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은 여전히 아프다

나비가 우리 곁을 떠나갔다

by 모두미

“저기... 혹시 오렌지 색 고양이 집에 들어왔어요?”

“아니. 가끔 집에 안 들어오고 밖에서 잘 때도 있어. 어제는 안 들어왔는데. 근데 왜?”

그러자 알주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아니 저쪽에 오렌지 고양이가 죽어있더라고요.”

“그래? 설마. 우리 나비일까...... 일단 애들한테 확인해 보라고 할게.”

“근데 벌써 많이 부어서 확인이 잘 안 될 거예요.”


나비는 우리 집에서 태어난 고양이다. 같이 태어났던 다른 수컷 고양이에 비해 많이 작았었다. 몇 주 전부터 몸에 살이 붙더니 건강해지고 이제는 제법 수컷 모양이 나는 것 같았는데.

나비는 우리가 키우던 고양이 중에서도 가장 애교가 많았다. 길을 걸어갈 때면 꼭 내 다리 사이사이를 지나가며 걸어서 내 걸음을 방해하기도 했고 우리 집 개 심바에게도 반갑게 인사하고 같이 있는 것을 좋아했었다. 그래서 심바가 유일하게 좋아하던 고양이가 바로 나비였다.

아이들이 어떤 장난을 쳐도 자기 몸을 아이들에게 맡기듯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있던 나비. 현민이가 마사지를 해 줄 때면 그저 좋다고 벌러덩 누워서 움직이지 않던 나비의 모습이 생각났다.


“엄마. 죽은 고양이가 나비가 맞았어요. 아난또 삼촌이 그러는데 우리가 부탄 갔던 날 나비가 코브라랑 싸웠대요. 그래서 코브라에게 물렸었나 봐요.”

“그래? 말도 안 돼. 코브라에게 물렸다고?”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에이~ 모든 코브라들은 다 죽어야 해!”

성민이가 화가 나서 소리 지른다. 나는 애써 마음을 진정하고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너무 슬픈 것이 싫었다. 키우던 동물들을 많이 잃어 봤기 때문에 아이들이 너무 슬퍼하는 것이 싫었다. 성민이와 친한 형들이 나비를 묻어 주었고 그렇게 나비는 우리 곁을 떠났다.

성민이가 내게 물었다.

“엄마. 나비가 죽었는데 엄마는 안 슬퍼요?”

“응. 성민아. 슬퍼. 근데 막 눈물이 나고 그러지는 않네. 그냥 아무 생각이 안 나.”

성민이 현민이는 내가 어떤 말을 하는 것인지 잘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아이들은 나비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현민아. 나비가 코브라랑 싸웠다고 그랬잖아. 아마 집에 있는 우리와 아기 고양이들을 지키기 위해서 그런 건 아닐까?”

“맞아. 형아. 그럴 수도 있어. 나비가 우리랑 아기 고양이를 사랑해서 그런 걸 수도 있어.”

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둥 마는 둥 내 일을 했다. 키우던 반려묘의 죽음일 뿐이었다. 나는 마음 아파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저녁이 되어서 아이들은 내일 물고기를 잡으러 가겠다며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모기가 들어올 까 봐 거실 문을 닫았다. 문을 닫는데 문 앞에 있는 보라색 발 매트가 눈에 들어왔다. 매일 밤 나비는 폭신한 털이 있는 그 매트 위에서 잠이 들기를 좋아했다. 나는 애써 그 매트를 피하며 눈을 돌렸다. 이번에는 성민이의 가방이었다. 나비는 항상 그 가방 위에서 낮잠을 자곤 했었다. 난 핸드폰을 들었다. 그리고 나비 사진을 찾아봤다. 이상하게도 최근에 나비 사진을 많이 찍었었다. 사진 속에 나비는 성민이 가방 위에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고 현민이가 마사지해 주는 것이 좋아 벌러덩 누워 잠이 들어 있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에잇. 창피하게 무슨 눈물이람. 기껏 키우던 고양이 한 마리인데.’


하지만 마음은 내 말을 듣지 않았다. 마음은 쿨 하게 참고 지나가려던 내 노력은 모르겠다며 눈물을 퍼부어 댔다. 나는 한참을 울었다. 혼자 앉아서 핸드폰에 있는 나비의 사진을 보면서 울었다. 엉엉 울다 못해 아이들한테 갔다.

“얘들아. 엄마 너무 슬퍼. 나비가 너무 보고 싶어.”

아이들은 괜찮은 척하던 엄마가 엉엉 우는 모습을 보자 같이 울어댔다.


나는 많은 동물들을 키웠다. 아이들 덕분에 새도 키워 보고 박쥐도 개도 도마뱀도 키웠다.

그리고 많이 떠나보내기도 했다. 우리 집 첫 번째 개 록키는 고열로, 아기 박쥐는 개미 때로 이별을 했다. 그때마다 나는 마음 아파했고 슬퍼했다.

이번만큼은 쿨하고 멋지게 이별할 거라고 다짐했는데 난 또 구질구질하게 울어버렸다. 그것도 애들 앞에서 애들처럼 울어버렸다.

숱하게 경험한 이별이라 이제는 익숙해졌을 꺼라 생각했었는데.

나에게 이별은 여전히 낯설고 어렵다.

그것이 사람과의 만남이든 동물과의 만남이든 이별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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