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은 시도 쓰게 한다. 글을 쓰면 쓸수록 다양한 장르에도 욕심이 생기는 건 오지랖이라고 해야 할지 다채로운 성격이라고 해야 할지... 뭐 등단하는 것도 아니고 혼자 쓰는 건데 한번 해보지 하는 생각으로 시 쓰기 프로젝트를 신청했다. 등단 시인이 참여하여 매일 글감을 쥐어주면 홀로 오로지 홀로 써보는 것. 주말에는 매일 쓴 글을 모아 서로의 글을 감상하고 나누며 약간의 피드백도 가미해 주는 그런 모임이었다.
사실 시보다는 그림책을 쓰고 싶은데 그림책의 언어와 닮은 시를 쓰다 보면 그림책에 들어가는 글도 잘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신청한 거였다. 그런데 시작부터 정말 당황 그 자체였다. 겨울이야기로 겨울 시 쓰기라는 프로젝트였는데 처음 주어진 글귀가 '그는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라는 문장을 넣어 시를 써보라는 것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무얼 써야 하나 막막한 나와는 달리 이미 예비등단인 같은 분들은 빛의 속도로 시를 올렸고 나는 또 기가 죽어 어떻게 해야 하나 방황을 했었다.
그래도 매일 인증 미션을 놓치는 건 나에게 시를 못 쓰는 것보다 더 한심한 일이기에, 뭐라도 썼다. 그도 그럴 것이 매일 늦지 않게 인증을 하면 15편의 시를 모아서 작은 책 한 권으로 만들어주는 서비스가 포함되어 있었다. 결과가 중요한 건 아니지만 손에 쥐어지는 무언가가 있으면 시간이 지나고도 좋은 귀감이 되는 법이기에 꼭 인증을 해야 했다. 그렇게 12시가 오기 전까지 나는 신데렐라라도 된 것처럼 시인의 감성으로 빠져들었다.
첫날은 정말이지 무진장 어려웠고, 둘째 날도 어려웠고, 셋째 날도 어려웠다. 어려움의 연속 속에서도 완성해 냈다는 뿌듯함을 위로삼아 5일 치 글을 묶어 함께 나누었다. 근데 신기하게도 이런 표현이 신선했다. 너무 좋았다는 칭찬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생각나는 대로 아니 생각을 쥐어짜서 쓰느라 고통스러웠는데 누군가에게 그 감정이 전달되었다니 이 함축적인 의미가 너와 나의 마음을 움직였다니 조금씩 설레기 시작했다. 그래서 함께 쓰는가 보다 다시 깨닫는 순간이었다.
오지 않을 것만 같던 마지막 날의 글감이 주어지고, 나는 마지막 시를 썼다. 장렬히. 시인이라도 된 듯 나의 수많은 감성을 소환하여 마침표를 찍고는 그날 이후로는 시를 쓰지 않았더랬지. 인증과 압박과 부담에서 잠시 벗어나 시를 멀리하고 있던 내게 오늘 '딩동' 택배가 도착했다. 무려 <책닮녀 시집>이라니. 만들어 놓으니 꽤 그럴싸한 기분은 뭘까. 내일부터 다시 써봐야겠다.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한 편 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