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무를 마친 공식적인 청춘으로 첫 사회생활
1화. 일용직 청춘의 시작
여느 시골아이들 처럼 배고픔을 알고 자랐기에 “남들처럼 대학 가야지”보다 “당장 일해서 돈벌어야지”가 먼저였던 시절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 복무를 마친 뒤, 나는 곧장 사회로 나왔다.
당시에는 진학보다 스스로 벌어서 사는 것이 더 급했다.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래서 선택한 첫 일은 건설현장 일용직이었다.
새벽에 나가 저녁에 들어오면 온몸이 땀과 먼지로 덮였고, 손바닥엔 굳은살이 차곡차곡 쌓였다.
하지만 하루 일당을 쌒아 월급을 받는 날에는 묘한 뿌듯함이 있었다.
‘하루하루 버텨서 한달을 채웠다’는 자부심이랄까.
현장은 늘 시끄럽고 거칠었다.
어른들이 “인생은 현장에서 배우는 거야”라고 말하곤 했지만,
사실 나는 그곳에서 세상의 냉정함을 더 먼저 배웠다.
비 오는 날이면 일이 없었고, 일이 없는 날은 일당도 없다. 다쳐도 쉬면 곧바로 인력시장에서 데려온 새로운 일꾼이 투입되었다.
그야말로 하루하루가 생존이었다.
그래도 나는 단순한 삶이 싫지 않았다.
땀 흘린 만큼 돈을 받는 정직한 구조였고, 아저씨들보다는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었기에 현장에서는 마치 내가 '중요한 인물'처럼 대접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마음 한켠에서 질문이 피어올랐다.
“이대로 괜찮을까?”
주변 친구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고 있었고,
나는 여전히 철근을 옮기고 시멘트가루를 마시며 콘크리트를 부수고 있었다.
어느 날, 점심시간에 같은 현장에서 일하던 형이 말했다.
“너도 공부 한번 해봐.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진짜 시작이야.”
그 말이 머릿속에 오래 남았다.
공부라는 단어는 나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움직였다.
하루하루 버티는 삶에서 벗어날 수도 있겠다는 막연한 작은 기대의 불씨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날 이후 퇴근 후에는 책을 펴는 시간이 많아졌다.
오랜만에 보는 활자는 낯설고 어렵게만 느껴졌지만,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평생 현장에서 늙어가겠구나’라는 생각이 내 등을 떠밀었다.
주변에서는 “남들 공부할땐 놀더니 이제와서 무슨 대학이냐”는 말을 흘리기도하였지만,
이미 내 마음은 결심의 문턱을 넘어 있었다.
그때는 몰랐다.
그 작은 선택이 훗날 내 인생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놓을 줄은.
삶의 첫 번째 전환점은 ‘지금 이대로 괜찮은가?’ 라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던 것이다.
그 질문을 품고, 무작정 책상 앞에 앉고, 시간이 허락할 땐 그냥 책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