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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이 Jul 06. 2023

혈중 강아지 농도




너와 붙어있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


장군이는 처음엔 저랑 잠을 같이 안 잤어요.


엄마 떨어져 온  맘이 쓰여

거실에 자리펴고 같이 잤는데

루종일 졸졸 따라다니면서

정작 밤에 잘 때는 뚝 떨어져 자더라고요.


뭐야 낮져밤이야?



가지마. 나랑 같이 자줘.


강아지는 원래 다 그런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팔베개하고 자는 친구도 있고

품에 꼭 안겨 자는 애들도 있더라고요.


옆에서 데려오면 귀찮다는 듯 가버

같이 자는 건 포기했죠.

얘는 왜 나랑 같이 안 자섭섭했어요.




요즘엔 이런 짓을 자주 합니다. 무겁다 내려가라.


10개월이 지나침대에 올라와 같이 자더라고요.

여전히 붙어 자는 건 아니고 발치나 옆구리 쪽에 뚝 떨어져 잤지만

같은 침대에서 자는 게 어가, 감지덕지했죠.


처음엔 아기 키울 때처럼 조심했어요.

발로 찰까 몸으로 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이제는 저도 나도 익숙해

장군이 없으면 허전해서 잠이 안 와요.


 닿는 부드러운 털 감촉좋고

낮게 코 고는 소리도 사랑스럽고

옆으로 자다 배 보이고 자다 뒤척이는 모습도 귀엽고


덩이를 나 다리에 딱 붙이고  

면서도 행복할 수 있구나 닫습니다.

과장없이 정말 엄청 요.



내 다리가 베개냐, 건방져서 귀여운 녀석.


침대에서 같이 잔다고 하니

아는 언니가 깜짝 놀라더라고요.

강아지를 어떻게 침대에 올리냐고요.


강아지와 함께 자면 얼마나 행복한지 알려주고 싶은데

방법이 없었습니다.

해 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니까요.



네게 책을 읽어주는 상상을 자주 해.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루 중 제일 좋아하는 시간은

내 개와 침대에 누워 책 읽는 시간이에요.


쓰다듬으며

가슴에 와닿는 문장을 담을

온몸 가득 충만해지는 기운을 느낍니다.


장군이는 여전히 반대 방향으로 지만

그래서 눈 맞추기 좋은 우리는

로의 손길에 평안해하다 잠이 듭니다.




수면은 밤 사이 몸을 복구시키고

강아지와 같이 자는 잠은 맘을 치유니다.


한밤 중 깼을 때 장군이가 어디 있는지부터 찾게 돼요.

확인하고 다시 편안하게 잠이 들고요.



일어나봐. 나 배고프자나.


아침이면 머리맡으로 올라와 베개 한쪽을 뺏거나

어깨에 머리를 올립니다.

이러니 제가 반해요, 안 반해요.


장군이가 온 이후론 항상 웃으며 을 깹니다.

나른하고 다정한 아침을 맞습니다.




형은 머리에 코 박고 엄마는 엉덩이에 손가락 콘센트 찔러 충전 중


그렇게 충전한 기운으로 하루를 삽니다.
하루를 살고 나면 달려가듯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나를 온몸으로 반겨주는 아이와 웃으며 인사하고

얼른 편안히 누워 눈 맞추고 싶습니다.

저녁이면 온 식구가 장군이에게 충전합니다.

머리와 발바닥에 코를 박고 얼굴을 부비면서요.


그 시간은 무엇일 필요가 없습니다.

냥 그저 그대로 있어주기만 하면 되는 순간.


혈중 너의 농도가 짙어지는 시간.

나는 매일 강아지와 같이 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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