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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미 Dec 23. 2024

함께 연주한다는 것

지난주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의 75주년 행사가 있었다. 

많은 손님들이 있었고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이 있었다. 그중 학교에서는 마지막 순서 중 특창 부분을 내게 부탁했다. 내가 비록 한국에서는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간호사를 잠시 했지만 인도에 온 이후로 거의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고 리코더를 가르치는 등 음악 선생님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특별한 순서에 음악은 종종 내게 부탁했다. 특별한 행사에 부탁받았기 때문에 최근 함께 연습하고 있는 바이올린 그룹과 함께 연주를 하기로 했다. 

고등학생부터 할아버지까지 총 8명이 '기쁘다 구주 오셨네'를 연주했다. 

여기서 몇 명은 매주 일요일 오전에 모여서 나와 함께 바이올린을 연습하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대부분 바이올린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마음만은 이미 바이올리니스트인 친구들이었다. 

아마 이 친구들이 없었다면 나의 바이올린 연습은 일찍이 멈춰졌을지도 모른다. 함께 연주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억지로라도 책임감으로라도 연습을 하게 됐다. 

그리고 함께 참여한 할아버지는 음악을 전공한 인도 목사님이었다. 이분은 10년 전 내가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 왔을 때 함께 바이올린을 연습하고 교회에서 연주하던 멤버 중 한 분이셨다. 그런데 올해 7월에 쓰러지셔서 거의 사경을 헤매셨다. 병원에서도 며칠 안에 돌아가실 것이라고 했는데 기적적으로 건강이 회복되신 것이다. 

처음에는 걸을 수도 없었는데 이제는 천천히 걷기도 하면서 악기도 연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이번 연주 때 할아버지 목사님을 초대했다. 손이 벌벌 벌 떨리시는데도 여전히 아름다운 바이올린 선율을 연주하시는 할아버지 목사님. 언제 또다시 건강이 악화될지 모르기에 함께 연주하는 것이 참 소중하고 감사했다. 연주하기 전에도 연주가 마치신 후에도 할아버지 목사님은 아주 천천히 자리로 돌아가 앉아 있었다. 

아마 오래 밖에서 서 있는 것이 힘드셨으리라.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을 만나는 것은 잔디밭에서 우연히 네 잎클로버를 발견한 것과도 같다. 혼자라면 금방 멈추게 될 것을 함께여서 오래 지속할 수 있는 것이다. 서로에게 공감이 되고 위로가 되고 용기가 되는 것이니 얼마나 소중한 만남인가. 내게 바이올린을 함께 연습하는 인도 친구들이 그렇다. 그리고 오랜 시간 자주 연주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종종 함께 연습하고 연주한 할아버지 목사님도 내게는 그런 소중한 만남이다. 아마 할아버지에게도 우리가 그런 존재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몸이 약해도 음악을 사랑하고 연주하고픈 할아버지 목사님의 마음을 우리 바이올린 팀들은 이해하고 있으니까. 그것만으로도 용기가 되고 행복하시지 않을까. 

토요일 연주를 하기 전 나는 무대 뒤에서 함께 연주하는 고등학생 아이들과 함께 여러 노래들을 연주하고 있었다. 그때 옆에 앉아계시던 할아버지 목사님이 아무 말 없이 우리의 연주를 따라 함께 연주하시기 시작했다. 우리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함께 같은 노래를 연주하면서 그 짧은 시간을 공유하고 있었다. 

함께 연주한다는 것, 함께 한다는 것은 이토록 짜릿하고 뭉클하고 소중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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