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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닮녀 Dec 13. 2023

2023년 추천작이자 2024년 추천작

2023년만큼 책과 친했던 날들이 있을까? 


초등학교 시절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와 <창가의 토토>를 늘 옆에 끼고 보고 또 봤다. 이야기에 매력을 느끼고 셰익스피어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크게 기억나는 것이 없다. 나이를 먹어가며 책 보다 더 재미난 다큐멘터리와 드라마와 예능과 우정과 술자리와 연애에 푹 빠져들며 책과는 참 거리가 먼 사람으로 지냈다. 결혼과 출산 이후 육아를 책으로 배우기 시작하면서, 아이는 책을 좋아하면 좋겠다는 바람 하나로 책에 손을 내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글 책은 어려웠고, 아이와 읽는 그림책은 그저 어린이 책일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육아라는 고통에 무뎌져 내가 어떤 상태인지도 알지도 못했던 그 어느 날, 아이를 위해 읽어주던 그림책이 당시 내가 얼마나 아픈 상태인지 알려주었다. 팩폭으로 뼈를 때리더니 이내 외로움에 사무친 나를 포근히 안아주었다. 그때부터 그림책을 좋아하기 시작해 지금은 그림책 활동가가 되었다. 그림책 활동가가 되고,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싶어 책을 써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나보다 먼저 세상에 꺼낸 비슷한 책들을 찾아 읽으며 책과의 대면이 한결 익숙해졌다. 



좋은 문장을 쓰고 싶었다. 작가가 되고 싶다면 다독과 다상량 필수기에 점차 더 많이 더 자주 책에 손을 댔다. 하나 둘 책을 읽다 보니 좋아하는 작가가 생겼다. 참 신기하게도 글 잘 쓰는 애 옆에는 또 글 잘 쓰는 애가 있기 마련이라 좋은 문장을 쓰는 좋아하는 작가 옆에 또 참 좋은 문장을 가진 좋아하는 작가가 생겼다. 그렇게 좋아하는 작가가 늘어나면서 내 마음으로 들어온 책들도 차곡차곡 쌓여갔다.  



그리 멀지는 않았지만, 독서가 또 그렇다고 그리 가깝지도 않았다. 책 하나를 읽으려면 여유라는 마음가짐을 가져야만 가능했다. 몸이 힘들고 마음이 복잡한 날에는 책을 읽기보다는 운동기구처럼 도서관에서 빌려오고 다시 반납하는 형태로만 활용했다. 2023년이 되고 나서야 나는 책 다운 책을 즐기기 시작했다. 이 책 저 책, 그냥 끌리는 대로 보기 시작했고, 어쩌다 만난 재미있는 소설은 책을 읽고 싶어서 일을 빨리 정리하곤 했다. 그다지 친하지 않은 경영서도 나의 발전을 위해 챙겨보기도 하고, 다양한 장르의 책을 접하려고 노력했다. 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냥 좋아하는 책을 보자라는 태도로 돌아왔지만.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도서관을 방문했고, 또 도서관에서 그림책 강의를 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2023년에 책과 더욱 긴밀한 관계였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이처럼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큰 까닭은 그렇게 바라고 바라던 그림책 에세이를 출간했다는 것이다. 책을 출간하고 책방을 돌며 북토크를 하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났다. 책을 통해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며 황홀했다. 내가 빠졌던 다큐와 드라마와 예능과 우정과 술자리와 연애가 그랬던 것처럼, 사람을 만나 대화하고 서로를 이해하고 세상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에 푹 빠진 시간들이었다.



그러니 2023년 가장 감사했던 책은 당연히 '그냥, 좋다는 말'이다. 이렇게 공공연하게 밝히자니 너무 민망하고 부끄럽지만 작가가 스스로의 책을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사랑해 주겠는가, 내가 나 자신을 가장 아끼고 좋아해야 하는 것처럼.


상품 진열대에 예쁘게 진열된 윤기 반지르르하게 기름칠된 구슬보다도, 여기저기 긁히고 깎여나간 돌멩이 하나가 부서지는 햇빛을 받으면 더 눈부시게 빛나는 법이니까. 살짝 파인 홈이 햇볕에 반짝하고 빛을 내고, 물기를 뒤집어쓰고 울퉁 불퉁한 표면을 스스럼없이 드러낼 때까지 나는 여기저기 상처 내고 상처받으며, 있는 그대로의 나를 드러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p.237 <그냥, 좋다는 말>(이현정 지음/ 느린서재)



새해를 앞두고,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에서 '무엇을 완벽하게 잘할 수 있을까'를 또다시 고민하는 나를 발견한다. 그런 나에게 한번 더 들려주고 싶은 구절이다. 그리고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도.


완벽 따윈 떨쳐버리고 흠집 많은 돌멩이가 되라고.

기꺼이 있는 그대로 빛날 터이니.




덧+  

혹시 인용구의 전문이 궁금하다면.... 예스 24로... 배송비도 없다는.... 

2024년에도 추천합니다~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18585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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