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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닮녀 Nov 01. 2022

누군가의 하루에 박카스가 되어주는 방법

간단합니다!

화요일은 도서관 수업이 있는 날입니다. 그리고 제가 일주일 중에 피로도를 많이 느끼는 날이기도 하지요. 수업을 끝내고 본캐로 돌아와 아이들 하원 시간에 맞춰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다 보면, 눈에 핏줄이 선명해지고 정신이 들락날락합니다. 그런데요, 오늘은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특별히 기분이 좋은 일도 없는데 기분이 좋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곰곰이 생각해보았더니 저를 깨어 있게 만들어 준 건 '칭찬의 힘'이었습니다. 

오늘 글쓰기 수업에서 각자의 개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편견과 고정관념에 짓눌려 나의 개성을 드러내지 못하고 갇혀 살지 말자는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죠. 제가 질문을 던졌습니다. 각자 스스로가 생각하는 자신의 개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했거든요. 질문을 던지며 사실 이번 수업은 하브루타를 적용한 것이라 짝끼리 서로의 개성을 찾아주는 활동을 하려고 했다는 말을 하니, 그렇게 해보자고 한 선생님이 제안하시더군요. 말이 나온 김에 했습니다. 인원이 많지 않아 짝을 가르기보다는 한 사람씩 돌아가며 개성을 찾아주고 말해주었지요. 타인이 나의 개성에 관해 이야기해준다니, 설레면서도 긴장되는 느낌이었겠지요?



선생님들은 만난 지 이제 고작 9주가 되었습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지요. 얇은 블라우스 하나 걸치고 만나던 사이가 이제는 톡톡한 점퍼를 여미고 만나는 사이가 되었으니, 한 계절을 함께 공유한 사이이기도 하고요, 9편의 글을 서로 공유하며 어린 시절을 함께 여행하기도 했다가, 깊고 아픈 상처에 같이 쓰라려하며 때로는 서로에게 밴드도 붙여준 그런 막역한 사이지요. 하지만 서로의 휴대폰 번호조차 모르는 어느 동네에 거주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서먹하고 어색한 사이이기도 하지요.



개성을 칭찬해달라는 질문에 선생님들은 마스크 속에 가려진 얼굴을 상상하며 오랫동안 서로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자신이 느끼는 타인의 개성을 찾아 칭찬했습니다. '정직하다, 바르다, 주관이 뚜렷하다, 선명하다, 확신이 있다, 지혜롭다, 현명하다, 여리고 순수하다, 박학다식하다, 솔직하다, 꾸준하다, 강하다, 재미있다'등 이 자리가 아니었다면 마음속으로만 생각하고 말았을 생각들을 하염없이 끄집어 내시더군요. 또 서로에게 좋은 이야기를 받은 만큼, 상대방의 개성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해 주고 싶어 반짝반짝 눈을 빛내며 상대방을 바라보는 모습이 아름다웠습니다. 




오프라인 수업이기는 하지만, 마스크를 쓰고 이야기를 하고, 함께 맛있는 간식을 나누어 먹을 수도 없게 되어버린 요즘 강의실 분위기는 그리 차갑지도 그리 따뜻하지도 않은, 딱 필요한 만큼의 온도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강의실에는 웃음이 넘쳤고, 배려가 꾹꾹 눌러져 담겼고, 온정이 피어나는 필요 이상의 따뜻함이 느껴지는 온도였습니다. 서로를 향한 칭찬과 덕담, 그렇지만 그 안에 가식이나 거짓이 없는, 누가 들어도 '맞아, 저 선생님은 저런 개성이 있다는 걸 나도 느꼈어.'라고 끄덕일 진심 어린 말 들이 오고 간 시간이었어요. 그 덕분에 지금 이 시간까지 저는 말똥말똥하게 눈을 뜨고 혼자 배시시 웃으며 글을 쓰고 있고요. 좋은 말의 힘이 강력하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몸소 느낄 수 있는, 그래서 힘이 나고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선생님들과 '핫! 뜨거워!'를 외치는 온도로 수업을 하고 기분 좋게 도서관을 나섰습니다. 함께 주차장으로 향하던 한 선생님이 심각하게 저를 불렀습니다.

"선생님, 근데요"하고요.

순간,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걸까 걱정이 앞섰지요.  

"네...."라고 대답을 흐리며 선생님의 다음 말을 기다렸습니다.

여전히 심각한 얼굴로 선생님은 말씀을 이어갔습니다.

"제가 원래 오전에는 늘 운동을 가는데요, 화요일에는 도서관에 수업을 들으러 와요, 근데요. 매주 이 시간이 너무 기다려져요."

진지하게 눈썹을 휘날리며 말씀하시는 모습에 감동을 감동을 받았더랬죠. 저와 함께 하는 시간이 기다려진다는 그 말만큼 강사에게 좋은 칭찬이 있을까요? '너 좀 잘한다'라고 제 개성을 칭찬해주신거 맞죠? 그러고 보니 오늘 요 칭찬을 들어서 '피곤'쯤이야 물리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작은 정성을 크게 봐주시는 선생님들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립니다.




자자, 그러니까 제가 이렇게 오늘 피곤하지 않은 이유를 들먹이며 주저리주저리 글을 쓴 이유는요,

평소에도 자주 다른 사람의 개성에 관해 칭찬을 해주면 어떨까요?

내가 건넨 한마디가 누군가의 하루의 '박카스'가 되어 준다면 나도 행복하지 않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옆에 있는 신랑의 개성을 찾아 칭찬을........ 다행히 잠들었네요. 깨기 전에 얼른 자야겠어요.

그럼 다음 기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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