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저의 인생작가입니다

그 책이 내게 고백하라 말했다

by 책닮녀

'아, 좋다.'

책을 덮으며 내뱉은 말이었다. 진짜 좋았다. 거짓말 0도 안 보태고.



이경 작가님의『그 노래가 내게 고백하라고 말했다』신간이 나왔다. 한창 작가가 되고 싶어 쩔쩔매던 시절(뭐 지금도 별로 바뀐 건 없지만) 『난생처음 내 책』을 읽으며 어찌나 구구절절 내 이야기 같은지 눈물이 앞을 가리려 하는 찰나에 또 어찌나 풉, 하, 큭을 적절히 버무려 유쾌한 유머를 날려주는 센스가 있는지. 참 안 반하려야 안 반할 수가 없었던 책이었다. 진지하지만 진지하지 않은 척, 웃기지만 웃기지 않은 척하고 쓴 글이 가슴을 후벼 파 나도 이렇게 좀 써보고 싶다는 갈망을 일으켰던 책. (궁금하다면 『난생처음 내 책』도 꼭 읽어보시죠. 자세한 소개는 요기로 https://blog.naver.com/mog0818/222545571990)



이번에 출간된 『그 노래가 내게 고백하라고 말했다』는 그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할까? 더 찐한 작가님만의 이야기가 담겼는데도 전혀 사적으로만 여겨지지 않고 마치 내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번 책은 음악에세이로 각 꼭지마다 작가님의 일화가 주가 되어 글이 이어지지만 그 속에 그 이야기를 고백하게 된 노래도 함께 담겨있다. 덕분에 총 40곡이 플레이리스트에 저장되고, 그 노래와 함께 곁들어 들으면 좋을, 주옥같은 곡들도 더 쏟아지는 눈과 귀가 동시에 즐거운 책이다.



책을 펼치며 일단 첫사랑을 소환했다. 첫 사랑하면 #$%@$#!! 하고 욕이 먼저 나오는 나이기에, 역시 남자의 첫사랑과 여자의 첫사랑은 다른 것인가 하는 생각도 했지만, 나를 스쳐간 수많은 연인과 연결된 노래가 주크박스를 풀어놓은 듯 재생되었고(린의 사랑했잖아, karoline Kruger의 You call it love, 하동균의 그녀를 사랑해줘요, 토이의 여전히 아름다운지 등등) 끄덕끄덕 뜨거운 공감을 했다. 다만 첫사랑의 이야기가 계속 등장하는 것을 보며 작가님 간이 아주 큰 남자시구나, 책 출간 후 어쩌려고 이러시나 하는 걱정도 했다는. 괜찮으시죠...?



사회의 첫 경험과 가족의 이야기, 그리고 요즘의 이야기를 담은 챕터 모두 좋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나는 꿈을 담은 4번째 챕터가 사무치게 좋았다. '그래, 내가 이경 작가님을 좋아하게 된 이유가 이것 때문이지' 하고 다시금 깨닫게 되었으니까. 『난생처음 내 책』을 읽었을 때 책에 등장하는 「꿈 깰까요 꿀 까요」라는 글을 보며 꿈을 어떻게 이렇게 표현했을까 하는 생각에 매료되었다. (자, 이쯤 되면 『난생처음 내 책』안 읽어볼 수 없겠쥬?) 어쩌면 작가이면서도 작가가 되길 여전히 꿈꾸는 작가님의 꿈이, 나의 꿈과 같아서 마음이 와닿았는지도 모른다.



이루지 못한 꿈. 나에게 재능이 없었던 건지 노력이 없었던 건지. 아무런 의미도 없어진 그런 물음과 후회만이 꿈이 있던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다.

그렇게 꿈을 완전히 놓아버린 후에야 알게 된 일이 하나 있다. 설령 이루지 못한 꿈이라도 계속 꿈을 가지고 살아가는 일은 꽤 괜찮다는 걸.



나 역시 재능이 있다고 믿었는데 노력이 덜했다고 믿었는데 돌이켜보니 재능도 그다지였던 것 같은 그런 꿈이 있던 자리가 있었다. 한때는 그 꿈을 완전히 놓아버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세상 다 가진 척을 하며 살려고 애를 썼다. 단 한 가지 꿈만 빼놓고는 다 가진 척을 하며. 그런 껍데기만 있는 삶을 살며 나도 알게 되었다. 이루든 이루지 못하든 꿈을 가지고 살아가는 일이 나를 움직이게 한다는 것을. 살아있다고 느끼게 한다는 것을. 그래서 무언가 되려고 하는 꿈에서 무언가를 하려고 하는 꿈으로 살짝 방향을 바꾸었다. 아나운서가 되려고 했던 꿈을 저버리며 작가가 되려고 다시 꿈꾸는 것이 아니라, 계속 꿈을 꾸며 살겠노라고 다짐했다. 그 꿈을 꾸기 위해 지금도 글을 쓰고 그림책을 펼치고.



200군데의 투고 거절을 겪었지만 결국에는 나를 인정해 주는 단 한 사람을 만나고 어느새 그런 사람이 다섯은 되어버린 작가님을 보며 나의 모습이 그렸다. 아직 출간 전이지만 200군데의 투고 거절로 온몸과 마음이 망신창이가 되었던 나.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시 고치고 또 고치고 인내의 시간을 거쳐 상처받을 용기를 내어 만나게 된 내 글을 읽어 주는 단 한 사람까지 똑 닮아 있었다. 꿈을 향해 걸어가는 길이 평행하게 이어지는 느낌이랄까? 나도 첫 책에서 그치지 않고 작가님의 길을 나란히 뒤따라 걸어야겠다는 다짐까지 하게 만든다. 그러니 이렇게 고백할 수밖에. 당신은 저의 인생작가이십니다라고. 이 책이 내게 고백하라고 말했다는요.





*작가님? 작가님!


작가님은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는 부산을 설, 추석 일 년에 두 번은 꼭 방문하는데요, 그때마다 플레이리스트에 늘 똑같은 곡이 담겨 지겨움에 졸음운전이 몰려오곤 했는데, 올해는 아주 다채로운 곡으로 안전운전을 할 것 같은 든든한 느낌이 듭니다. 저는 작가님이 추천해 주신 여러 곡들 중에서 특히 원미연의 <이별 여행>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저 역시 어릴 적부터 좋아하던 노래 중 하나였거든요. 또 얼른 투팍의 <Nothing To Lose>를 들으며 어깨를 들썩이다가 김광석의 <너에게>를 들으며 복잡한 마음을 다스리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두 곡을 연달아 들었는데 설레면서도 뭉클했습니다.(참고로 이 두곡은 작가님이 OO이 OO때 듣는 노래라고 합니다. 궁금하면 책을 펼치세요) 물론 다른 곡들도 푹 빠져서 들었습니다. 저도 작가님께 한 곡 추천을 드리옵자면 저는 이정석 조갑경의 듀엣곡을 좋아합니다. 대학교 방송국에서 아침방송을 하던 시절 LP로 틀던 이 곡이 어찌나 좋은지요, 연인과 이 노래를 듀엣으로 멋지게 불러야지 하며 미래를 그렸었지요. 음,,, 남편과 실제로 불러보고 알았습니다. 노래는 부르는 것보다 듣는 게 좋더군요. 작가님의 여섯 번째 책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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