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부산가면 책이나 읽으려고.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교수님이 추천해주셨어. 엄마 읽어봤어? 무슨 내용이야?"
이십대 초반, 영화 먼저 보고 책을 읽었다. 오래되어 드문드문한 기억. 내용보다는 제목의 울림이 컸던 책. 살수록 의미 깊은 문장.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그런 순간 있잖아. 내 존재가 너무 가볍게 느껴지는, 모든 존재가 가볍고 하찮고 연약하고 불쌍한"
"글쎄."
버렸겠지 확신하며 책장을 뒤졌다. 있다. 94년도 출간. 간혹 그런 책이 있다. 꽂아두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는 책. 다시 읽은 기억이 없는데 삼십 년 가까이 남은 걸 보면 이 책이 그런 모양이다. 딸이 보낸 사진과 비교하니 책의 품새가 다르다.
30년 사이 책은 표지를 바꿔 두 번이나 개정판을 냈다. 책장에서 묵혀지는 동안 나는 여러번 존재의 가벼움을 경험했다. 경험할수록 무거워졌다. 무거워지고 무거워진 지금, 다시 읽으면 어떤 느낌일까. 이번 주말엔 아직 가벼움을 알지 못하는 한 존재와 함께 읽어봐야겠다. 존재의 가벼움과 무거움을 오가며. 삼십 년을 가로지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