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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이 Jul 10. 2023

일기

7월 3일~7월 8일





7.3


'글은 망할 수 있다. 그렇다고 내가 망하는 것은 아니다.'






7.4


독서모임이라기엔 짬 내서 점심 먹는 사이가 더 어울리지만 어찌저찌 1년이 됐다. 원은 넷이고 책돌아가며 추천하발제 없이 돌아가며 독후수다를 나누는 자율형 모임.

선호 분야가 달라 매달 읽는 책이 일관성 없어 다. 6월 말 모임이 미뤄져 7월 첫 주에 겨우 날짜를 맞췄다. 김애란의 칼자국을 읽었고 내가 추천했다. 지난번 추천한 속죄가 벽돌책이라 다들 애 먹었다기에 속죄하는 맘으로 짧은 소설 택했다.


두 사람이 울었다. 나는 울지 않았다.






7.5

 

딸이 면접에 합격했다. 어릴 때부터 핸드폰 배경으로 고 다닌 곳이라 기특했다. 대단하다 치하하고 잘 키운 나를 칭찬하며 두 여자가 전화로 꺅꺅 소리 질렀다. 경사 났네 경사 났어. 눈물도 찔끔 났다.

내일부터 출근이라 회사원다운 옷이 필요하단다. 그렇겠지. 구두도 사야겠어. 엄카 좀 쓸게. 갑자기 눈물이 쏙 들어갔지만 경사는 맞, 그래 엄마가 쏜다.






7.6


장군이가 장을 너무 좋아한다. 기분이 나쁘다. 장군이를 붙잡고 너는 내 개라고 아무리 말해봤자 귀만 쫑긋거릴 뿐 소용없다. 이 녀석은 원래 지한테 불리한 말은 못 알아듣는 척한다. 아무래도 장이 산책을 시켜서 그런 모양인데 분발해야겠다. 

데리고 나가 놀아주는 보호자가 최고라고 강형욱 쌤이 말씀하셨다. 사랑도 노력해야 된다는 사실을 장군이에게서 배운다. 간식으로 얻은 사랑은 진짜 사랑이 아니다. 몸으로 놀고 웃고 부비고 같이 걸으며 얻은 사랑을 못 이긴다. 







7.7


분수를 가르칠 때마다 분모와 분자라는 용어가 거슬린다. 권력의 언어를 구분하고 차별적 표현에 조심해야 한다. 공동체의 윤리를 담는 말을 사용해야 한다. 쓰던 말을 해체하는 일은 힘들고 피로감을 높이지만 배워야 한다.

글과 말이 조심스럽다. 나도 모르게 글 말로 실수하고 편견을 드러내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일은 없어야 하는데 자신 없다. 정확하게 이름 붙고 표현하려는 의지가 인권 의식을 성장시킨다 믿는다.







7.8


한 달 만에 아무 일 없는 토요일.

친구가 추천한 '두 교황'을 봤다. 강형욱의 견종백과 '래브라도'편을 봤다. 조용호의 사자가 푸른 눈을 뜨는 밤을 완독 했다.

콩국수를 해 먹었다. 낚시 간 장을 기다리는지 장군이가 늦게까지 거실에 엎드려 있었다.









다음 메인에 오른 글. 장군이 엉덩이 덕분. 보라색은 아들인데 저녁엔 장군이한테 충전받는다. 강력 배터리.




독서모임하고 먹은 점심. 밥값이 8천원이다. 애들 생각이 났다.




아빠 기다린다고 방에 안 들어온다. 니 아빠 물고기랑 데이트갔다. 나  기다린다면 기분 좋았는데 좋아하지 말아야겠다. 널 위해 그러지마 장군아. 기다리는거 힘들고 쓸쓸하잖아.




이번 여름휴가는 미황사로 간다. 초행이라 해남 공부할 겸 읽는다. 완도는 다녀온 적이 있는데 해남은 어떤 느낌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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