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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의역사 Feb 11. 2020

예물 예단의 역사는 결코 낭만적이지 않았다

#1 인간 화폐의 역사, 그 첫번째 이야기

    


얼마 전까지 대한민국 청년들에게 유행하던 말이 있다.




3포세대, 헬조선





3포세대는 연애, 결혼, 출산이라는,

인간이라면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기본권을 누리지 못하는 청년 세대를 뜻한다.     




이는 우리가 직면한 사회 문제이며, 결국 모두 돈과 관련된 문제다. 돈이 없으니까 데이트 비용이 없고, 집 살 돈이 없으니 결혼을 못하고, 아이의 교육비가 많이 드니 낳지 못하는 것이다. 또한 우리는 물질 만능시대에 삶으로써, 돈으로 사랑을 살 수 있다고 믿기까지 한다. 인간마저 돈으로 가치가 매겨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완전히 틀린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사회 문제를 현대 사회에 국한된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화폐의 역사를 보면, 그렇지만은 않았다. 무려 3천여 년 전, 우리로 치면 고조선 시대에도 이러한 사회문제가 존재했다는 사실... 믿겨지는가?

     

이 시대를 ‘인간 화폐 시대’라고 한다. 인간 자체가 물건처럼 가치로서만 평가받던 시대다. 그 과정에서, 당시 최고의 노동력인 인간이 거래되었다. 그리고 그를 뒷바쳐주는 가장 합리적인 수단이 결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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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시대 당시도 사랑, 즉 결혼을 돈으로 살 수 있었다. 결혼은 다른 집안의 식구를 우리 집으로 들임으로써, 농경시대의 노동력을 사고파는 행위였다.



고대 이집트의 농장 노동을 형상화 한 그림 『사카라의 부조』




지금 대한민국은 농경사회도 아닐 뿐더러, 인간의 노동은 고도화된 기계로 대체되고 있지만, 고대 인간화폐시대의 흔적은 지금도 우리 문화 곳곳에 스며있다.



고대 씨족 중심의 농경 사회 (출처 : 주니어 RHK)




한반도는 강수량이 많아 벼농사가 활발했기 때문에, 우리는 기원전 고조선부터 1970년대 산업화 이전까지 대대적인 농경민족이었다. 지금처럼 농기계가 없던 시대에는, 노동력이 곧 그 집의 소중한 자산이었다. 따라서 며느리를 시집으로 맞이한 다는 것은, 친정의 소중한 노동력을 가져오는 것과 같았다. 그래서 일부 인류학자들은 친정에 비싼 예물을 선물하는 것도, 노동력의 대가로서 나온 문화라고 한다. 며느리의 노동력을 우리 집으로 들이는 댓가를 지불하는 것이 곧 '예물'이었다.




조선시대 예물, 함




남아선호사상이 불과 수십 년 전까지 있던 것도 마찬가지다. 여자아이를 낳는 건 경제적으로 무조건 손해였다. 딸은 돈을 들여서 키워놓으면 다른 집에 예단값 몇 푼 받고 다른 집 식구가 되었다. 즉, 농경시대만 해도 딸이 시집가는 순간, 그 딸은 경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아무 의미가 없어졌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농업 사회을 넘어, 제조업과 상업 사회로 들어섰다. 이렇게 산업 사회로 들어선 것도 1970년대 이후기 때문에, 오늘날도 농경문화 아래서 자라온 기성세대들과 도시에서 자란 젊은 세대들간의 명절 갈등이 생기곤 한다.



결혼은 언제하니?
아이는 언제 낳을 거니?




1970년대 이전의 농경사회를 사셨던 조부모님 세대가 이를 물어보시는 것은 단순한 참견이 아니다. 그분들이 젊으셨던 때는, 결혼이 가문의 가장 중요한 사업이었다.






우리나라의 고대 시대 뿐만이 아니다. 며느리를 데려오려면, 그 노동력의 가를 상대의 집에 지불해야하는 건 동서고금을 막론했다. 노예제가 성행하던 3천 년 전에는, 부인을 데려오는 대가가 크게 두가지 있었다.     


첫 번째는 어떤 방법으로든지, 그집에 다른 며느리를 채워주거나, 다른 노동력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서로 가문의 딸을 맞교환 하거나, 그게 여의치 않으면 노예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두 번째 방법은 사회적 지위를 확인 할 수 있는 가보를 줘야 했다. 이러한 고대 문화를 아직까지 지켜나가는 민족이 나이지리아의 티브족이다.

 



나이지리아 티브족


티브족의 결혼식. 신랑이 들고있는 청동 창이 곧 부족내 사회 지위를 상징하는 가보이다.




티브족은 지금도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에 현존하는 민족이다. 위 사진의 청동 창은 티브족 내에서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를 나타내는 상징물이다. 자본주의 세계를 사는 우리 입장에선, 벤츠 자동차를 가지면 소위 '있는집'으로 평가된다는 걸로 이해하면 되겠다. 이러한 대가를 지불해야만, 금지옥엽같은 며느리이자 소중한 노동력인 며느리를 데려올 수 있던게 인류 최초 교환의 역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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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화 : 인간 화폐제가 낳은 여성 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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