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엄마, 걸어가 보세요

걸으며 만나는 인도 모습

by 모두미



성민이가 9학년이 되었다.

목소리도 달라지고 키도 크고 생각하는 것도 많아졌다. 성민이는 밖에 나가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요즘 수학 공부하러 갔다 오는 길에는 가끔 걷는다고 했다. 성민이가 인도 길을 즐길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어제는 비가 왔고 남편은 강의 중이어서 성민이를 데려다 주기 힘들어 내가 오토릭샤(오픈 택시)를 타고 성민이를 데려다주었다.

우리 집에서 시내 쪽으로 나가려면 높은 경사길을 올라가야 하는데 이 오토릭샤가 가다 힘이 부족했는지 멈춰버렸다. 결국 성민이와 나 그리고 같이 타고 있던 인도 아주머니들이 내려서 오토릭샤를 밀고 나서야 다시 시동이 걸렸다. ㅋㅋㅋ


성민이가 한마디 한다.

"아~ 불쌍한 나."

(오르막길을 가는데 내려서 오토바이를 밀어야 하는 나... 뭐 이런 뜻이 들어 있었던 것 같다.) 나는 그저 웃었다. 상황이 너무 웃겨서.

성민이를 내려주고 가려는데 성민이가 말했다.

"엄마. 걸어서 가봐요. 기분이 좋을 거예요."

"그래? 나 여기 길 항상 다녀. 특히 아침에는 조깅 코스야."

그러자 성민이가 말했다.

"엄마. 뛰는 거랑 또 다르죠. 전 비 안 오면 마스크 끼고 걸어가요. 특히 구름이 낀 날은 또 느낌이 달라요."

"알았어. 그럼 엄마가 걸어가 볼게."

걸어서 15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사실 아침마다 뛰는 내 조깅 코스기도 했기 때문에 뭐 특별히 다를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성민이가 맞았다. 달릴 때 보지 못했던 것을 볼 수 있었다.

아침에는 볼 수 없는 사람들의 일하는 모습이 보였다. 한 할아버지는 쥬트라는 식물재배를 수확하는 일을 하면서 신나게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흔들리는 할아버지의 노랫소리가 그렇게도 정겨울 수가 없었다. 바쁘게 일하는 여인들의 수다 소리. 그리고 그걸 구경하고 있는 아이들과 할머니. 모두가 아름다웠다.

나는 집으로 걸어가며 성민이에게 문자와 사진을 보냈다.

"성민아. 고마워. 정말 좋다."

인도에 오래 살다 보니 사실 그냥 내 집 같아서 그들의 모습도 평범하게 다가오곤 했었다.

그런데 오늘 성민이 말처럼 걸어서 인도 길을 걸어가다 보니 내가 인도 동화 속을 걷고 있는 것 같았다.

인도 동화책 속에서 걸어가는 한국 여인. 캬~~~~ 멋지다.

그래서 가끔은 이렇게 주변을 돌아볼 시간이 필요한가 보다.


성민아 고마워.^^

keyword
이전 29화당신은 참 아름다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