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에 누워 잠든 널 본다.
자야 하는데 눈을 뗄 수 없어 한참을 바라봐.
들숨날숨 움직이는 작은 배.
만지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결국 손을 댄다.
전해오는 심장고동.
온기.
참 이상하지.
이 작은 생명체가
내가 돌본다 생각하는 네가
되려 날 지켜주는 이 느낌은 뭘까.
생각해 보면 이상한 게 한두 개가 아니다.
집에만 있던 내가 너와 산보를 나가고
강아지에 관심 없던 내가 세상 강아지들의 행복을 빌고
겁 많고 소심한 나인데
너와 있으면 용감해지지
너를 보살피고 지키려 애써.
비위 약해 식구들 양치질하는 것도 못 보는데
너랑은 뽀뽀해도
손에 침이 묻어도
쉬하고 응가해도
하나도 더럽게 느껴지지 않아.
잘 먹으면 기쁘고
먹지 않으면 속상하고
누가 너 보고 예쁘다 말해주면
하루종일 기분이 날아가.
산책 나가 발차기하면 영차영차 기특하고
개인기가 늘면 그게 뭐라고 난 또 그렇게 자랑스러워.
사고 쳐도 밉지 않고
손 많이 가도 귀찮지 않고
작은 네 행동 하나에도 왜 그렇게 흐뭇한지.
내가 부르는 소리에 네가 달려오면
나는 세상을 가진 거 같아.
작은 훈련을 성공할 때마다
마치 강형욱이 된 듯 성취감을 느껴.
내 손짓에 목소리에 반응하는 너는
별볼 일 없는 나를 뭐라도 된 듯
근사하게 만들어 준다.
너와 같이 걸으면 난 좀 멋져지는 거 같아.
난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져.
너는 나의 말을 알아듣고
나는 너의 몸짓을 조금씩 이해하고
말이 통할리 없다 생각했는데
우리만의 교감이 자꾸 늘어.
네가 노는 걸 보고 있으면
걱정을 잊어.
자꾸 웃어.
나는 너의 연예인
나는 너의 개그맨
네가 웃는 게 너무 이뻐서
네가 웃는 걸 자꾸 보고 싶어서
나는 너를 웃게 하려 해.
너를 웃게 만들고만 싶어.
나는 네 앞에서
목소리가 달라지고
표정이 바뀌고
착한 눈빛을 해.
아이가 되어 숨바꼭질을 하고
공놀이하며 즐거워해.
처음엔 이 모든 것이
낯설고 이상했다.
내게 온 이 감정들이
날 변하게 만드는 네가
매일 어떻게 이렇게 행복할 수 있을까.
날 바꾸는 작은 네가 참 신기했어.
살면서 배운 아름답고 가치 있는 단어들이
너로 환원되는 경험.
너를 통과하며 깊어지는 감정의 밀도.
귀엽다 행복하다 사랑한다 고맙다
그 말에 네가 들어가면
언제나 설레고 벅차.
사랑에 모양이 있다면 너처럼 생겼을 거라 생각해.
행복에 감촉이 있다면 딱 너 일거야.
나는 안다.
행복은 복잡하지 않고 요란하지 않다는 것을.
행복은 이벤트가 아니라 삶이란 것을.
고통이 없어야 행복을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
고통 옆에도 행복은 놓일 수 있고
행복이 문제를 해결해주진 않지만
이겨낼 힘이 되어 준다는 걸.
행복은 핫팩.
바닥의 찬기를 막아주고
행복은 쿠션.
떨어지더라도 부딪치지 않도록 도와줘.
행복은 충전.
너는 나의 배터리야.
오래전 영화에서 들은 대사를 네게 할 줄 몰랐는데
너를 보면 이 말이 떠올라.
'사랑할 수밖에 없어 사랑합니다.'
그래 맞아,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아마 그게 더
이상한 일일 거야.
사랑할 수밖에 없는 너.
내 행복 최대주주.
네가 나의 행복이듯 나도 너의 행복이면 좋겠다.
그렇게 되도록 애쓸게.
약속할게.
그러니 우리
자주자주 행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