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무엇 있는가. 행복하게 사는 모습이면 된 거지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인도에서 여행을 참 많이 다녔다.
차에서 먹고 자고 하면서 인도 여러 곳을 다니곤 했는데 아이들이 크면서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고 나 역시 여행을 많이 하지 못했다. 그런데 작년, 아이들이 13살 15살에 들어가던 해에 남편과 인도 친구들과 여행을 한 적이 있다. 업무 차 자동차를 타고 23시간을 달려서 잘 칸이라는 곳으로 향하는 여행이었는데 오후에 출발해서 밤새 달려야 했다. 남편과 인도 친구 한 명이 번갈아 가면서 차를 운전했고 중간중간 쉬어가면서 가다 보니 아침이 되어서야 잘칸 주에 도착했다. 목적지까지는 아직 여러 시간 남은 상황이었고 우리는 아침을 먹어야 했기에 강이 보이고 다리가 있고 모래사장 까지는 아니어도 강 주변에 앉을 만한 곳이 있는 꽤 괜찮은 곳에 자리를 잡았다.
집에서 준비해온 인도라면 '메기'와 남편이 결혼 전부터 사용해 온 여행용 버너를 이용해 라면을 끓이기 위해 같이 갔던 인도 친구들과 함께 강가로 갔다.
그런데 강에 가까워질수록, 라면을 끓이기에 좋은 장소를 찾을 때마다 우리는 그 강가가 아침을 해 먹기에는 좋지 않은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바로 그곳은 그 마을 사람들에게는 아침마다 떠오르는 태양을 보면서 그 전날 무거웠던 몸을 가볍게 해 주는 화장실 같은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인도 시골은 아직 화장실이 없는 곳들이 있어서 숲 속이나 강가 또는 길가를 자연 화장실로 쓰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바로 그곳도 그런 곳들 중 하나였던 것이다.
결국 우리 모두는 웃음을 쏟아내며 근처 힌두 사당 앞에 있는 시멘트 바닥에서 라면을 끓여 먹어야 했다. 인도 여행이 그랬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특별한 인도 문화를 만날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류시화 작가가 쓴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첫 페이지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
‘우리가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은 새로운 세상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뜨기 위해서다.’ - 마르셀 프루스트
그러고 보면 인도는 내가 세상을 좀 더 다양하게 볼 수 있는 눈을 만들어 준 나라이다.
누군가는 인도를 지저분하거나 불쾌한 곳으로 표현하기도 했지만 십 년이 넘게 이곳에 산 남편과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당황스럽고 이해가 안 가는 문화들과 모습들이 있지만 여전히 그 안에는 사람 사는 냄새가 있고 정이 있다. 우리가 보는 기준에서 그들의 삶은 가난해 보이고 부족한 것이 많은 환경에 사는 것 같지만 그들은 우리보다도 더 만족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어느 나라 사람들보다도 더 환한 웃음을 가진 사람들이 바로 인도 사람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인도 여행은 매번 나를 놀라게 하고 웃음 짓게 한다.
“인생 뭐 있는가. 행복하게 살면 된 것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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