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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이 Jul 18. 2023

주상관매도

두보 <小寒食舟中作 한식 전날 배 안에서 짓다 >


 

佳辰强飮食猶寒
좋은 때라 억지로 마시며 먹으매 날이 오히려 찬데

隱几蕭條戴鶡冠
상을 비끼고 쓸쓸하니 은자에 관을 썼네

春水船如天上坐
봄 물의 배는 하늘 위에 앉은 듯하고

老年花似霧中看
늙은이 되어 보는 꽃은 안갯속에서 보는 듯하네

娟娟戲蝶過閒幔
곱디곱게 노는 나비 한가론 휘장을 지나치고

片片輕鷗下急湍
새뿐 새뿐 가벼운 갈매기 빠른 여울에 내리누나

雲白山靑萬餘里
구름 희고 뫼 푸른 만여 리 길이건만

愁看直北是長安
바로 북쪽이 장안인 양하여 시름하여 보노라

ㅡ두보 <小寒食舟中作 한식 전날 배 안에서 짓다 >






김홍도의 주상관매도.







그림 오른쪽 위에 적힌 화제는 위에 쓴 두보의 시에서 가져왔다.


老年花似霧中看
"늙은 나이에 는 꽃은 안갯속을 보는 듯하네"



꽃은 꽃이고

꽃은 꿈이고

꽃은 아름다움이고

꽃은 그리움

꽃은 사랑이고

꽃은 청춘이고

꽃은 낭만이고

꽃은 한 시절



인생이 물처럼 흘러 나이가 들었다.

노안으로 바라보는 꽃은 안갯속에 핀 꽃 같은데

꽃만 그러하겠는가.




옛날에는 그림과 글을 다르게 여기지 않았다던데
그림이 책이 되고 책이 그림이 되는 경지다.


물, 흙, 하늘의 경계가 없는 그림.
물, 흙, 하늘이 온통 여백인 그림,



시인지 시 아닌지 시 같은 그림,



옛 그림 설명해 주시는 오주석 선생님께서는

만일 하늘이 꿈속에서나마 옛 그림 한 점 가질 수 있는 복을 준다면
이 그림을 고르고 싶다 하셨다.


나는 꿈에라도 갖는 건 버거운 것이고
만일 하늘이 꿈속에서나마 옛 그림 한 점을
눈앞에서 볼 수 있게 해 주신다 이 그림을 고르겠다.


꽃 같은 시간을 회상하며.

안개같은 꽃을 그리워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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