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멈춰서 지나가는 평범한 주위를 돌아 본다면.
열려있는 뚝뚝이 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빠르게 지나간다. 이곳 팔라카타에 많이 있는 뚝뚝이는 오토바이를 개조한 오픈식 전기 택시이다.
한동안 40도에 육박하는 여름 기온으로 외출을 하는 것은 엄두도 못 냈었다. 그런데 오늘은 해님이 잠시 쉬고 싶었던 지 오후가 되자 구름이 하늘을 덮어 버렸다.
오랜만에 느끼는 이 시원함. 난 한국에 있는 택시 보다 이 뚝뚝이를 더 좋아한다. 바깥 풍경을 창문으로만 보이는 것이 아닌 바람으로 느끼고 더 가깝게 소리를 듣고 또 생생하게 내 피부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속 40km 정도로 천천히 달리는 뚝뚝이 사이로 사람들이 보인다.
오늘은 특별한 날인지 길 가에 사는 모슬렘 사람들이 하얀 옷과 하얀 모자를 쓰고 모여 있다. 마른 얼굴에 둥그런 안경을 낀 할아버지는 집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지나다니는 차와 오토바이를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이미 긴 삶을 살아온 할아버지의 눈에는 어떤 느낌으로 이 모습들이 들어올까?
조금 지나니 꼬마 아이들이 모여 있다. 찢어진 옷을 입고도 깔깔 거리며 놀고 있는 아이들에게는 아무런 걱정도 없어 보인다.
우리 집에 자주 오던 아주머니는 오늘도 변함없이 소를 몰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저녁이 가까웠다는 말이다. 엉클어진 머리와 대충 입고 나온 사리, 아주머니의 모습은 그대로이다. 그저 하루를 다 마쳤다는 안도감이, 이제 소들을 집에 데리고 가서 쉬면된다는 행복감이 그녀의 얼굴에 비쳤다.
오늘은 길게 서 있는 야자수 나무도, 내 몸처럼 큰 잎을 가진 열대지역 풀들도 흔들리는 모습 조차 아름다웠다. 바쁘게 지나치던 모습이 보인다는 건 내게도 조금의 여유가 생겼다는 것.
매일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의 삶에서 잠시 한 장면을 내가 가진 마음의 카메라로 담고 싶어졌다. 너무 평범한 이 모습조차 내 마음을 설레게 한다. 오늘은 행복손님이 조금 더 가까이 와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