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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미 Dec 01. 2022

여행자들이 돌아왔다

오랜만이야. 집시 꼬마들아.



겨울이 다가왔다. 이제는 긴팔 옷을 입고 다닌다. 길었던 우기가 지나고 강의 물도 줄었다.

올해 한국 나갔을 때 두부 기계를 사 왔다. 콩을 넣고 기계 버튼을 누르고 25분 기다린 후 다시 가스레인지에 그 콩물을 올려놓고 간수를 넣으면 순두부, 간수를 넣고 다시 틀에 넣고 누르면 두부가 완성된다. 한국에서 간수를 꽤 넉넉하게 가져왔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보니 벌써 간수가 떨어졌다. 그래서 점심시간 급하게 간수 대신 사용할 식초를 사러 가게로 갔다.
남편과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가게로 가는 길. 어딘가 익숙한 사람들의 뒷모습이 보였다. 집시들이었다.
허름한 옷을 입고 바쁘게 걸어가는 남자들 어깨에는 작고 큰 짐들이 있었다. 집시 남자들을 재빠르게 지나간 후 기차역 가게에 가까이 가자 조그만 아이들이 조잘거리며 걸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집시 아이들이었다.
젊은 엄마들은 하나같이 갓난아기들을 안고 걸어가고 있었고 그 옆으로 또 어린아이들이 무리를 지어 걸어가고 있었다. 지나가는 무리의 모습이 집시들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너무 반가워 소리를 질렀다.

"와. 너무 귀엽잖아. 집시 애들이에요. 여보. 우리 쿠시가 돌아왔나?" 길가에서 오랜만에 친구를 만난 사람처럼 호들갑 떠는 나를 보며 남편이 말했다.

"귀여울 것도 많다." 남편은 나의 이런 반응을 기대하고 있었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벌써 많이 와서 자리를 잡고 있어." 남편이 말했다. 남편은 이미 강가에 자리를 잡은 집시들을 본 모양이었다. 콧물 찔찔 흘리며 걸어가는 아이들이 이렇게도 사랑스러울 수가.
나는 아이들을 만날 생각에 벌써 마음이 설렜다.

"와. 저렇게 모이면 정말 100명 금방 되겠는데. 너무 많으면 도와주기도 부담스러운데. 안되면 나중에 맛있는 밥이라도 해줘야겠어요." 나는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남편 뒤에 앉아서 조잘조잘 쉬지 않고 말했다. 오랜만에 만난 집시 아이들에게 무엇을 해줄까 하는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집시들과의 인연이 벌써 4년 째다. 이제는 아는 대부분 아는 얼굴들이다. 갓난 아기였던 아이들이 부쪽 자라서 엄마 옆을 따라 다닌다. 처음에는 집시들이 불쌍해서 그들을 찾아갔는데 이제는 아니다. 그냥 집시 아이들이 집시 사람들이 좋다. 아이들의 해맑은 눈이. 그들이 사는 낡은 텐트가. 아줌마들의 거친 수다 소리 까지도.

평생을 집시로 이곳 저곳을 다니며 살아온 그들의 삶에 큰 변화를 줄 수 있을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나는 그저 그들과의 만남을 소중히 대하고 있다. 내가 나눌 수 있는 것을 나누며. 또 내가 그들에게서 받을 수 있는 것들을 많이 받으면서. 오늘 나는 나의 여행자 친구들을 다시 만났다.

겨울이 다가왔다. 그리고 여행자 친구들이 팔라카타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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