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기숙사가 되어버린 사연

by 모두미

내가 고양이를 처음 접했던 것은 대학을 졸업하고 간호사로 일할 때였다.

싸이월드에서 우연히 들은 플루트 소리에 반해 플루트 레슨을 받기 시작한 그때. 내 플루트 선생님은 러시아에서 유학을 하고 돌아오면서 데리고 온 7마리(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정도의 많은 러시아 고양이를 키우고 있었다. 그래서 선생님 집에서 플루트를 연습하고 나면 플루트 가방에 긴 고양이 털들이 묻혀 있곤 했었다.

고양이의 날카로운 발톱에 혹여나 긁힐까 그저 고양이와 거리를 두던 나였다.


하지만 인도에 오면서부터 고양이와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종종 들르는 야생 고양이로부터 시작해서 길을 잃은 고양이들 버려진 고양이들까지. 우리는 많은 고양이들을 키웠다. 한국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인도 고양이들은 방안에서만 지내지 않는다는 것. 고양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집 주위에 잔디들을 뛰어다니며 메뚜기나 개구리나 도마뱀을 사냥하고 나른해지면 방 안으로 들어와 잠을 자거나 아이들의 신발 끈을 가지고 놀곤 했다. 내가 사는 곳은 인도 중에도 시골이라 중성화 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도 없다. 자연의 법칙에 맡기는 것이다. 그래서 고양이 새끼들이 조금 자라면 주위에 있는 사람들 중 고양이를 키울 사람들을 찾아 입양을 보내곤 했다.


그렇게 두 마리의 고양이만 키우고 있을 때였다.

중학교 일 학년이 된 막내가 하루는 급하게 나를 불렀다.

"엄마. 엄마. 빨리 와봐요. 아기 고양이를 주워 왔어요. 길가에서 울고 있는데 엄마 고양이가 없어요. 며칠 동안 먹지 못했는지 몸에 냄새도 나고 너무 불쌍해서 데리고 왔어요."

아기 고양이는 눈을 뜬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했다. 회색깔의 두 고양이에게서는 심한 냄새가 났다. 분명 엄마의 돌봄을 받지 못한 것이 분명했다. 우리는 두 고양이를 깨끗이 씻기고 주사기로 우유를 먹였다. 아기 고양이들은 허겁지겁 우유를 마시더니 금세 잠이 들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서였다. 비가 많이 오던 날 막내는 또 고양이를 주워왔다고 했다.

강가에 비닐봉지 안에 버려져 있었던 고양이. 눈도 뜨지 않은 고양이 세 마리를 누군가 강가에 버린 것이었다. 한 마리는 온몸에 진흙이 묻혀 있었다.

난 그래도 이 작은 고양이를 어떻게 데리고 왔냐고 아이를 나무랐다. 그러자 막내가 말했다.

"엄마. 그럼 거기 그냥 둬요? 그럼 고양이가 죽는데." 아이의 말이 맞았다. 결국 우리는 따뜻한 물로 눈도 뜨지 않은 세 마리의 아기 고양이를 씻겼다. 그리고 전에 사두었던 작은 고양이 집에 세 마리를 넣어 두었다.

하지만 세 마리 고양이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다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의사는 비가 오던 날 고양이들이 버려졌을 때 이미 감염이 되었을 거라고 했다. 잠깐 돌본 아기 고양이들이었지만 여전히 마음은 아팠다.


그리고 난 후에도 큰 아이가 과외를 받고 돌아오는 길 비 오는 길 가에 길을 잃은 회색 아기 고양이 한 마리를 더 데리고 왔다. 이제는 그만 데리고 오면 안 되겠냐고 하소연하는 내게 큰 아이는 말했다.

"엄마. 비가 오고 주위에 큰 개들이 있는데 그냥 두면 죽었다고요." 역시 이번에도 큰 애의 말이 맞았다.

그렇게 우리가 키우던 두 마리의 청소년 고양이와 세 마리의 입양된 고양이들이 우리 집에 살게 되었다.

그리고 며칠 지나지 않아 예전에 키우다가 다른 집에서 지내던 고양이가 새끼 네 마리를 낳아서는 우리 집에 들어왔다. 그렇게 우리 집에 고양이는 10마리가 되었다. 낮에야 고양이들이 우리 집 뒤뜰에 앞뜰에 뛰어논다고 하지만 밤이면 10마리의 고양이들이 방 안에서 잠을 자야 했다. 즉 우리 집은 고양이 기숙사가 되어버린 것이다.

거기다 활동이 활발한 청소년 고양이가 두 마리 그리고 개구쟁이 아기 고양이들이 일곱 마리다 보니 집 안은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고양이들로 가득 찼다.

너무 많은 고양이를 키우는 것은 그만큼 좋은 환경으로 키울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여러 방면으로 아기 고양이들을 입양할 인도 사람들을 찾고 있다.

고양이가 좀 더 크면 두 마리의 고양이를 데려가겠다는 인도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아이들은 말했다.

"아. 우리 고양이들은 다 같이 키우고 싶은데 안돼요?" 아이들의 고양이 사랑이란.

남편과 내가 10일간 출장을 갔을 때 큰 아이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고양이 사진이었다. 큰 아이는 사진 찍는 것을 좋아했는데 자기가 키우는 고양이들의 사진을 간직하고 싶어서 밤늦게 아기 고양이들을 모아서 사진을 찍은 것이었다. 분홍색 전지에 앉아 있는 아기 고양이들이 얼마나 사랑스럽던지. 출장 가서 만난 사람들에게 고양이 자랑을 한참 했다.

그러고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기 고양이들을 키우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우리 집이 고양이를 돌봐주고 입양 보내는 고양이 기숙사가 된 거라면, 조금 힘들어도 더 많이 귀여워해 주고 잘 돌봐 주자고 말이다.


오늘도 고양이들이 아이들 플라스틱 자동차 장난감을 하나 가지고 하키를 하듯이 뛰어다니며 놀고 있다.

부담이 아닌 사랑의 눈으로 보니 아기 고양이들이 그렇게도 귀여울 수가 없다. 특별히 낮잠 자는 모습은.

이러면서 사랑하는 법을 배워 간다. 그래도 빨리 좋은 주인들을 만나서 입양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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