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에 대한 단편적인 생각
‘행복’이란 것은 ‘불행’만큼 온몸의 감각이 곤두서는 자극성은 없다.
불행을 겪게 될 때 내면에서 울리는 경종으로 각성에 가까운 심리상태를 경험하는 것에 반해
행복이란 주로 나른할 만큼 잔잔한 것이어서 찾아와도 모르거나 시간이 흐른 뒤에야 깨닫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행복은 그렇게 무디며 비몽사몽 한 상태로 맞이하고, 또 지나가는 것이 맞다.
‘불행’은 깊이 파고들수록 형체가 더욱 또렷해지며 불행의 본질에 가까워지지만
‘행복’은 심오히 의식할수록 그 반대편으로 멀어져버린다.
사람들은 안온하게 유지될 줄 알았던 행복을 상실한 뒤 자책하기도, 타자를 원망하기도 하지만
행복에 깃든 유한함의 법칙을 무효화할 수 있는 방법이란 세상에 없다.
행복은 잃는 것이 아니라 제 몫을 다한 뒤, 때가 되면 떠나가는 것이다.
우리는 행복이 머무는 순간들을 온 마음을 다해 기꺼이 누려야 하기에
시한부적인 운명을 숨긴 채 찾아온 ‘행복’을 영문 모르고 잠시 껴안았다가 떠나보낸다.
2016. 4. 26 화요일