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그런 지독한 하루가 있을까?
지독한 하루의 책 표지는 어두운 보라빛 이다. 자주빛 아니면 탁한 와인빛이라 해도 될 것 같다.
밝지 않은 책의 표지에 걸쳐 있는 작가의 밝지 않는 표정은 이 책의 내용을 생각한 출판사의 특별한 배려일지도 모른다.
처음 이북으로 구입한 남궁인 작가의 '만약은 없다'를 읽기 시작했을 때 나는 돈을 들여 이런 책을 구매한 것에 대한 후회가 컸다.
'아. 책을 잘못 구입했구나. 이런 끔찍한 이야기들을 왠만하면 피하려고 했는데...'
드라마도 밝은 내용만 고집하고 무섭거나 잔인한 것들 또 억울한 사건들을 주제로 한 영화들은 최대한 피하고 싶어하던 나였다. 하지만 그 책에는 현실이라고 믿기에는 너무나 슬프고 끔찍한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들이 적혀 있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나는 그들의 슬픔에 동조하게 되었고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엔딩인 죽음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리고 두번 째 '지독한 하루'는 인도까지 직접 책을 주문해서 읽었다.
책을 펼치면서 어쩌면 전혀 상관 없는 일이라고 생각 할 죽음의 이야기들, 어쩌면 내게도 다른 모양으로 다가 올 수 있는 그 죽음의 이야기들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급박한 상황에서도 죽은 이들을 살리려는 응급실의 모습이 내 눈앞에 펼쳐지는 듯 했다.
죽어 가는 이를 살리려는 몸부림, 죽은 이를 향한 울부짖음. 그 일을 매일 같이 바로 곁에서 맞닥뜨리고 있는 작가의 모습이 스쳐지나가는 듯 했다.
특히 아이를 잃어 슬퍼하는 부모의 이야기, 그리고 잃을 뻔 한 아이가 다시 깨어나 아이를 다시 돌 볼 수 있게 된 부모의 이야기가 내 마음에 남는다.
책을 덮으며 생각했다.
이런 극한 상황을 대하는 작가에게 하루 하루는 어떤 의미일까?
죽음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누구에게나 찾아오게 될 죽음.
그 죽음에 대해 무겁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