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주상관매도
두보 <小寒食舟中作 한식 전날 배 안에서 짓다 >
by
밤이
Jul 18. 2023
佳辰强飮食猶寒
좋은 때라 억지로 마시며 먹으매 날이 오히려 찬데
隱几蕭條戴鶡冠
상을 비끼고 쓸쓸하니 은자에 관을 썼네
春水船如天上坐
봄 물의 배는 하늘 위에 앉은 듯하고
老年花似霧中看
늙은이 되어 보는 꽃은 안갯속에서 보는 듯하네
娟娟戲蝶過閒幔
곱디곱게 노는 나비 한가론 휘장을 지나치고
片片輕鷗下急湍
새뿐 새뿐 가벼운 갈매기 빠른 여울에 내리누나
雲白山靑萬餘里
구름 희고 뫼 푸른 만여 리 길이건만
愁看直北是長安
바로 북쪽이 장안인 양하여 시름하여 보노라
ㅡ두보 <小寒食舟中作
한식 전날 배 안에서 짓다
>
김홍도의 주상관매도.
그림 오른쪽 위에 적힌 화제는 위에 쓴 두보의 시에서 가져왔다.
老年花似霧中看
"늙은 나이에 보는 꽃은 안갯속을 보는 듯하네"
꽃은 꽃이고
꽃은 꿈이고
꽃은 아름다움이고
꽃은 그리움
꽃은 사랑이고
꽃은 청춘이고
꽃은 낭만이고
꽃은 한 시절
인생이 물처럼 흘러 나이가 들었다.
노안으로 바라보는 꽃은 안갯속에 핀 꽃 같은데
꽃만 그러하겠는가.
옛날에는 그림과 글을 다르게 여기지 않았다던데
그림이 책이 되고 책이 그림이 되는 경지다.
물, 흙, 하늘의 경계가 없는 그림.
물, 흙, 하늘이 온통 여백인 그림,
시인지 시 아닌지 시 같은 그림,
옛 그림 설명해 주시는 오주석 선생님께서는
만일 하늘이 꿈속에서나마 옛 그림 한 점 가질 수 있는 복을 준다면
이 그림을 고르고 싶다 하셨다.
나는 꿈에라도 갖는 건 버거운 것이고
만일 하늘이 꿈속에서나마 옛 그림 한 점을
눈앞에서 볼 수 있게 해 주신다면 이 그림을 고르겠다.
꽃 같은 시간을 회상하며.
안개같은 꽃을 그리워하며.
keyword
그림
꽃
안개
24
댓글
1
댓글
1
댓글 더보기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밤이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삶은 무수한 이야기로 가득차있지요. 그러나 그 이야기들을 쓰거나 말하지 않으면 모두 사라진답니다. ㅡ한나 아렌트
팔로워
206
제안하기
팔로우
작가의 이전글
강아지 아이스크림 먹방
일어나자마자 낮 열두 시
작가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