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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Oct 30. 2017

꿈에서 만난 추억

꿈에서 중학교 시절 옆집에 살던 남매가 나왔다. 한참을 잊고 지냈는데 성인이 된 모습으로 나타난 남매를 보니 왠지 모르게 반가웠다. 문득 왜 내 꿈을 찾아온 것일까, 나는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하며 궁금해진다. 그렇다 할지라도 잘 지내는지 별 일 없는지 알아볼 길은 없지만 어찌 되었건 무슨 이유가 있으려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어릴 적 까맣고 깡말랐던 나와 하얗고 깡말랐던 여동생은 제법 친했고 같이 다니면 자매냐 하는 소리도 종종 들었다. 같은 중학교에 가서 참 친하게 지냈던 것 같은데 정신 차려보니 그녀도 나도 다른 친구들을 옆에 두고 있었다. 사실 언제 그녀가 이사를 갔는지 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일어나서 여러 생각을 했다. 그때의 인연을 소중히 하여 계속 친하게 지냈더라면 어릴 적부터 같이 자란 친한 친구가 있었던 거였을 텐데. 그 집 부모님도 참 좋으신 분들이었었는데 건강히 잘 계시려나. 그 친구와 계속 친하게 지냈더라면 적어도 공부는 열심히 했었을 텐데.


그러고 보니 스무 살 넘어 어느 날 그녀에게서 어찌어찌 연락이 왔었다. 고등학교 시절 내내 연락이 없던 그녀는 대학교를 가서는 만나고 싶다고 연락을 했고 나는 그녀의 손에 이끌려 어딘가로 가게 되었다. 아침부터 오후까지 꼼짝없이 앉아서 설명을 듣던 그곳은 다단계 회사였다. 한 번 어떤 생각이 들어가면 잘 바꾸지 않는 나에게 다단계는 나쁜 곳이었다. 그렇기에 아무리 현란한 말솜씨로 유혹을 해도 나에겐 소용이 없었다. 아침부터 오후까지 이어졌던 긴 설명회가 끝나고 그녀와 작은 맥주집으로 향했다. '널 봐서 앉아있었어. 당장 일어나고 싶었지만. 그런 곳에서 나오는 게 좋겠어. 거기 다니지 마.'라는 말을 했던 것 같다. 그게 내 기억으론 마지막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sns를 켜고 그녀의 이름을 검색해 보았다. 워낙에 흔한 이름이라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떴다. 우리나라는 이름이 세 글자여서 사람 찾는 게 힘들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잘 지내는 걸까. 잘 지내는 거겠지. 내 꿈에 나타난 것도 그냥 우연이겠지. 비록 인연이 닿지 않아 연락을 이어가진 못했지만 어디선가 그녀의 친절하셨던 부모님과 키가 무척 컸던 그녀의 오빠와 잘 지내기를 바라본다. 살면서 언젠가 우연히 만나는 정도를 기대해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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