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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이 Oct 25. 2020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러브레터

D에게 보낸 편지 /앙드레 고르



 부고를 들은 건 설 연휴 마지막 날이었다. 례식장에 도착하니 선배 학생 딸 상복을 입고 멍하니 앉아 었다. 이게 무슨 일이냐는 말에 선배는 아내 자기 쓰러 다. 뇌출혈이었다. 중학교 졸업을 앞둔 아들은 른들의 슬픔과 위로가 부담스러운지 한쪽 구석에 앉아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장례식장은 고요했다. 누구도 적절한 위로 찾지 못했다. 당황 안타까움 함께 했다. 이컵에 담긴 소주가  챙길 나이란  함께 여러 번 돌았다. 어리숙한 애도였다. 


  남편 그 후 선배와 간혹 연락다.

  "잘 지?"

  "쎄, 괜찮아 보여."

  여름다 있는 동기 모임에 선배는 처음으로 참석하지 않았다. 가을 동창회도 오지 않았다.

  난 목요일, 선배 다. 장례 후 처음 본 선배의 얼굴은 나쁘지 않았다. 쓸쓸함이 느껴진 건 가을을 지나는 중이어 선지 모른다.

 "좀 쉬고 싶은데, 내 손으로 사직서는 겠고, 일까지 없으면 너무 가라앉을까 싶기도 하고. 아직 쉴 나이는 아닌데 요즘은 조용히 지내 싶단 생각을 자주 해. 난 말이야. 나...... 성실하고 착하게 살면 나이들 어선 그냥 자연스럽게 행복해지는 줄 알았. 그런 아니더라. 속고 배신당한 기분인데 그게 뭔지 모르겠어. 보내고 나니 왜 그렇게 살았나 싶. 지나 나나 일 순위가 자식이었거든. 둘이 재밌게 못 살았어."

 뒤늦은 깨달음은 아프다. 숱하게 들었을 위로의 말을 내 맘 편하자고 보탤 수 없어 아무 말하지 못했다. 머뭇거리는 침묵도 위로가 될 수 있 바랬다.  

 "부부끼리 챙기고 살아. 나처럼 후회하지 말고."












  앙드레 고르의 'D에게 보낸 편지'.

 내가 아는 가장 아름다운 러브레터. 



'당신은 이제 곧 여든두 살이 됩니다. 키는 예전보다 6센티미터 줄었고, 몸무게는 겨우 45킬로그램입니다. 그래도 당신은 여전히 탐스럽고 우아하고 아름답습니다."



 사상가이자 언론인이었던 고르는 도린과 연인으로, 동지로, 부부로 60년을 살았다. 부부는 사랑이라는 지극히 사적인 감정으로 맺어진 공적 관계. 이 모순 속에서 연대하며 하나의 세계를 만든다. 공간을 같이 사용하고 소득을 나눠 쓰고 역할을 분배하고 책임을 부과한다.


 당대 지성인이라 하여 부부생활이 남달랐을 리 없다. 사랑은 아름답지만 매 순간 각성되지 않고 생활은 곤궁할 때도 풍족할 때도 있을 것이다. 다만 두 사람은 상대의 사랑과 희생을 알았다. 기대지 않고 스스로 성장하려 노력하고 서로를 격려했다. 사랑을 잊지 않았다.




"그러다 나는 잠에서 깨어납니다. 당신의 숨소리를 살피고 손으로 당신을 쓰다듬어 봅니다. 우리는 둘 다, 한 사람이 죽고 나서 혼자 남아 살아가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이런 말을 했지요. 혹시라도 다음 생이 있다면, 그때도 둘이 함께 하자고."




 고르는 아내 도린이 불치병에 걸리자 공적인 활동을 접고 20년간 간호했다. 그리고 죽음으로 연대했다. 삶의 마무리에 이런 편지를 쓸 수 있다면 지구에 머문 시간 감사하며 조용히 평화롭게 떠날 수 있을 거 같. 


 후회 없는 관계는 후회해도 소용없관계 시작해야겠다. 후회하고 싶지 않은 관계 먼저 챙겨야겠다. 사랑은 삶을 지탱시킨다. 

 선배가 살아갈 힘과 즐거움을 회복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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