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저녁잠이 많은 편인데 이틀 전부터 9시가 넘어도 잠이 오지 않았다.
브런치에 어떤 글이라도 남기고 싶다는 그 굳은 의지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컴퓨터를 켜고 앉아서 한참을 생각했다.
글을 시작하다가 멈추고 시작하다가 말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결국 컴퓨터를 덮고는 잠을 잤다.
특히 떠오르는 글감이 없었고 막상 쓰려니 너무 진부한 주제가 되지나 않을까 염려되기도 했다.
그렇게 이틀이 지났다. 미래를 생각하여 어떤 책이라도 내겠다 다짐한다면 좋은 아이템이라도 찾아야 할터인데 준비된 아이템이 없었다. 그런데 글은 쓰고 싶었다.
그래서 오늘은 용감히 아무 주제 없이 글을 쓰기로 했다. 어쩌면 나의 하루 중 어떤 부분들을 쓰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오늘 하루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아이들이다.
두 꼬마 손님이 우리 집에 와 있다. 원래 아들 둘이 있는데 다른 아들 두 명이 우리 집에 왔다. 이제 8살 10살 된 두 형제들은 또래 아이들 보다도 많이 작았다. 가정의 불화로 당분간 우리 집에서 지내게 된 아이들. 인도 아이들이지만 몽골족 북인도 지역 아이들이어서 꼭 한국 아이들 같다.
아이들이 우리와 함께 지낸 지 벌써 3주가 지났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누군가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그들의 배경과 아픔 그리고 나쁜 습관들까지도 받아들여야 하는 그런 일이었다.
온라인 수업을 들어야 하는데 자꾸 딴짓을 하고 있는 8살짜리 막내. 나는 막내가 공책에 필기를 잘하고 있는지 확인하려고 꼬마 옆에 앉았다. 햇살이 들어오는 문 앞에 앉아서 글을 쓰고 있는 막내.
글을 쓰는 막내의 손이 얼마나 작고 귀엽던지.
이 작은 꼬마가 쓰는 예쁜 글씨체처럼 막내에게 좋은 일들만 가득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막내는 바깥에 비취는 햇살이 좋은지 글을 쓰다 말고 밖을 보고 있었다.
나는 온라인 수업에 잘 참여하라는 말 대신에 막내를 꼭 안아주었다.
"조슈아. 너는 왜 이렇게 사랑스러운 거니?"
둘째 아들 현민이가 막내였었는데 꼬마 두 명이 오면서 현민이가 둘째가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언제 저희 집을 떠날지는 모르지만 아무래도 당분간은 그럴 것 같아요. 항상 동생으로 지내다가 형이 된 현민이. 아이들 잘 보기로 소문난 현민인데도 한 집에서 아이들과 지내려니 불편한 점이 많은가 봅니다. 그래도 이런 기회를 통해서 현민이가 더 자라기를 기대해 봅니다. 저도 마찬가지고요.
여러분들은 어떤 하루를 보내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