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직 배울 게 많은 엄마

by 모두미

몇 주전 둘째 아들이 멀리 공부하러 기숙사로 갔다.

아기 때부터 가족과 함께 인도에서 자란 아이가 이제 독립하여 공부하러 갈 시간이 되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아들만 둘이 있고 계속 함께 지내다가 갑자기 떨어지게 되니 엄마로서 나름 충격이 있었던지 자꾸 눈물이 났다.

나쁜 일로 간 것도 아니고 공부하러 갔는데 자꾸 눈물이 나는 것이 부끄러워 인도 친구들이 아이에 대해 물으면 재빠르게 답하고 집으로 오곤 했다. 혹여나 눈물을 보일까 싶어서.

아들이 가고 난 후에도 며칠 눈물이 났다.

두 달 후면 첫째 아들이 새로운 공부를 위해 또 집을 떠난다. 벌써부터 첫째 아들까지 떠나면 또 며칠을 울게 되려나 혼자 생각하다 울컥했다. 그러고 보니 나도 내 동생도 중학교 때부터 기숙학교에서 학교를 다녔다. 중고등학교를 다니고 대학생이 되었고 직장인이 되어 결혼할 때까지 나는 기숙사에 살았다. 엄마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그러고 보니 난 한 번도 엄마의 기분을 물어본 적이 없었다.

"엄마. 둘째를 보내고 자꾸 눈물이 나더라고. 참 나 너무 우끼지요?"

"웃기기는. 당연한 거지. 엄만데. 엄마는 자식새끼 떨어뜨려 놓을 때 가슴 아픈 거야. 나도 네 동생 기숙사에 넣고 올 때 ** 고개까지 울고 왔다니까. 그때는 그 방법이 최선이었기 때문에 가슴 아파도 너 내를 보낸 거였어."

함께 지내던 가족을 특별히 아이를 보내는 심정이 이렇게도 아린 것인지 전에는 몰랐다.

아이들이 사춘기를 지나고 독립하면 그대로 끝나는 줄로 생각했던 내가 참 어렸다. 아직도 엄마로서 배워야 할 많은 감정들이 있는 것을. 꼭 모두 졸업한 사람처럼 생각하고 있었으니.

둘째와 떨어지고 나니 그제야 아이를 잃은 부모의 심정을 아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도 나는 일 년에 한 번은 만날 수라도 있지. 평생 그리워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생각하니 더 눈물이 났다.

나는 아직도 배워야 할 마음이 더 많다는 것을 생각하며 겸손해졌다.

인도 친구 한 명이 빈 둥지 증후군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자녀를 보내고 난 후 오는 우울감 그리움 여러 가지 감정을 통틀어 빈 둥지 증후군이라고 부르는 것 같았다. 어머님도 엄마도 모든 엄마들이 다 겪었을 이 허전한 마음.

나는 이제야 겪고 있는 것이었다.

사람은 항상 자신이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주 내가 아는 것이 다인 마냥 살기도 한다. 나도 그랬던 것 같다. 뭐 이 정도면 나도 인생을 알았겠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직 내가 알아가야 할 인생은 더 많은 문들이 있었다. 이렇게 문 하나하나 열어가면서 또 다른 인생의 단계로 나아가는 거겠지.



keyword
작가의 이전글폭삭 속았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