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생각해 놓고 쓰는 글은 매력 없다. 글을 쓰다가 몰랐던 것을 알게 되고 생각이 변화하는 것이 글쓰기의 가치 아닌가.쌓이고 맺힌 나쁜 감정 들은 가장 약한 존재에게로 흘러 들어가기 쉽다. 조심하자. 그러지 말자.
9월 20일
새벽에 위경련으로 아팠다.쓰는 내내 우울하고 쓰고 나면 아픈 엄마. 엄마를 쓴 날은체기가 내리질 않는다.
9월 21일
독서모임에 네 권의 시집을 가져갔다. 새로 산 것은 아니고 집에 있던 것 중 네 권을 골라 표지가 보이지 않게 포장했다. 시집 뽑기를 했다. 어떤 시가 되돌아올까 궁금해서 나도 뽑았다. 문태준 시인의 《가재미》였다.
9월 22일
올해 고3이 된 녀석 둘이 추석 인사하러 들렀다. 6학년부터 중3까지 함께 공부한 아이들이었다. 그때 애먹인 얘길 꺼내 놀렸더니 이제 와 미안하단다.그땐 철이 없었다나 뭐라나.
명절 앞이라고 젤리 한 봉지씩 들고 온 모양새가 귀엽다.내 눈엔 아직도 덩치 큰 열두 살로 보인다.
9월 23일
글친구와 늦은 점심을 먹었다. 일로 만나 책벗되고 이젠 글벗까지 됐다. 노란 소국으로 인연 된 사람. 책으로 손 잡고 이젠 글을 나눈다.좋아하는 사람과 사는 얘기 글 얘기하니 행복했다. 낚시하는 사람들이 모이면 입으로 하는 낚시라 하여 '입낚'이라 하는데 나는 오늘 입으로 썼으니 '입쓰'라 해야 할까.
9월 24일
적절하고 탁월한 비유는 절실함에서 나온다. 그 상황에 오래 머무르고끝까지 지켜본 사람이 좋은 비유를 쓴다. 좋은 비유는 읽는 순간 머리통이 울린다. 이쁜 글보다 그런 글을 애정한다.
내사랑 장군이. 이번주도 사랑스럽고 도도하고 사소한 사고를 쳤다. 한결같은 너. 내내 귀여운 녀석. 지금은 내 옆에 누워있다. 사랑해 장군아.
시집 뽑기. 긴장감은 없었지만 나혼자 재밌었다. 가을이니까, 책벗들 마음에 꼭 맞는 시 한 편 침투하길 바라며.
여섯 테이블이 한 눈에 다 보이는 규모였다. 다녀온 곳과 먹은 것을 기록하는 이유를 알겠다. 사진에는 안 보이는 사람과 시간과 이야기가 저기 어디 담겨있다.
피타고라스 증명 수행평가 자료. 여러 종류의 퍼즐 중 제일 어려워하는 모양이다. 삐딱해도 딱 맞게 들어갈수 있어. 라고 말한뒤 잠시 골몰했다. 삐딱해야 정답인 경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