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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미 Aug 23. 2017

우리 마을에 신호등이 생겼다.

변화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내가 사는 팔라카타에 신호등이 생겼다.

몇 주 전부터 경찰들이 신호등에 대한 현수막을 붙여 놓고 홍보를 하더니 정말 신호등이 생겼다.

소와 염소, 자동차와 자전거, 그리고 오토바이와 사람들이 무질서 한 듯 그러나 서로를 배려하면서 지나다니던 인도 팔라카타의 도로에 신호등이란 것이 생긴 것이다.     


처음 나타난 신호등은 사람들을 당황하게 했다.

파란 불이든 빨간 불이든 신경 안 쓰고 달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동차를 타고 가던 도중 빨간불이 들어오자 어쩔 줄 몰라 삼거리 중간에 멈춰 서버린 사람들도 있었다.

횡단보도 신호등은 파란 불이 들어오고 5초 만에 빨간 불로 변해버려 건너는 사람들을 당황하게 했다. 그리고 낮이고 밤이고 정전이 되면 팔라카타 도로의 신호등도 휴식을 취했다. 

사람도 서툴었고 기계도 서툴었다.      

변화는 그렇게 이곳 사람들에게 찾아왔다. 

빈 도로면 언제든지 달릴 수 있었던 시골 길에 신호등이란 것이 생기면서 텅 빈 도로도 이유 없이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는 것은 이곳 사람들에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변화인지도 모른다.     


얼마 전 남편이 부엌에 있는 시계 위치를 바꿔놓았다. 문을 열고 들어올 때 곧바로 볼 수 있는 곳이라며 가장 좋은 위치라고 이야기 했지만 한동안 나는 항상 시계가 걸려있던 벽을 먼저 보고서야 바뀐 시계 쪽을 쳐다보곤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난 그 시계 위치에 익숙해 졌다.    

아마 사람들도 그렇게 될 것이다. 몇 번 신호등 앞에서 긴장을 하며 실수를 하다 보면 어느새 그들은 삶속에 언제 이런 변화가 있었는지도 모를 정도 이 변화에 익숙해 질 것이다.

가끔 신호등이 없는 시골길을 갈 때면 신호등 없는 불편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내게도 이런 변화들이 자주 찾아온다. 때로는 행복한 변화로 때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변화로 내 마음의 문을 두드린다. 

정든 누군가를 보내야 할 때 느껴야 하는 이별의 변화들, 어려운 일 앞에 홀로 서 있어야만 하는 내 상황의 변화들, 내 감정의 변화들. 

감당하지 못할 거라 생각되는 그런 변화들이 몰려올 때면 나는 어찌할 바를 몰라 그저 발만 동동 거렸다. 

하지만 여전히 시간은 흐르고 내게 온 그 변화들은, 그 감정들은 스스로 부딪히고 깎이다가 결국 내 속 어디론가 스며들어 버렸다. 그리고 난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익숙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변화를 받아들이고 있었고 이겨내고 있었다.


하루에도 몇 번이고 찾아오는 이런 다양한 감정의 변화에 삶의 변화 앞에 나는 담담하게 선다.  

'그래. 이 변화들도 내 삶 어디론가 스며들 것이다. 잠시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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