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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참 아름다워요

by 모두미

겨울이면 찾아오는 집시들과 인연을 맺은 것은 아마 일 년 반 정도 된 것 같다. 자주 찾아가 피부 상처들을 치료해주고 가끔 옷이나 음식을 나눠 먹기도 하면서 친구가 되었다.

물론 그들의 근본적인 정신이나 삶의 방향을 바꾸지 못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하겠다는 그런 마음으로 그들을 만나고 있다. 돈으로 그들과 관계를 맺기 전에 먼저 사람과 사람으로 관계를 맺은 덕분인지 그들도 나를 그리고 우리를 친구처럼 대해줬다.

어제도 여느 때처럼 아이들과 인도 친구들과 함께 집시 부족을 찾아갔다. 인도 친구들이 아이들에게 노래도 가르치고 색종이 접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나는 발톱에 염증이 생겼던 할머니를 찾아가 소독을 해 주고 집시 아줌마 아저씨들과 수다를 떨고 있을 때였다. 한쪽 텐트 앞에서 작은 거울을 들고 얼굴에 무엇인가를 바르는 아주머니의 모습이 보였다. 덩치도 크고 말도 거친 그 아주머니는 욕심도 많아서 도움을 받을 때면 활짝 웃다가도 도움을 받지 못한다 싶으면 버럭 화를 내는 꼬장꼬장한 아주머니였다. 그런데 오늘은 다소곳이 텐트 앞에 앉아 자신을 꾸미고 있는 모습이 세상 여인이었다. 나는 웃으며 아주머니 텐트 쪽으로 걸어갔다.

넓은 들판 위 낡은 텐트 앞에 앉아 거울을 보고 있는 집시 여인. 나는 아주머니를 보면서 이야기했다.

"당신은 참 아름다워요." 아주머니는 큰 소리로 웃으면서 말했다.

"아이고. 그쪽이 예쁘지. 우리는 이런 텐트에서 부요하지도 않게 살고 있는데."

나는 아주머니에게 말했다.

"아니에요. 텐트가 있고 먹을 것이 있고 웃음이 있잖아요. 그리고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을 가지고 있는데요. 너무 아름다우세요."

아주머니는 아름답다는 말을 처음 들어보는 사람처럼 수줍어하며 행복해했다.

오랜 시간 집시들을 방문했지만 여인들이 단장을 하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그들이 지저분한 옷을 입고 지저분한 들판에서 낡은 텐트를 치고 살아간다고만 생각했지 여전히 아름다워지기를 바라는 여인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그래서인지 어제 그녀의 모습이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나는 예쁘게 꽃단장을 한 아주머니를 꼭 안아줬다.

바훗 순다르!(참 아름다워요.) 바훗 순다르!(참 아름다워요.)라고 속삭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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