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두미 Oct 02. 2023

해외여행 가서 사 오는 것은?

나는 해외에서 산다.

그래서 자주 비행기를 탄다. 일 년에 한 번은 한국에 와야 되니까 비행기를 타고 또 가끔 다른 나라를 방문할 때도 있다. 사실 나는 여행을 싫어하지도 않지만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았던 사람이다.

어렸을 때부터 해외여행을 많이 다녀본 것도 아니었고 비행기 공포증이 있기 때문에 여행을 할 때면 항상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가다듬어야 한다. 요즘은 그래도 비행기에 대한 신뢰가 좀 더 생겨서 기내식도 먹고 비행 중 책도 읽을 수 있을 정도니 엄청난 발전이다.

몇 년 전부터 해외여행을 좀 더 하게 되었는데 대부분 목적지로 향하는 중 경유하는 곳에서의 짧은 여행이었다. 경유하는 것은 긴 비행기 여행을 적당히 나눠 줄 수도 있고 또 가격도 저렴해지니 일석이조이다.

처음 해외여행을 하면서 사온 기념품은 바로 냉장고 자석이었다.

친구들 집에 갔을 때 생소한 도시들 나라들의 이름이 적힌 냉장고 자석이 잔뜩 붙어 있는 것이 꽤나 멋져 보였던 것일까. 나도 해외에 나가면 의례 그 나라 이름이 적혀 있는 자석을 사곤 했다.

그리고 하나 더는 바로 열쇠고리다. 사실 열쇠고리는 내가 모으는 것이 아니라 내 절친과 막내아들을 위해 사는 것이다. 필리핀에 사는 친구는 전 세계 열쇠고리를 모으는 것이 꿈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어느 나라를 가던지 항상 친구에게 물어본다.

"너 ** 나라 열쇠고리 있어?"

"아니.'

"알았어. 사갈게."

친구는 필리핀에 나는 인도에 살아서 만나기도 쉽지 않지만 그 친구를 위해 모아 놓은 열쇠고리를 가끔 만날 기회가 있을 때 전해주곤 했다. 물론 막내를 위해서도 항상 열쇠고리를 사간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볻 크리스마스 스노볼 들

내가 좋아하는 기념품은 스노우볼이다. 작은 스노우볼 안에 그 지역의 특별한 건물이 있고 움직일 때마다 눈이 내리는 모습은 나의 감성을 충만하게 해 준다. 하지만 남편은 스노우 볼을 제일 쓸데없는 물건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까이 부탄과 두바이 빼고는 스노우볼을 거의 사지 못했다. 뭐 남편의 구박도 있었지만 나 역시 무겁고 비싼 스노볼을 어디에

보관할지  고민했었으니까.  

그래서 그런 스노 볼을 볼 때면 그냥 기뻐서 사진만 찍어댄다. '아~ 이쁘다!' 이렇게 감탄하면서.


하지만 내가 절대 포기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바로 공책이다.

그 지역의 특징이 잘 도드라진 공책이나 다이어리를 사는 것은 내게 가슴 설레는 일이다.

그래서 터키에 갔을 때는 공책만 서 너 권을 사들고 온 것 같다. 올해 미국 여행에서도 간신히 샌프란시스코 금문교에서 파는 마음에 드는 공책을 하나 구입했다. 또 경유지 체코에서는 프라하의 아름다움이 그려져 있는 노트를 구입하기도 했다. 며칠 전부터는 튀르키예에서 사 온 작은 무지 노트에 그림일기를 그리기 시작했다.

노트를 펼칠 때마다 나는 터키의 추억들을 기억한다.

그러고 보면 난 여행에서의 찍은 수많은 사진들보다 이런 기념품들 더 자주 보는 것 같다.

여행지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들이 묻어있는 자석, 스노볼(많지는 않지만) 그리고 노트.

노트에 추억을 그리고 써가며 더 의미 있는 기억을 남기고 싶다.

터키에서의 추억을 가진 무지노트 안에 인도에서의 일상을 그리는 것만큼 특별한 행위가 또 있을까?

다음에는 또 어떤 여행지를 가서 어떤 노트를 사게 될까? 그리고 어떤 이야기를 그 노트에 기록할까?

생각만 해도 설렌다. 설레서 이 노트들을 만지고 또 만져본다.

여행지의 낯선 냄새와 공기가 내 주변을 감돈다. 참 설레는 공기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