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무엇인가를 알아버린다는 건, 늦게라도 알아서 좋은 것일까 알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일까. 날씨가 제법 추워져서 쌀쌀함을 안고 천천히 산책을 해본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어가는 단독주택 마을도 보고, 내 인기척을 느끼자 나무 위로 빠르게 숨는 다람쥐도 보고, 이제는 바닥을 드러내며 메말라가는 개울가도 보고, 숲에 걸린 거미줄도 보면서 그렇게 천천히 걸어본다.
가만가만히 사랑하는 이들의 뒤를 따라 걸으니 뒷모습마저도 사랑스럽다. 아마 무언가를 알아버렸기에 더 소중해진 시간이라며 좋은 점을 생각해본다. 매일이 같았으면 몰랐을, 조금은 변한 환경 때문에 알게 된 다른 부분들을 더 소중히 하자고 그렇게 곱씹으며 한걸음 한걸음 천천히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