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세운 기반위에서는 내 삶도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3화. 부도와 실직, 다시 원점에서
졸업 후 다시 현장으로 돌아갔을 때,
나는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현장 노동자가 아니라 이번엔 정규직 직업을 갖자.”
현장일이 힘들어도 경험을 쌓고, 기술을 익히면
언젠가는 나만의 기반을 만들 수 있을 거라 믿었다.
다행히 작은 건설회사에 정식으로 채용되었다.
비록 지역의 중소건설사였지만,
매달 일정한 급여가 들어오고 의료보험도 적용이 되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그곳에서 나는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
때로는 현장관리 전체를 맡아서 관리하고,
관공서 제출서류도 직접 챙기면서 헌신적으로 일했다.
조금씩 ‘직원’으로서의 자부심이 생겨갔다.
그런데, 세상은 늘 예고 없이 무너진다.
어느 날 사무실 분위기가 이상했다.
공사대금을 받으러 오는 사람들은 많은데, 사장님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며칠 뒤, 경리로부터 믿기 힘든 말이 들려왔다.
“회사, 부도났어요.”
순식간에 일자리를 잃었다.
통장에 남은 돈은 얼마 없었고,
그동안의 노력이 한순간에 사라진 기분이었다.
함께 근무한 직원들도 각자의 길로 흩어졌다.
전화번호는 그대로였지만, 사장님은 연락을 받지 않았다.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완전히 바닥이었다.
며칠간 멍하니 천장만 바라봤다.
“내가 잘못한 게 뭘까?”
“나는 딱 이만큼만 살아야할 운명을 타고 난 것일까?"
스스로를 탓하다가, 문득 깨달았다.
‘남이 세운 기반 위에선 내 삶도 함께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그때부터 나는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번엔 남이 만든 배가 아니라, 내가 조종하는 배를 타야겠다.”
그 길의 첫걸음이 바로 공무원 시험이었다.
9급 공무원 시험은 지방대든, 고졸이든 차별없이 응시할 수 있었다.
안정된 급여, 그리고 평생직장이라는 평가에 내 마음을 굳였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다시 한 번 ‘내 힘으로 나를 세워야 한다’는 간절함이 있었다.
주변에선 “급여가 너무 낮다. 하던 일을 해라”는 말을 많이했다.
“남들보다 항상 늦게, 또 시험 준비라니, 미쳤냐?”
하지만 나는 이미 더 내려갈 바닥이 없는 사람이었다.
더 이상 잃을 것도, 두려울 것도 없었다.
낮에는 일용직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밤에는 교재를 펼쳐 형광펜으로 밑줄을 긋던 시절.
눈꺼풀이 천근만근이었지만,
내 안에서는 오히려 오래된 불씨가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 불씨가 내 인생에 방향을 완전히 바꿀 줄은,
그때는 몰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