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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풍경 Oct 26. 2021

평강공주는 바보 온달을 변화시킬 수 없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관계 안에서 끊임없이 깨닫고 다듬어지는 일상을 반복합니다. 이렇게 상호 교류하며 무덤으로 가는 날까지 '온전함'에 가깝게 정신적, 영적으로 성숙해지는 것이지요. 이러한 온전함으로의 끝없는 지향을 상담심리학자들은 통합의 단계, 융은 '개성화', 크리스천은 성화의 과정으로 불러왔습니다. 이 특성이야말로 '사람다움'이라고 생각해요. 이러한 긍정적 시선이 바탕이 돼주기에 상담치료 또한 가능합니다. 상담자 스스로가 상담의 도구가 되어 구조화된 만남을 지속하는 형태로 말입니다. 그런데 관계는 관계이되, 건강하지 못하기에 오히려 해가 되는 관계가 있습니다.





박 씨 부인과 평강공주의 공통점,

무엇인지 아세요?


  한 여성이 남편을 훌륭하게 뒷바라지해 구국 영웅으로 세웠다는 점일 겁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이야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전설이 자신의 삶에서도 재현되기를 바라지요. 건강한 이성 및 부부 관계에서 서로 지지하고 자극하여 발전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지원과 희생이 일방적이라면 어떨까요?




구원 환상, 메시아 신드롬이라는 덫

    '구원 환상 Rescue Fantasy' 즉 메시아 신드롬은 자신의 능력과 도움으로 타인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삶을 줄 수 있다는 신념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전지전능한 한편의 일방적 개입으로 다른 한 인격체가 180도 새로워진다는 것은, 말 그대로 신의 권능에 의한 경우 외엔 허상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때문에 구원 환상 또는 메시아 신드롬이라고 우리는 부릅니다.

   평강공주 콤플렉스도 같은 말입니다. 묘한 일은, 구원 환상에 빠져 손을 내민 쪽이 보다 기능적이고 건강한 마음의 소유자인  하나 관계의 지속이 길어짐에 따라 능력의 기울기와는 별개로 좌절감에 빠지고, 관계의 저울이 상대편에게로 기운다는 점입니다. 구원 환상에 빠져 관계를 시작한 이는 이미 스스로 덫을 향해 걸어들  예비 희생자나 다름없습니다. 가볍게는 손해나 보고 일방적으로 퍼주는 관계, 좌절감과 실망·분노나 얻거나 나아가기는 가스라이팅, 피학적 관계, 데이트 폭력 등이 포진되어 있는 강력한 덫이지요.






왜 메시아 신드롬에 빠지는가

    공통적으로 이러한 관계에 끌리는 분들에게는 애정결핍이나 낮은 자존감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타인에게 도움을 주거나 결정적인 역할을 함으로써 스스로의 가치와 행복을 확인받고자 하는 것이지요. 즉 나름의 정서적 이득이 있기에 비합리적으로 여겨지는 관계를 무의식적으로 선택하는 속 사정이 있습니다.

-애정결핍에 대한 보상심리
 "내가 받지 못한 사랑, 네가 누리게 해줄게"


-거절에 대한 두려움
"날 떠나지 마"
"상처받는 것보다 헤어지는 게 더 두려워"

-권위적인 양육자에 대한 반작용으로 연약한 상대를 선택함
"넌 내가 없으면 안 돼"

-헌신과 봉사를 통해서만 기쁨과 존재감을 느낌
"난 원하는 게 없어. 네 행복이 나의 행복이야"


-보상과 인정을 기대함
"언젠가는 깨닫겠지"  
"언젠가는 고마워할 거야"


    이타적인 행동, 헌신과 봉사, 희생은 아름다운 단어일지 모르나 상대방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부분을 돕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행위들이 자기만족에서 기인한다면, 진정으로 이타적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또한 받는 이들도 고마워하기는커녕 당연시하거나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랍니다.






평강공주는 바보 온달을 변화시킬 수 없다


    바보 온달을 구원하려고 애쓰고 계신 세상의 모든 평강공주에게 묻고 싶습니다. 나의 인생을 조용히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길요. 만약, 지금까지 서술했던 내용들과 나의 삶의 겹쳐지는 부분이 있는지요. 나의 대인관계에서 늘 똑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지는 않았는지요. 관계의 문제는 참으로 개선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상담치료라고 모든 케이스에 무조건 내가 달라지고 내가 환경에 적응하는 게 능사라고 보진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상담 과정은 스스로의 욕구와 정서에 접촉하실 수 있도록 꾸려가는 공동작업이요, 여정이랍니다. 그리고 선택권은 늘 내담자(상담을 받으러 오신 분)에게 있습니다. 선택의 결과 또한 내담자의 몫입니다. 대신 결정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그 선택의 여지에 "관계를 정리하다", "환경을 바꾸다"라는 항목 또한 있다는 사실을 생각 못 하고 계시다면, 환기시켜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타인의 삶에 메시아가 되시려는 선택보다는 진정한 나와 조우하는 여행으로 방향을 틀어보시길 바랍니다.  





삶의 '독성'을 제거하세요.


EBS라디오에서 '권순재의 마음 상담소'코너를 진행하고 계시는 권순재 선생님의 신간을 소개하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자 권순재 :  세종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 / EBS라디오 [오천만의 생활 경제]  '권순재의 마음 상담소'


    
      절대 끝나지 않는 불행을 가진 사람의 주변에는 독성 관계가 있다. 그 관계 안에서는 아무리 정신이 강한 인간이라도 자신의 마음과 욕구를 제대로 볼 수 없게 되며 행복을 추구하려는 본능을 잃고 모든 희망과 활력을 타인의 저급한 욕심과 결핍의 해소에 소모당해 버린다.그리고 이러한 관계는 생활을 같이하는 친밀한 관계, 즉 가족, 연인, 친구, 직장 동료들에 의해 일어난다. 아이러니하게도 독성 관계는 상대적으로 공감 능력이 있고 정신이 건강한 사람들이 그 희생자가 된다. 저자는 이렇게 한 인간의 정신에 지대하고도 지속적인 손상을 입히는 병적이고 일방적인 관계를 ‘독성 관계’라고 개념 지었다.



                                                        예스 24 책 소개


    "독성 관계"는 병리적이고 비 적응적인 모든 관계를 통칭한다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아요. 와닿는 명칭입니다. 권순재 선생님은 이러한 관계로 괴로운 이들에게 생각과 행동을 바꾸고 적응하게 돕는 여느 접근 방식보다는 환경의 독성 요소를 파악하여 정리하도록 안내하였답니다. 그리고 독성 관계의 케이스에서는 환경의 변화만으로 긍정적인 변화가 보였다는 것이지요. 도서에는 나의 관계를 점검해볼 수 있는 점검표도 있으니, 진심으로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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