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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Oct 29. 2017

제주라는 곳

처음 제주도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던 건 2011년도 즈음이었던가. 그러니까 지금처럼 사람이 많지도, 가격이 그렇게 오르지도 않았던 때였다. 난 분명 제주도에서 살고 싶었지만 어찌어찌 사는 흐름에 바쁘게 쫓아가다 보니 지금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때 갔더라면 지금보다 비싸지 않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지금 나름으로 다르게 좋으니 (그때 사뒀어야 했어!라는 약간의 후회 정도 빼고는) 후회는 없다. 역시나 제주도에서 살고 싶다는 바람은 수그러들지 않고 더욱 커져서 그곳에서 돈에 개의치 않고 물건에 욕심내지 않고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마음은 풍요롭게 살고 싶다는 바람은 남아있다.


아무래도 제주도를 다녀와야 할 거 같다며 지난 가을 짐을 싸고 일주일 정도 숙소를 예약하고 제주도에 다녀왔다. 관광지라고는 천지연 폭포 한 군데만 들렀고 그 외에는 젊은 분들이 하신다는 새로운 느낌의 제주를 살펴보았다. 소심한 책방을 두 번 들렀고 슬슬슬로우에서 라면과 돔베고기를 먹었고 요네식당을 들러 파스타를 먹었고 지나가다 예뻐 보이는 카페를 두어 군데 들렀고 하루 종일 성산일출봉이 보이는 명당 앞에 앉아 있기도 했다. 물을 사기 위해 들른 편의점 카운터에 앉아 계셨던 할머니는 앞에 계산하려고 서있는 나를 보면서도 뭐 급할거 없잖수?라는 느낌으로 통화를 하셨고 나는 그 통화가 끝날때까지 가만히 서서 기다렸던 것 까지도 좋았다. 아마 여기는 느리고 느린 곳일꺼야, 그래서 빨리 계산해 주세요라는 말은 이상한 언어일거야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 언젠가 태어난 곳은 내가 정하지 못했지만 사는 곳은 내가 정하고 싶어서 여행을 떠난다는 사람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 말이 마음 깊이 남아서 외국을 여행할 때도 이 곳에서 살게 된다면이라는 시각으로 구석구석 여행을 하곤 했지만 여기서 나이 들때까지 살고 싶다고 생각한 곳은 제주도 한 군데 뿐이었다. 아침 독서를 해야지 하며 펼쳐든 책에서 제주 여행에 관한 글을 읽었더니 또 그렇게 가슴이 뛴다. 잔뜩 비싸져서 갈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길은 어찌어찌 열리겠지라며 다독이면서 그때의 사진을 꺼내 다시 들춰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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