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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있어 외롭지 않아

by 밤이



아침에 출근하

내가 없어 외롭진 않을까 걱정한다.

문 닫힐 때까지 가지마 하며 바라보는 너.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집을 나섰는데 아빠가 그러더라


문 닫히자마자 아무렇지 않게 장난감을 물어뜯으러 갔다고.

헤어질 때 나 행복하라고 섭섭한 척하다니

그 말 듣고 잘 키웠단 생각이 들었다.





핸드폰을 만지다

에 누워있는 가 심심까 물어본다.

너도 핸드폰 하나 사줄까.


먹지도 못하는 거 뭐 하려고

그딴 거 너나 해 하며 고개를 돌린다.


먹는 게 아니면 관심 없는 너,

간식 줘야 뽀뽀해 주는 너.

자본주의 강아지 같으니라고.

잘 키운 게 확실하다.





책을 읽으면 곁에 와 눕는 너.

동그랗게 몸을 말고 기다리다

옆으로 눕니 벌렁 누워 잠이 든다.

이상한 소리에 쳐다보면 코까지 골며 자고 있다.


놀려먹을 생각에 코 고는 소리를 녹음한다.

귀 밝은 너는 금세 내가 언제 잤냐 쳐다본다.

그리곤 슬며시 책 위에 턱을 올린다.


그만 봐. 이제 불 끄고 자자. 잠도 없냐.






심각한 생각에 잠겨 있으면

그 꼴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장난감부터 물어온다.


고민 같은 거 하지 마.

나랑 놀면 재밌어질 거야


너와 놀다 보면 가끔 그런 깨달음이 올 때가 있다.

내가 너랑 놀아주는 걸까. 네가 나랑 놀아주는 걸까.





나는 아무도 모르게 네 앞에서 노래하고

너랑 말할 땐 혀가 짧아지고

평소에 하지 않는 장난을 치고

찍지 않는 사진을 찍고

무엇보다 실없이 자주 웃는다


내가 내 전부를 좋아한다 말하긴 어려워도

너와 함께 있을 때의 가 좋다.


네게 사랑받을수록

나는 나를 좀 더 사랑하게 되는 것 같다.


내게 시는 쓸쓸하고 어렵고 슬픈 것이었는데

너를 만나고 나니

부드럽고 귀여운 것이 되었다.



아빠 발에 무좀있다. 저러고 나한테 뽀뽀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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