법이 매우 어려운 것이 아니고 그 기회도 매일 존재하며 나와 같은 일반적인 시민들도 행할 수 있는 것이라는 점에 조금 놀랐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시행하지 않았다. 왜 그럴까? 나에게는 그럴 용의가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나는 3,000명을 사살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으며 그래야 할 이유도 없다. 여러분이 타인을 살해하는 방법을 알고 그럴 능력도 있지만, 그를 실행하진 않는 것처럼 말이다.

즉 우리는 범죄 동기가 없기에 그것을 저지르지 않는다. 혹자는 그에 따른 형벌 때문에 저지르지 않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법적 책임에서 면제된다 할지라도 곧바로 살인을 저지를 수 있는 사람은 적을 것이다. 설사 저지른다고 해도 자신이 평소 증오하던, 즉 살해 동기가 있는 이를 죽이지, 아무런 관계도 없는 생면부지의 누군가를 살해하진 않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는 아무런 잘못도 없는 타인을 죽이지 않는다는 최소한의 도덕관념을 지니고 있는 존재들이다. 많은 사람들은 그럴 이유도 갖고 있지 않으며, 그러고 싶어하지도 않는다.

이런 도덕관념이 깨지는 순간은 바로 한 개인이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강한 동기를 갖는 순간이다. 다시 말해 자신이 지닌 도덕관념을 폐기할 정도로 강한 의지를 지니게 되는 순간, 인간은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

그러기에 나는 한 개인이 범죄를 저지르기로 결정하는 데 가장 큰 요인이 되는 것은 그 사람의 의지라고 생각한다. 방법을 알고 그럴 능력이 있더라도, 그를 시행할 의지와 행동력이 없다면 범죄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이 글의 서두에서 굳이 긴 문장을 할애하며 대통령 암살에 대해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 국가에서 가장 많은 자원을 들여가며 보호하고자 하는 것도, 단 한 개인이 충분한 의지만 발휘함으로써 보호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한 사람을 죽이는 것은 너무나도 쉽고 간단한 일이다. 그리고 사회적인 파장을 불러일으킬 만큼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는 범죄, 이를테면 테러 같은 경우도 예상보다 쉽게 벌어지곤 한다.


800px-CBP_World_Trade_Center_Photography_16.jpg CBP, "An aerial view of the NYC Customhouse and surrounding area", 2001

9.11 테러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 미국의 항공 보안은 터무니없을 정도로 허술했다. 칼과 같은 날붙이를 지니고 탑승할 수 있었고, 항공기의 기장실엔 잠금장치가 없거나 문조차도 없이 천막으로 분리해둔 경우도 있었다. 실제 9.11 테러를 위해 항공기를 하이재킹한 범인들은 개인이 소지하고 있던 나이프를 이용, 승무원을 협박하고 조종사를 살해하는 등의 방법으로 하이재킹하는데 성공했다.

이런 허술한 항공 보안은 그 이전부터도 존재했음에도, 2001년이 되어서야 하이재킹이 성공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미국 내에서 항공기를 탈취해 테러 행위를 벌이고자 한 조직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라 생각한다.

정치적 동기가 있다고 하더라도, 감히 수천 명의 민간인을 죽이면서까지 테러를 시행할 의지를 지닌 이들은 알 카에다(Al-Qaeda)를 제외하곤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도 같이 희생되어야만 하는 그런 정신 나간 계획에 감히 동참한 테러리스트들은 다른 누구보다도 강한 의지를 지닌 이들이었다.


그 후 항공 보안이 막중하게 강화되며 이런 사건이 발생하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사회가 테러로부터 완전히 안전해진 것도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미국은 한 해에만 4만 2천 명이 총기사고로 사망하는 국가이다.

그리고 총기난사 사건은 9.11 테러 이전의 20세기부터 오늘날의 2024년까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많은 수의 총기난사 사건은 그 대상이 무작위인 통칭 묻지마 범죄라는 점이 일반적인 테러 범죄와 차이가 있다.

총기난사 사건은 모두 제각기 다른 양상을 보이지만, 많은 가해자의 행동에는 한 가지의 공통점이 발견되곤 한다. 범죄자들은 범행 후 자살을 행하거나 사살을 당하거나 체포 후 항소를 포기하는 등, 자신의 인생에 대한 미련이 없는 것도 같은 정서적으로 무언가가 결여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나는 이들이 어떤 이유에서 이러한 범죄를 저지르는지는 모른다. 그렇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들은 단순히 타인을 살해하고자 하는 것보단 다른 무언가의 확실한 동기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나는 많은 총기난사 사건이 가해자가 다닌 학교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그 근거로 생각한다.

단순히 많은 사람을 살해하고자 한다면 총기난사범들의 범행장소는 한정될 것이다. 다수의 사람들이 밀집하고 범행 지역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장소들 말이다. 이의 대표적인 장소로는 지하철이 있다. 만원의 지하철에는 수백 명이 탑승하고 그들의 이동 경로 역시 일직선의 통로로 한정되어있으니 말이다.

