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의 공허함

30년 경험도 퇴직 후엔 이력서 한 줄로

by 모두모두

5화. 퇴직 후의 공허함


30년간의 공직 생활을 마치고 정년퇴직을 하던 날,

사람들은 축하 인사를 건넸다.

“이제 편히 쉬세요.”

“그동안 고생 많으셨어요.”

박수와 꽃다발 속에서 나는 웃었지만, 마음 한편이 묘하게 허전했다.

후배들과 작별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

세상이 조금 달라 보였다.

출근하던 버스 노선, 익숙하던 거리의 풍경이

이제는 나와 상관없는 세계처럼 느껴졌다.


처음 며칠은 그냥 편했다.

알람 없이 늦잠을 자고, 여유롭게 아침을 먹었다.

산책도 하고, TV도 마음껏 봤다.

하지만 그 평온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하루이틀, 일주일, 한 달이 지나자

시간이 점점 나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오늘은 뭐 하지?”

그 질문에 답이 없었다.

퇴직한 선배들에게 들었던 위기의 순간이 이런 시간들인가....

30년 동안 바쁘게 살며 누군가를 돕고, 결정을 내리고, 일을 해결하던 내가

이제는 아무에게도 필요 없는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퇴직 후 가장 두려운 건 시간의 무게였다.

일이 사라지면 하루가 너무 길다.

책을 읽어도, TV를 봐도, 마음은 공허했다.

몸은 쉬고 있었지만, 마음은 점점 지쳐갔다.

무엇보다 스스로의 존재 가치가 흔들렸다.

‘나는 이제 뭘 할 수 있을까?’

‘이 나이에 새로 시작할 수 있을까?’


그때부터 나는 조용히 일자리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일, 몸이 무리하지 않아도 되는 일.

하지만 세상은 이미 빠르게 변해 있었다.

젊은 세대 중심의 시장에서

나 같은 퇴직자는 관심 밖이었다.

청년들의 몫을 빼앗는 것은 아닐까?

내가 갈 곳이 없는 것도 다행이라고 위로도 해보지만,

30년의 경력이 무색할 정도로 세상은 냉정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한 구인공고에서 “전기기능사 자격 보유자 모집” 문구를 보았다.

‘그래, 기술이라면 다시 배워볼 수 있지 않을까?’

나이와 상관없이 손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배워보고 싶었다.

그 작은 생각이 또다시 '도전의 길'로 나를 움직였다.

퇴직 후 처음으로 ‘다시 뭔가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 길이 쉽지 않을 거라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에는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나 스스로 선택한 도전이었다.

공허함 속에서 피어난 작은 용기,

그것이 두 번째 인생의 첫걸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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