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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미 Aug 17. 2017

소박한 나의 장래희망?

아직도 설레이도록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언니. 나 예요.”

“야 뭐야? 잘 지냈어? 왜 이렇게 꽁꽁 숨었던 거야. 내가 너랑 얼마나 연락하려고 했었는데.‘

“그러게요. 언니. 정말 너무 오랜만이네요.”


대학교 동아리에서 만난 그녀는 나보다 어린 동생이었다.

마른 몸매에 가녀린 목소리 그리고 풍부한 그녀의 감성. 나는 그래서 그녀가 좋았다.

대학교 기숙사에 살았던 우리는 가끔 밤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눴었다. 가족 이야기, 사랑이야기, 그리고 우리의 꿈 이야기.

하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난 후 그녀와 나는 각자의 삶에 충실 하느라 서로 연락하지 못하고 지냈다.

그런데 정말 몇 년 만에 그녀와 연락이 닿은 것이다.


아주 오랜 친구처럼 그녀와의 통화는 아주 잔잔하게 시작되었다.

어떻게 살아 왔는지. 가끔 외국에서 느끼는 외로움이 얼마나 컸었는지. 그리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느꼈던 이야기들. 이런 저런 이야기들로 우리는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우리는 서로의 꿈에 대해 나누고 있었다.

“있지. 난 말이야. 나이가 들어서 중년이 넘어서면 연극을 해보고 싶어. 극단 같은 것 말이야. 정말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아주 작은 연극을 준비하는 거지. 그리고 지인들을 불러서 그 연극을 공연하는 거야. 뭐 지금이야 잘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지만 나이 들어서 연극을 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거 아냐.” 난 마음속으로 꾸고 있었던 꿈을 나눴다.

“언니. 정말요? 나도 그런 꿈이 있어요. 사실 난 이미 시놉시스도 쓰고 있었다니까요.”

“와. 너도 그런 꿈이 있었어? 너무 신기하다. 나 이미 내 친구 한명한테 나중에 같이 하자고 이야기 해놨어. 우리 그럼 사람들 좀 모아볼까?”

10년 뒤나 시작 될 어쩌면 아주 늦게 시작될 수도 있는 그 연극 모임에 대해 이야기하는 우리의 격양된 목소리가 전화기로 오고갔다. 

난 마음속으로만 가져왔던 내 소박한 꿈들을 더 나누기 시작했다.

“인도에 있으면서 느꼈던 것들을 그림으로 그리고 싶어. 나 지금 그림 실력은 초등학교 수준인데 그래도 말이야. 내가 하고 싶어 하다 보면 잘 그리게 되지 않을까? 그리고 그 그림들을 모아서 작은 교회나 어떤 작은 공간에서 전시회를 하는 거지. 그림 옆에는 그때 느꼈던 이야기를 아주 짧게 써 놓는 거야. 이야기가 있는 작은 전시회라고 할까?”

아직도 육아에 우리의 정신을 쏟고 있는 그녀와 나였지만 전화통화를 하는 동안에 우리는 꿈을 가진 10대 소녀처럼 설레고 행복했다.     


어떤 드라마에서 한 남자가 여자 주인공에게 물었다.

“꿈이 뭐예요? 어... 장래희망?”

여자 주인공은 웃으며 답했다.

“장래희망이요? 벌써 결혼한지 10년이나 된 아이 엄마에게 장래희망을 물으니 왠지 어색하네요.”     


그랬다. 꿈은 초등학교 때 쓰는 장래희망만을 이야기 하는 것 같았다.

결혼을 하고 나이가 들고 아이들이 생기면서 내 삶에서 꿈을 생각하는 것조차 어색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녀와 통화 하면서 나는 느꼈다.

여전히 나는 꿈을 꾸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 꿈을 이야기 하는 동안에 나는 

누구의 아내도 누구의 엄마도 아닌 꿈을 꾸는 나였다는 것을.     

설레는 대화가 마쳐지면서 그녀와 나는 약속했다. 지금 당장은 이루지지 못할 지라도 꼭 시도 해보자고. 평생에 한번이라도 적어도 우리의 소박한 꿈을 이뤄 보자고. 

전화를 끊고 한동안 하늘을 바라봤다. 꿈.... 참 설레는 단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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