지하철이 운행을 멈추고 승객들이 탈출한다고 해도 그들은 좁고 긴 터널을 통해 도망쳐야만 하니, 대량살상을 목표로 하는 총기난사범에게 있어서는 최적의 장소라 할 수 있다. 심지어 지하철은 항공과 달리 그 보안이 철저하지도 않다. 무거운 가방을 몇 개씩 짊어지고 개찰구를 통과해도 그것을 제지하거나 이상하게 생각할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많은 총기난사 사건의 범인들은 자신의 동네, 혹은 학교 등을 범행 대상 지역으로 삼았다. 로컬(Local)을 대상으로 하는 것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대부분이 타인과 깊은 정서적 교류 관계를 지니지 않았고 특정 세력에 소속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외로운 늑대(Lone Wolf)’ 형 범죄에 해당한다는 것도 이의 한 근거가 된다고 생각한다.


adrian-swancar-JXXdS4gbCTI-unsplash.jpg Copyright 2020, Adrian Swancar

그렇다면 이들이 묻지마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도록 막는 방법은 무엇일까? 더 엄격한 규제? 앞서 보았듯 한국의 묻지마 범죄자들은 나이프 등을 이용해서라도 범죄를 저질렀다. 사회적 격리? 누가 언제 범죄를 저지를지 알고 격리할 수 있을까? 아직 발생하지 않은 범죄에 대해서 미리 처벌하는 것이 올바른 일인지에 대해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엄중한 처벌? 그 범죄자들 역시 자신이 최소한 몇십 년의 징역형에 처하게 되리란 것은 충분히 인지했을 것이다.

이런 물리적인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면 가장 확실한 것은 원천차단을 하는 것이다. 범행을 저지를 동기를 없애는 것. 그것이 우리 사회와 범죄자 모두에게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

물론 이것은 매우 어렵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 문제에 매달리고 있지만 아직 해결은 요원한 상황이다. 그리고 아마 인류와 사회가 존재하는 한, 이 문제를 완전히 해결해 범죄라는 것이 없는 현실을 만들기란 거의 불가능 할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최소한의 시도는 할 수 있다. 범죄를 저지른 이들이 사회화 과정을 다시 거치며 교화시키고자 하는 교정주의가 그러한 시도의 대표적인 예다.

교정주의를 시행하고 있는 국가들은 범죄자를 단죄하기보다는, 범죄자가 범죄를 일으키지 않고도 일반적인 시민처럼 살아갈 수 있도록 유도하고자 한다. 즉 범죄자를 시민으로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때문에 교정주의에서는 단순히 범죄에 대해 강한 형벌을 부과하는 것, 오늘날에는 징역 형량을 높이는 등의 처벌은 지양한다. 대신 교도소 내에선 범죄자들에게 직업교육을 하거나 지속적인 심리치료를 진행하는 등의 프로그램을 시행한다. 이들이 형량을 마친 후 사회로 복귀하더라도 정상적으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rainer-bleek-8SbsC64jfIM-unsplash.jpg Copyright 2021, Rainer Bleek

교정주의가 엄벌주의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있다. 하지만 난 교정주의는 그 존재만으로도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교정주의는 반사회적인 범죄자를, 사회에 도움이 되는 시민으로 바꾸고자 노력한다. 그를 격리하기보단 어떻게든 사회의 일원으로 만들어 재기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아무런 교육과 교화과정을 거치지 못한 채, 몇십 년 동안 격리되어 있던 범죄자가 사회에 복귀하게 되면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적어도 일반적인 직업을 갖고 평범하게 사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에겐 범죄가 곧 생존 방식이 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범죄를 저지르는 이유가 존재한다면, 그리고 범죄를 저지를 충분한 의지만 있다면 범죄의 존재는 영원할 것이다. 때문에 교정주의는 이 ‘이유’를 없애고자 굳이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이들까지도 포용하고 교화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잔혹한 테러를 저지른 이들 역시 자신이 증오하는 대상, 혹은 사회 그 자체에 엄청난 불만을 갖고 있었다. 우리는 이런 그들을 보고 단순히 ‘이상한 개인’으로 치부하고 넘길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 몇몇 ‘이상한 개인’이 이런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면, 어째서 그런 이들이 자꾸만 생겨나는 것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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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들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격리시키는 것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리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의 범죄는 묻지마 범죄라는 이름을 지니고 있지만, 반대로 우리는 그들에게 계속해서 물어봐야만 한다.

‘왜 당신은 증오를 품고 있는가? 범죄 말고 그것을 해소할 다른 방법은 없는가? 애초에 증오를 지니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없는 것일까?’

그리고 그들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한다면, 우리가 같이 찾아줄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마저도 이것을 포기해버리고 만다면, 대체 누가 이에 대한 해답을 내릴 수 있을까?

영원히 풀리지 않을 미제로 남겨두길 택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범죄를 막을 것인지에 대한 탐구도 포기하는 꼴이 될 것이다.




각주


¹. Department of Homeland Security, "U.S. Secret Service Budget Overview", 2023

².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1148984

³. https://www.yna.co.kr/view/AKR20231227079200009

⁴. 경찰청, "경찰청범죄통계", 2022년

⁵. 검찰청, "범죄분석통계", 2022년

⁶. 검찰청, "범죄분석통계", 2022년

⁷. https://www.mk.co.kr/news/politics/10932325

⁸. https://worldpopulationreview.com/country-rankings/crime-rate-by-country

⁹. Prison Policy Initiative, "United States profile",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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