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끝은 합격이나 취업이 아니라 나를 바꾸는 과정자체
2화. 늦깍이 대학생의 좌절
수업시간에 따라 시간대로 쪼개서 이동을 하며
“꿈을 좇기엔 너무 늦었을까?”
현장에서 땀 흘리며 일하던 시절, 나는 늘 같은 질문을 되뇌었다.
“이렇게 평생 살 수 있을까?” 그리고 대답은 늘 "지금 당장은 먹고 살아야 하니까...."
그 질문은 '더 나은 내일을 위한 그 무엇이 없음'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남들보다 한참 늦은 25살, 나는 대학 입학 원서를 냈다.
주변에서는 “이제 와서 공부해서 뭐 하려고?”라며 고개를 저었지만,
내 안에는 작지만 단단한 열망이 있었다.
막연하기에 미지의 세계에 대한 기대감도 한몫을 했고,
'내가 선택한 길을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도 이었다.
일을 하며 공부를 병행하는 건 생각보다 훨씬 힘들었다.
낮에는 여러 현장을 돌며, 낮선 아저씨들과 노동을 하고, 밤에는 교재를 펼쳤다.
피곤에 눈이 감겨도 책을 붙잡았다.
커피와 라면으로 버틴 날도 많았다.
하지만 나는 후회하지 않았다.
땀 대신 펜을 쥐는 삶이 어색했지만, 그만큼 새롭고 셀레임도 있었다.
세상엔 내가 몰랐던 이야기와 원리, 생각들이 가득했다.
‘이 나이에 이런 걸 배우다니, 그래도 아직 늦지 않았구나.’
수업시간에 맞추어 하루하루를 시간대로 쪼개어 살았다.
현장 노동자와 학생의 신분을 바꿔가면서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며 나날을 버텼다.
마침내 4년의 시간이 지나,
학사모를 쓴 채 졸업식을 맞이한 때는
나는 너무 뿌듯했다.
‘이제 나도 지금까지와 다른 방직으로 살아가는 사회인이 될 것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세상이 나를 넥타이 멘 멋진 청년으로 반겨줄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이력서를 수십 장 보냈다.
대기업, 중견기업, 공기업 할 것 없이 모두 문을 두드렸지만
면접조차 볼 수 없었던 곳이 더 많았다.
‘나이’, ‘스펙’, ‘경력’…
그 어디에도 나는 맞지 않았다.
“졸업은 했고, 마음은 이미 현장노동자의 길에서 멀어져 있었다.
"이제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지?”
졸업장이 내 손에 쥐어진 순간, 오히려 나는 길을 잃었다.
시간이 흘러 생활비가 바닥나자
결국 다시 현장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삶은 원점으로 돌아왔고,
몸은 예전보다 더 힘들었으며, 마음도 훨씬 무거워졌다.
“그래도 4년제 대학을 나왔는데…”
이 말이 입안에서 맴돌며 스스로를 더 괴롭게 만들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때의 좌절은 내 인생에 꼭 필요한 시련이었다.
무너짐 속에서도 나는 깨달았다.
‘배움의 끝은 합격이나 취업이 아니라, 나를 바꾸는 과정 자체’라는 것을.
작은 좌절의 시간을 견뎌내면, 기대하지 않았떤 행운의 시간도 오더라
그때 쌓은 끈기와 근성은 훗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때
내게 가장 큰 무기가 되어주었다.
누군가 나에게 “대학 나와서 뭐 얻었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세상이 나를 몰라줘도, 나 스스로를 믿는 법을 배웠다고.”
자존감을 얻은 계기가 되었을까? 스스로에 대한 믿음.
그 믿음 하나가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