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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이 May 25. 2023

내 행복 최대주주




옆에 누워 잠든 널 본다.
자야 하는데 눈을 뗄 수 없어 한참을 바라봐.


들숨날숨 움직이는 작은 배.
만지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결국 손을 댄다.


전해오는 심장고동.
온기.






참 이상하지.


이 작은 생명체가
내가 돌본다 생각하는 네가
되려 날 지켜주는 이 느낌은 뭘까.



생각해 보면 이상한 게 한두 개가 아니다.


집에만 있던 내가 너와 산보를 나가고
강아지에 관심 없던 내가 세상 강아지의 행복을 빌


겁 많고 소심한 나인데
너와 있으면 용감해지
너를 보살피고 지키려 .









비위 약해 식구들 양치질하는 것도 못 보는데


너랑은 뽀뽀해도
손에 침이 묻어도


하고 응가해도
하나도 더럽게 느껴지지 않아.



잘 먹으면 기쁘고
먹지 않으면 속상하고


누가 너 보고 예쁘다 말해주면
하루종일 기분이 날아가.


산책 나가 발차기하면 영차영차 기특하고
개인기가 늘면 그게 뭐라고 난 또 그렇게 자랑스러워.




사고 쳐도 밉지 않고
손 많이 가도 귀찮지 않고
은 네 행동 하나에도 왜 그렇게 흐뭇한지.








내가 부르는 소리에 네가 달려오면

나는 세상을 가진 거 같.


작은 훈련을 성공할 때마다
마치 강형욱이 된 듯 성취감을 느껴.


내 손짓에 목소리에 반응하는 너는
별볼 일 없는 나를 뭐라도 된 듯
근사하게 만들어 준다.

너와 같이 걸으면 난 좀 멋져지는 거 같아.

난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져.


너는 나의 말을 알아듣고
나는 너의 몸짓을 조금씩 이해하고


말이 통할리 없다 생각했는데
우리만의 교감이 자꾸 늘어.




네가 노는 걸 보고 있으면
걱정을 잊.

자꾸 웃어.


나는 너의 연예인
나는 너의 개그맨


네가 웃는 게 너무 이뻐

네가 웃는 걸 자꾸 보고 싶어
나는 너를 웃게 하려 해.

너를 웃게 만들고만 싶어.








나는 네 앞에서
목소리가 달라지고
표정이 바뀌고

착한 눈빛을 해.


아이가 되어 숨바꼭질을 하고
공놀이하며 즐거워해.



처음엔 이 모든 것이
낯설고 이상했다.


내게 온 이 감정들이

날 변하게 만드는 네가

매일 어떻게 이렇게 복할 수 있을까.


날 바꾸는 작은 네가  신기했어.




살면서 배운 아름답고 가치 있는 단어들이
너로 환원되는 경험.
너를 통과하며 깊어지는 감정의 밀도.

귀엽다 행복하다 사랑고맙다
그 말에 네가 들어가
언제나 설레고 벅차.






사랑에 모양이 있다면 너처럼 생겼을 거라 생각해.
행복에 감촉이 있다면  일거야.



나는 안다.

행복은 복잡하지 않고 요란하지 않다는 것을.

행복은 이벤트가 아니라 삶이란 것을.


고통이 없어야 행복을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

고통 옆에 행복은 놓일 수 있


행복 제를 해결해주진 않지만

이겨낼 힘이 되어 준다는 걸.


행복은 핫팩.

바닥의 찬기를 막아주고


행복은 쿠션.

떨어지더라도 부딪치지 않도록 도와줘.


행복은 충전.

너는 나의 배터리야.




오래전 영화에서 들 대사를 네게 할 줄 몰랐는데
너를 보면 이 말이 떠올라.

'사랑할 수밖에 없어 사랑합니다.'


그래 맞아,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아마 그게 더
이상한 일일 거야.


사랑할 수밖에 없는 너.


내 행복 대주주.


네가 나의 행복이듯 나도 너의 행복이면 좋겠다.

렇게 되도록 애쓸게.

약속할게.



그러니 우리

자주자주 행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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