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의 완성도는 결국 그 과정의 행복감이 아닐까?
내게는 작은 꿈이 있다. 그림을 그리는 것.
물론 지금 나의 실력은 정확히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 밖에 안 되지만 그림에 대한 마음만은 이미 미대생이다.
그리고 나의 꿈을 이루기 위해 몇 달 전 전문가용 붓과 물감을 샀다. 초등학교 시절 나보다 훨씬 그림을 잘 그리는 친구를 보면서 나는 속으로 생각했었다.
‘맞아. 저 애는 좋은 붓이 있어서 저런 그림이 나오는 거야. 내 것처럼 문방구 붓으로는 가능하지 않는 그림이야.’
그런 마음 때문이었을까? 성인이 된 나는 제일 먼저 좋은 붓과 물감을 샀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배운 대로 팔레트에 끝에서부터 꽉꽉 채워서 물감을 짰다. 그리고 하루를 말렸다. 집에 사는 고양이들이 건들지 못하게 두 아들들이 장난치지 못하게 아주 잘 숨겨 놓고 나름대로 뿌듯해 하며 마른 물감을 쳐다봤다.
‘아~ 이제 그림 그리는 것만 남았구나.’
나는 남편과 있었던 비오는 날의 오토바이 질주(?)에 대한 그림을 그렸다.
밑그림은 그래도 괜찮아 보였다.
아이들이 다 잠들고 나면 물감으로 색칠을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
그런데 아이들은 이미 내 머릿속에 들어와 있었다.
“엄마. 색칠 언제 할 거예요?”
“엄마. 우리가 조금만 도와줄게요. 엄마 아들 못 믿어요?”
역시 아이들은 나의 약점을 알고 있었다. 엄마와 아들 사이의 의리를 들먹이며 나를 설득하는 아이들에 못 이겨 결국 함께 붓을 들었다.
마음은 이미 미대생이지만 어린이 수준의 그림 실력을 가진 엄마와 진짜 어린이인 아들 두 명이 그림 앞에 앉았다. 그리고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나의 낭만 적인 수채화의 그림은 이미 투박한 그림이 되어 있었다.
“하하. 얘들아. 그래. 그림 그리는 게 참 쉽지 않구나.”
나는 한숨 섞인 목소리로 이야기 했다.
“엄마. 왜요? 너무 좋은데요? 우린 이런 그림 그리는 엄마를 가진 게 얼마나 행운이야? 그지? 현민아?”
“맞아. 형아. 우린 정말 운이 좋은 아들들이야.”
그림은 실패한 듯 했지만 아들들에게 점수하나는 제대로 받은 것 같았다. 결국 그림을 다 완성하고 우리는 마무리로 마음대로 추상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셋 다 한 목소리로 이야기 했다.
“역시 우리는 추상화에 소질이 있다니까.”
물감 정리가 끝나고 밤10시가 되어서야 아이들과 잠자리에 들었다.
오른쪽 팔에는 현민이가 왼쪽 팔에는 성민이가 팔베개를 하고 누웠다.
난 아이들에게 말했다.
“얘들아. 엄마는 너희를 정말 사랑해. 오늘 혼내고 또 짜증냈던 것 있으면 용서해줘.”
“아네요. 엄마. 우리가 미안해요. 우리가 잘못한 것 있으면 용서해 주세요.”
양쪽 팔에 있는 아이들을 꼭 껴안았다.
‘그래. 그림이 좀 망가졌으면 어때. 아이들이 이렇게 행복해 하는데.’
나는 눈을 감으며 다음에는 아이들과 이렇게 잠을 자는 모습을 그려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