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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닮녀 Aug 30. 2022

반짝이고 있어요


푸르른 방학을 보내느라, 빨갛게 익은 방학을 보내느라 연락을 못했지만, 늘 마음은 함께 했단 거 알죠? 언니에게 안부를 묻고 싶었어요. 높고 높은 하늘이 계속 목 운동을 하게 하고, 선선한 바람이 자꾸만 머리를 쓸어 넘기게 하는 8월의 끝자락에 와서야 인사를 건네네요. 빨갛고 뜨거운 방학을 보내느라 바쁜 언니에게 먼저 편지를 써야지 했는데, 역시 아우는 형님을 능가할 수는 없나 봅니다. 먼저 보내준 편지에 마음이 이리 또 설레네요.


**7월의 편지**

마법 같은 푸른 맛의 방학 (brunch.co.kr)

내 방학의 색깔은 빨강 (brunch.co.kr)






언니의 일본 작가 이야기를 들으며 저도 그랬어요. 저도 특별히 좋아하는 일본 작가도 없을뿐더러(이세 히데코, 아라이 료지, 다시마 세이조.... 음 이 정도면 많은 건 아니죠?^^;;;) 그림책을 제외하면 일본의 문화에는 거의 아는 게 없다고 말해도 무방할 정도예요. 저의 중학교 시절 젝키를 함께 좇아 다니던 쌍둥이 친구가 있었는데, 둘 다 일본 문화를 좋아해서 일본어는 늘 백점 맞고 결국에는 일본에 가서 살기도 하더라고요. 가장 친한 친구였음에도, 일본어가 제2 외국어였음에도 일본에 대해서는 정말 아는 게 없어요. 일본 영화 특유의 잔잔한 감성을 많이들 좋아하시는데, 저는 사실 현실에 있을 법한 범죄수사극과 스릴러물을 좋아하기에 일본 영화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 '데스노트'가 전부네요. 역시 언니와 취향이 동일한 듯합니다.



그럼에도 그림책만큼은 일본 작품도 두루두루 섭렵하고 있어요. 일본의 작품들은 뭐랄까 철학적인 이야기를 하는 책들도 참 많거든요. 인생이 무엇인지 탐구하는 게 철학이고, 그림책을 보며 하는 나의 모든 생각들이 철학과 닮아서 철학자는 아니지만 그런 그림책들을 참 좋아해요.



전 오늘 일본에서 나고 자란 나카반 작가의 작품 <나와 태양의 배>를 언니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이 책도 언니를 잠깐 멈추게 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나와 태양의 배>, 나카반 지음/ 이은주 옮김/ 봄볕


언니는 편지에서 제게 반짝이고 싶다고 했죠. 근데, 언니는 이미 반짝이고 있어요. 온 우주를 돌아다니는 별은 반짝이기도 하고 흐릿하기도 해요. 하지만 별자리는 자신의 하늘에서 자신만의 자태를 뽐내며 빛나고 있지요. 언니가 그래요. 언니가 하는 일에서 '진영 별자리'가 되어 이미 빛나고 있어요. 언니의 별자리가 내뿜는 빛을 보고 찾아오고 다시 나아갈 길을 찾는 많은 학생들이 증명해주잖아요. 언니는 언제나 빛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요.



그럼에도 더 빛나고 싶다는 언니의 말이 탐욕스럽지도, 터무니없지도 않게 그저 좋았어요. 아니 설레었어요. 아마 40대의 나도 도전을 갈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거든요. <나와 태양의 배>라는 그림책에는 한 소년이 작은 배를 손에 들고 길을 떠나요. 밤에서 아침을 지나 강에서 바다로 가지요. 그리고 작은 배는 어느덧 큰 배가 되어 있어요.


언니는 이미 아이처럼 큰 배에 타고 있어요. 밤을 지나 아침으로 왔죠. 햇살이 포근하게 내리쬐기도 하고, 때때로 누군가가 찾아오기도 하지요. 비도 오고 무지개도 보일 거예요.

 

마지막 장면에서 아이는 이렇게 말해요.



"배가 앞으로 가면 나는 어디든지 갈 수 있어"



언니도 인생의 안정을 위해 잠깐 정박했던 섬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배를 출발시켜 보아요. 배가 앞으로 간다고 해서 언니의 지금의 섬이 사라지는 건 아니에요. 언니와 함께 항해를 할 뿐이죠. 배가 앞으로 가면 언니는 어디든지 갈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아침 햇살에 부서지는 윤슬처럼 반짝반짝 빛날 거예요. 지금보다 더요.



언니가 어떤 목표를 가지고 어디로 가든 그런 언니를 응원해요. 인생의 목표를 어디로 잡고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냐는 언니의 물음에 정답을 찾아주지는 못하지만, 어느 방향으로든 출발할 수 있는 마음을 보내요. 그리고 언젠가 우리 항해하며 잠깐 쉬고 싶은 밤, 바다의 한가운데에서 만나, 부서지는 달빛의 윤슬을 안주 삼아 치얼스를 외치면 좋겠어요.




추신: 언니~ 마지막으로 cheers^^

[네이버 영어사전]
cheers
1 건배
2 안녕, 잘 가
3 고마워(요)




* 육 센치 작고 여섯 살 많은 언니의 편지도 읽어보세요.

반짝이고 싶다 (brunch.co.kr)








<육 센치 여섯 살> 프로젝트

키는 육 센치 나이는 여섯 살 차이 두 여자. 마흔이 넘어 인생을 조금 알게 된 육 센치 작고 여섯 살 많은 언니와 인생을 좀 안다는 나이 마흔이 되기를 갈망하는 육 센치는 크고 여섯 살 적은 동생이 책 이야기를 편지로 주고받습니다. 언니는 독서교실 선생님으로 동생은 그림책 활동가로 살아갑니다. 책을 매개로 삶을 성찰하고 글을 쓰며 마음을 나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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