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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미 Dec 22. 2021

내게 책상이 생겼다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설레는

남편이 내게 말했다.

“당신 필요한 것 있어?”

집안에 필요한 가구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인도에 온 지 벌써 11년이 되었기 때문에 한국에서 가져온 가구들이 많이 망가졌고 낡았다. 인도에서 이사를 두 번이나 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오랫동안 아껴 쓰던 부러진 플라스틱 서랍장도 이번에는 과감하게 버리기로 마음먹었다. 대신 나무로 서랍장을 만들었다. 그래서 남편은 다른 것들도 바꾸어야 하지 않냐는 말투였다.

그때 나는 남편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보. 나 다른 건 필요 없고 책상 하나만 있으면 돼. 나만의 자리가 필요해.”

정말 그랬다. 한국에서 가져온 책상은 하나밖에 없었고 아이들이 쓰기에도 부족했다. 물론 그냥 살기에도 너무 바빴지만 아주 가끔은 내게도 책상 하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내 공간이 있었으면 하는 그런 생각.

요즘 들어 그런 생각이 더 간절했다. 오피스에서는 업무들에 관련된 서류들만으로도 책상이 있었지만 그것은 여러 사람과 함께 쓰는 책상이었기 때문에 차마 내 공간이라 말하기 힘들었다.

혼자 앉아서 일기를 쓰고 책을 읽고 음악을 들으며 생각할 수 있는 책상이 꼭 필요했다.

책상만 있으면 내 복잡한 마음의 반은 줄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나의 바람이 이루어졌다. 남편은 인도 목수 친구에게 아이들 책상 두 개를 부탁했고 나는 한국에서 가져왔던 책상을 쓰게 되었다. 좋은 디자인의 책꽂이도 주문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내 책들도 한자리에 모이고 내 생각도 내 마음 한 곳에 잘 정리되는 것만 같았다.

바쁘게 사느라 글을 쓰는 것도 책을 읽는 것도 버거웠던 2021년을 이제는 잘 마무리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책상이 내 방에 놓인 지 일주일 만에 그러니까 바로 지금 책상 앞에 앉았다. 그냥 책만 봐도 설레고 새로 산 인도 일기장만 봐도 행복했다.

잔잔한 음악을 틀어 놓고 책상 앞에 앉았다.

바쁘게만 살아왔던 나의 일 년을 돌아보며 남은 열흘은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했다. 그리고 이렇게 글을 쓴다.

오는 2022년은 이 책상에서 더 많은 생각들과 감정이 오가면 좋겠다. 좀 더 많은 이야기들이 정리되고 전해지면 좋겠다.


한 해 마무리 잘하고 계시죠?

저도 책상 위에 앉아서 한해를 뒤돌아봅니다.

모두 있는 것에서 즐거운 연말 보내셔요.

내년에는 좀 더 자주 글 알림을 전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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