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의 계획은 해방촌 작은 책방 돌기였다.
워낙 인스타그램에서 봐둔 곳들이 많아 쭈욱 다 가봐야이라는 마음으로 지도에서 위치를 확인하고 가는길을 익히고 걷고 걸어서 여러군데를 돌았지만 아쉽게도 문을 닫았거나 혹은 문을 닫았거나 문을 닫아서 네 군데 중 결론적으로는 한군데밖에 가질 못했지만 그곳도 뭔가 사진찍고 나오자니 너무나도 어색하여 스윽 둘러보고 나오고 말았다.
문을 닫은 곳중에 한 군데에는 그냥 둘러보고 사진찍고 가실 손님들은 방문을 삼가해달라는 글귀도 있었다.
책방을 간다는 마음 자체가 내가 이 책을 살지 안살지 모르는것인데 들어가서 책들을 보고 그 책방이 예뻐 사진을 찍었지만 마뜩찮게 구입까지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일텐데 그 문구가 참 마음에 걸렸다.
그렇게 보고 또 보면서 내가 할 곳에 대한 그림을 그려나간다.
적어도 책은 마음껏 볼 수 있게 해두자. 살 사람은 산다....라는 마음가짐이 생겼는데 또 그게 잘 간직될지는 모를 일이다.
사람의 마음은 도저히 알 길이 없으므로.
모든 문 닫은 책방들과 문은 열었지만 들어가기 뭐했던 곳을 지나서 하염없이 걷다가 정신차려보니 어느덧 숙대입구 근처였고 적당히 허기도 졌다.
어디든 이 근처 맛집을 가보자는 생각에 마음에 드는 김치찌개집을 발견하곤 목표를 향해 걷는데 툭 하고 왠 만두집이 눈에 띈다.
가만보니 미쉐린 마크가 떡하니 붙어있는 중국풍의 만두가게였다.
한국에서 미쉐린붙은 식당은 처음가본다며 호들갑을 떨며 들어가 만두 하나를, 딱 하나를 멋들어지게 시켜본다.
샤오릉바오를 시켜놓고 15분정도를 기다리니 음식이 나왔다.
적당히 육즙도 있고 만두 하나하나가 예쁘게 담겨있는 모습도 좋고 맛을보니 맛도 괜찮았다.
와.. 너무 맛있어!까지는 아니었지만 중국식 손만두를 어디서 먹어보랴.
이 정도면 됐다, 좋다 싶었다.
그 이후론 계속 걷고 걷고 또 걸었다. 숙대에서 서울역쪽으로, 서대문쪽으로 쭉쭉 그렇게 발길 닿는대로 약간의 비를 맞으며 걸었다.
구 서울역에서 무료전시를 하고 있길래 그냥 지나칠 수 있으랴. 냉큼 들어가서 천천히 둘러보았다.
건물이 참 탐나게 예뻐서 아픈 역사를 간직하긴 했지만 잘 유지가 되기를 바래본다.
가만보니 서울역 고가도로를 걸을 수 있게 공사를 한참 하던것이 완공이 되었는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게 간간히 보인다.
나도 걸어봐야겠다며 올라갔는데 슬슬 다리가 저려온다. 이쪽에서 저쪽 끝까지는 도저히 못가겠고 다음을 기약하며 간단하게 스윽하고 둘러보곤 퇴근시간이라 그런지 꽉 막힌 도로를 보며 역시 서울에선 못살겠다, 자연이 있는 곳에서 천천히 느리게 살아야지하고 내 다짐을 다시금 떠올린다.
걷는걸 무척 좋아하는지라 아마 2만보는 걸었던 것 같다. 걷다 지쳐 나중에는 버스를 탔는데 뭔가 병이라도 난 것 처럼 몸에서 열도 나는 것 같고 몸이 버겁도록 힘들어서 어서 빨리 집에 도착하기를 얼마나 바랬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