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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Dec 13. 2017

연어

아무리 의욕을 일으키려 해도 좀처럼 마음이 서질 않는다. 무언가가 몸에서 빠져나가 모든 힘이 다 사라져 버린 느낌이다. 혹은 나만 이렇게 사는 거 같은 우울함이다. 힘을 내보려 해도 잘 되지가 않아 잔뜩 긍정 확언이 들어간 영상을 보고 있어서 그나마 쥐어짠 힘으로 일어나 본다. 겨울이라 그런가. 겨울이라 그렇다고 하기에 내 집은 충분히 따뜻하다.
거진 열흘을 아무것도 안 하고 산 것 같다. 아 그럴 바엔 죽은 듯이 책만 읽자 싶어 맨 끝에서부터 읽지 않은 책을 하나씩 뽑아들자고 '결심'을 하며 한 권을 꺼냈다. 연어에 관한 이야기이다. 너무 일본 문학만 읽는 듯해서 사둔 한국문학전집 중 8번째 책이다. 세상에 우연은 없으니 이 연어 책이 나에게 뭔가 할 말이 있는 것이겠지. 대강 21 페이즈음 읽는데 떡하니 한 문장이 마음을 파고든다.

'삶이란 그래도 견뎌야 하는 것이다.'

은빛연어는 그리 생각했단다. 삶이란 견딜 수 없는 것이 다라 했다가 삶이란 그래도 견뎌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단다. 견뎌야 하는 삶이라니. 모두가 파란 등을 가지고 있을 때 혼자 은빛 등을 가지고 태어난 은빛연어가 그렇게 생각한단다. 아무튼 잘 읽히므로 계속 읽어보기로 한다. 의욕이 사라진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이므로. 그렇게 한 권 두 권 쌓이다 보면 어느새 맑고 밝고 넘치는 기운이 되어있겠지. 늘 그랬으니.

우울하고 의욕이 없고 슬프고 아플 때 힘이 되어준 건 사람도 그 무엇도 아닌 책이었다. 닥치는 대로 읽다 보면 나를 보듬어 주는 문장을 만나고 그 문장에 몸을 기대어 쉬다 보면 그런대로 마음이 아물어갔다. 이번이 조금 특이한 케이스로 어떤 상처도 아픔도 사건도 없었지만 추우욱하고 바람 빠진 듯 몸이 흐느적거렸다. 아, 그나마 이유라면 감기이려나. 그런 거 저런 거 생각하지 말고 연어 이야기나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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